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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바둑의 마무리가 더 어렵다. 이번 준결승 3번기는 유리한 쪽이 모두 역전패하는 내용이 반복되었다.

9월21일 중국 구이양에서 벌어진 제2회 백령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3번기 3국에서 안국현 5단이 추쥔 9단에게 역전패하며 다 잡았던 결승 진출을 놓쳤다.

잘 둔 바둑이어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두어온 추쥔을 맞아 안국현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탄탄한 바둑을 뒀다. 많은 변화가 일었지만 초반부터 흑이 재미있는 형세로 출발했고, 중반도 알기 쉬운 진행으로 조금씩 결승점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골인지점 직전 패를 통해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고 딱 한 번 화를 낸 것이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은 패인이 되었다.

▼ 제2회 백령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3국
●안국현 5단 ○추쥔 9단
총보(1~208, 백불계승)

▼ 장면1 (확실한 승기를 잡으러)

형세는 흑이 미세하게 우세한 장면. 백이 △로 끝내기를 한 장면이다. 안국현은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 1~5까지 패를 결행했다. 만약 10으로 굴복만 시킬 수 있다면, 11~17로 백 집을 다 깰 수 있다.

▼ 장면1-1 (버티는 백)

불리한 백이 패를 그냥 굴복할 수는 없다. 백도 5로 팻감을 쓰면서 버텼다. 과연 흑은 팻감을 받을 것인가?

▼ 장면1-2 (받았어야 한다)

백의 팻감은 언뜻 보면 안 받아도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흑의 정수는 1로 받아 두는 것이었다. 이후 3, 9 등의 팻감을 쓰고 11로 패를 따내면 백에게 마땅한 팻감이 안 보인다.

▼ 장면1-3 (역전)

실전은 흑이 1로 기분 좋게 패를 따냈지만, 2가 생각보다 컸다. 5, 7로 받을 때, 백이 12로 중앙 한 점을 잡고 14로 이으니까 흑은 15의 보강이 불가피하다.
22, 24에도 흑은 25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백이 26, 28로 중앙을 막으니까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백 집이 10집 가까이 생겼다. 패를 해소해서는 집이 안될 것처럼 보였던 중앙에서 백이 10여 집 정도 생겨서는 오히려 흑이 덤이 부담되는 국면이 되었고, 이 차이가 끝까지 이어졌다.

▼ 장면1-4 (쉽게 마무리했다면)

안국현의 장기는 침착하고 정교한 종반에 있다. 1, 3으로 두었다면 본인의 장기대로 이 바둑을 승리로 가져갈 가능성이 컸는데 전보에 패를 걸어간 수순은 아쉽다. 백은 결국 10으로 보강해야 하는데 11~14를 선수하고 15로 반상 최대의 자리를 차지하면 이후 외길수순으로, 미세하지만 흑이 조금은 남길 수 있는 바둑이다.

▼ 실전도1 (실전진행)

초반부터 이 대국을 돌아보면 흑▲로 뛴 장면에서 1, 3이 추쥔의 실전적인 수순. 3으로는 중앙 한 칸 뛰는 것이 보통인데, 흑에게 역으로 3자리의 걸침을 당하기 싫어 비틀어 본 수다. 안국현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 실전도1-1 (사석작전)

흑의 일감은 1을 선수하고 3으로 씌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이 4로 붙이는 진행이 예상되는데, 5~18까지 이런 정도로 보인다. 부분적으로 흑이 백 석점을 잡았지만 백도 좌하를 두텁게 처리해서 백이 불만 없는 모습이다.

▼ 실전도2 (실전진행)

1로 늘어서 천천히 두는 것이 안국현의 스타일. 백도 2로 뛰는 것은 절대이고, 3과 4는 서로 기세의 진행이다. 5는 배워둘 만한 수. 하변 넘는 수와 좌하 백 사활을 노리는 1석2조의 수이다. 백 6은 하변 넘는 수를 방비하는 실전적인 한 수. 9, 11은 이런 정도의 행마다.

▼ 실전도3 (실전진행)

백은 10으로 치받는 것이 보통인데, 추쥔 9단은 20여 분의 장고 끝에 1로 끼우는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2, 4가 안국현의 가벼운 행마로, 백은 이득이 없다. 5는 내친걸음인데 6이 또한 호수로, 부분적인 맥점이다. 7은 어쩔 수 없는데 흑이 8, 10으로 귀를 돌파하고 12로 한 점을 제압해서는 흑이 만족스러운 결말이다.

▼ 실전도4 (실전진행)

1과 2는 맞보기의 자리. 3부터 다시 한 번 백의 공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4, 6이 흐름을 타는 좋은 응수로 백이 7로 잡을 때 흑도 8, 10으로 잡아서 불만 없는 진행이다.

▼ 실전도5 (실전진행)

1은 시급한 침입. 2도 냉정한 정수이다. 3, 5에는 8로 끊어서 강하게 두는가 싶었지만 안국현의 생각은 12, 14로 백 한 점을 잡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안국현의 정확한 판단으로, 20까지 흑이 조금이라도 편한 국면이다.

▼ 실전도6 (실전진행)

1은 반상 최대. 흑도 2~7을 선수하고 8로 한껏 우변 집 모양을 키웠다. 9는 좀 더 깊은 삭감이 필요할 듯 보이는데 추쥔 9단은 가장 쉬운 수를 택했다. 흑도 10으로 지키면서 편안한 느낌. 이후 서로 집을 늘리는 수순이 이어졌는데, 우변이 크게 들어가서는 흑이 조금씩 앞선 형세는 변함이 없었다.
문제의 장면은 35, 37로 끝내기했을 때 쉽게 마무리하지 않고 패를 들어간 것이었다.


[글/해설ㅣ바람의검심 7단★]
[사진협조ㅣ중국 sina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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