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아홉, 열. '열' 그 목소리가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바둑이 약해지니까 사람이 훌륭해졌어요. 앞으로도 훌륭한 조치훈이 되겠어요."
대다수의 바둑팬이 조치훈 9단의 육성을 처음 들었다. 조치훈의 인간미 넘친 익살에 웃었고, 재치 섞인 겸손에 감동했다. 약간 어눌한 한국어 발음도 가슴속 깊은 곳을 울렸다.
7월26일, 한국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에서 조훈현 9단이 조치훈 9단에게 154수 만에 백시간승을 거뒀다. 이 대국은 두 기사의 네 번째 비공식대국이었다(공식대국은 조훈현의 7승3패. 비공식대국 상대전적은 2승2패다). 바둑은 조훈현이 이겼지만, 국후 바둑팬들과 함께한 '입담 대결'은 조치훈의 압승이었다.
국후 인터뷰는 오랜만에 한국 바둑팬들과 만난 조치훈에게 집중되었다. 진행자와 바둑팬들의 질문에 조치훈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위트 넘치는 답변으로 바둑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조치훈은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 대해서 "(바둑을 두다가) 머리를 때리고 만지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머리 손질이 귀찮은 게 아니고 우리 집에 빗이 없어서…. 하나 좀 사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런 생각이 있는데 약하니까 안 불러준다."라며 좌중을 웃겼다.
한 바둑팬이 "명인이 되면 한국에 돌아온다고 했는데 명인, 기성, 본인방까지 했으니 이제라도 한국바둑발전을 위해 오지 않겠냐?"라고 묻자 조치훈은 "조훈현 선배가 없으면 와야 하는데 나보다 센 사람이 있으니 그냥 일본에 있겠다."라고 말했고. "어릴 적 만난 조훈현은 어떤 형이었나?"는 질문에 "소질은 나보다 많이 좋았다. 그런데 내가 100배 더 노력했다. 사람은 소질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해 좌중을 즐겁게 했다.
사이버오로는 바둑TV의 협조를 얻어 역사에 남길 인터뷰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인간미가 넘치는 조치훈의 이야기와 '촌철살인'의 답변들을 아래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현대바둑 70주년 기념 특별이벤트로 열린 '전설의 귀환'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