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백령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2국이 9월20일 중국 구이양 백령호텔 특별대국장에서 열렸다.
첫 판을 패해 막판에 몰려있던 박정환 9단은 대국 종반 결정적인 착각으로 커제 5단에 결승 진출을 내줬다. 착각이 아니었다면 중반 압박을 통한 추격으로, 미세하지만 나쁘지 않은 형세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커제는 초반 끼움수를 통해 하변을 타개했고, 중반전에서도 좋은 행마로 바둑을 풀어나갔다. 마지막 장면에선 박정환의 착각을 정확하게 응징해 2국을 승리했다. 과연 커제가 더 강했을까? 박정환은 왜 졌을까? 준결승 2국 내용을 조명해본다.
▼ 제2회 백령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2국
●박정환 9단 ○커제 4단
총보(1~194, 흑불계승)
▼ 장면1 (커제의 맥점)
좌변에서 백△로 실리를 차지했고, 흑은 ▲로 끊어서 공격의 칼을 뽑았다. 그런데 여기서 1로 단수치고 3으로 끼운 것이 커제가 준비한 맥점. 책에서 많이 나오는 형태가 실전에도 등장했다.
▼ 장면1-1 (다음 수순)
끼움수의 의미는 흑이 받는 응수에 따라서 다음 수순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흑이 1, 3으로 한 점을 잡으면 4, 6으로 오히려 흑 두 점이 장문으로 잡힌다.
▼ 장면1-2 (백 만족)
이번에는 1, 3으로 아래쪽에서 응수해보자. 그렇다면 백은 4가 호수로 12까지의 수순으로 대마를 연결한다. 이 진행은 백이 타개가 잘된 모습이다.
▼ 장면1-3 (실전진행)
응수가 마땅치 않은 흑은 1, 3으로 변화를 구했다. 백도 7에 두어 받아주는 것은 흑이 6에 두면 무리로, 실전처럼 4, 6이 정수이다. 흑이 7로 3점을 잡고, 백은 8~16으로 돌파해서 절충이 끝났다. 결과적으로는 백의 끼움수가 좋은 맥점으로서 하변 타개에 성공했다.
▼ 장면2 (중앙 공격)
이번에는 상중앙이 초점이다. 흑이 ▲로 둔 장면. 백이 1로 받으면 2로 잇고 백이 3으로 상변을 지킬 때, 4로 두어서 백대마 공격에 승부를 걸 생각이다.
▼ 장면2-1 (타개에 자신이 있는 커제)
백은 한술 더 떠서 1로 그냥 상변을 지켰다. 중앙 타개는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흑도 2가 공격의 급소인데, 백3이 침착한 응수. 4~9는 흑의 선수 교환. 여기서 계속해서 백대마를 잡으러갈 수 있을까?
▼ 장면2-2 (백 완생)
결과적으로 흑은 5의 단점이 있어서 백을 강하게 잡으러 갈 수 없다. 1 정도가 최선인데, 2~6으로 알기 쉽게 완생하는 모습이다.
▼ 장면2-3 (실전진행)
중앙을 잡으러 가지 못하는 흑은 1로 붙여서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 백도 2로 나와서는 완전히 타개된 모습. 3, 5에 6~10으로 중앙을 돌봤다.
▼ 장면2-4 (실전진행)
백의 타개가 잘됐다. 집이 조금 부족한 상황에서 1부터 백을 압박하는 박정환의 손길이 분주하다. 10까지 선수로 처리하고 11, 13으로 중앙 백 돌을 은근하게 엿보며 반상 최대를 차지했다. 백이 14, 16으로 보강할 때, 17부터 34까지 선수로 이득을 보며 부지런히 실리를 벌었다. 분주한 추격으로 형세는 미세하다.
▼ 장면3 (성급한 패착)
흑이 백을 잘 압박하여 현재의 형세는 미세한 장면. 그런데 흑1이 성급한 수로 결론적으로 패착이 되었다. (1은 근본적인 착각에서 비롯된 수였다) 백에게 A의 응수를 강요한 것인데, 커제 5단은 받아주지 않고 2~6으로 버텼고 이것이 결정적인 승착이었다. 흑7에 백은 8로 끊어서 패를 만들었다. 백은 상변 흑대마 공격이 모두 팻감으로 듣고 있다.
▼ 장면3-1 (실전진행)
흑이 패를 따낼 때, 백2가 기분 좋은 팻감. 흑에 더 큰 문제는 흑 대마 전체가 자체로는 사는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박정환의 착각은 흑7을 선수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백은 손을 빼도 대마가 살아있었다. 박정환은 이 착각을 위 장면도 흑1을 둘 때부터 했었던 것 같다.
백이 8로 패를 해소하니까 좌변은 흑이 곤란하고 23으로 잡으러 가는 것이 가능해야 하는데, 24가 호수로 대마가 살아있다. 25, 27에 28도 정확한 응수. 계속해서 흑이 하나 찌르고 1선으로 치중해도 백이 치중한 곳 위쪽에서 막으면 흑의 자충 탓에 백은 살아있다. (아래 참고도 참조)
▼ <참고도> 백A 먹여치는 수로 대마는 살아있다
▼ 장면3-2 (미세한 종반)
흑은 1로 받아두는 것이 정수였다. 백이 2~8로 넘어가는 것이 크지만 9로 두텁게 끝내기하면 흑이 나쁘지 않은 미세한 형세에서 종반 끝내기가 승부가 되는 장면이었다.
[글/해설ㅣ바람의검심 7단★]
[사진협조ㅣ중국 sina바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