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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이 난적 이세돌 9단을 꺾고 속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TV속기전인 제34기 KBS바둑왕전 결승3번기에서 이세돌 9단을 종합전적 2-1로 누르고 우승했다. 최근 명인전 결승전에서 이세돌에게 연달아 진 데다 KBS바둑왕전 결승1국에서 지면서 무게추는 이세돌에게 쏠리는 듯했다. 그러나 박정환은 14일 여의도 KBS 신관 스튜디오에서 연달아 열린 2, 3국에서 이세돌을 불계승 두 번으로 돌려세우면서 보란듯이 우승했다.

정밀함의 승리였다. 2국과 3국에서 이세돌은 초반 접전에 실패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판을 흔들었다. 박정환은 흔들림 없이 받아쳤고 이세돌을 더욱더 궁지로 몰았다. KBS바둑왕전 해설자 박정상 9단은 “이세돌 9단의 흔들기가 현란했다. 웬만한 기사들은 눈앞이 뿌옇게 됐을 것 같은데, 박정환 9단이 워낙 정교하게 응수하자 이세돌 9단이 더는 힘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이버오로가 박정환을 만나봤다.

- 26개월 동안 한국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세돌 9단에 대한 상대전적이 좀 좋지 않다(9승16패). 최근에 연패도 하고 있었다.
“이세돌 사범님이 저보다 강하시니까 크게 신경을 안 썼다. 랭킹은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세돌 9단이 최강이다.”

- 소감은?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1국은 어이없게 졌다. 또 2, 3국은 연달아 뒀기에 체력적으로 내가 유리했다. 그 점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 대 실력으로 맞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았겠다. 2국과 3국에선 운이 좋았다.”

- 얼마 전 제2회 몽백합배 결승 이세돌-커제 맞대결이 화제였다. 어떻게 봤나?
“응원하면서 재미있게 봤다. 마지막 판은 이세돌 사범님이 돌을 거둬야 할 정도로 절망적인 형세였다가 역전까지 성공했는데 중국룰을 착각해서 진 것이 아쉬웠다.”

- 중국랭킹 1위 커제는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경쟁해야 할 상대인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정말 강하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집중해서 약점을 잘 파헤치겠다. (- 그 약점을 좀 말해볼 수 있나?) 아, 내가 말하기는 좀…. 많지는 않지만 커제 9단도 실수를 한다.”

- 박정환 9단의 기풍은 정형화 돼 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스타일의 변화가 있나?
“변화는 없다. 특정한 기풍이 없고 그때그때 최선을 찾아간다.”

- 근래 어떻게 지내나?
“국가대표팀 상비군 훈련을 하고(매일 참가하지는 않는다.) 조용히 집에서 쉴 때도 있다. 혼자 혹은 어머니와 저녁 산책을 하기도 한다. 애완동물을 기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도 있다. (-응답하라1988인가?) 그렇다. 그래서 일주일 딱 이틀 드라마를 본다. (- 재미있나?) 원래 재미있는 내용인데 바둑까지 나오니까 더 좋다.”

- 까다로운 상대를 몇 명 뽑아 본다면?
“까다롭다기보다는 실력을 인정하게 되는 기사를 꼽아야 할 것 같은데 박영훈 9단·강동윤 9단이 있겠다. 상대를 편안하게 놔주질 않는다. 중국기사 중에는 판팅위 9단이다. (- 판팅위 9단은 최근 성적이 좀 뜸하지 않나?) 온라인대국에서 둬 보면 확실히 까다로움을 느낀다. (- 중국은 더 없나?) 판팅위 9단만 들겠다.”

- 속기와 장고에 대한 생각은?
“우선, 속기는 집중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나로 말하자면 속기든 장고든 큰 차이가 없다. 상대도 나와 같은 환경에 처하는 것이니…. 이세돌 9단의 경우는, 속기·장고 모두 강하지만 특히 장고바둑 때 더 무서워진다. 실수가 적어지고 빈틈이 사라진다.“

- 올해 목표는?
“연초에 컨디션이 안 좋았다. 연습바둑도 계속 졌다. 명인전에서 0-2로 지고 있는데 승패를 떠나서 최종 5국까지 가고 싶다. 세계대회 우승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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