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신두가 나타났다. 박정상에 손에서 나왔다. 진신두를 통해 우세를 잡은 박정상은 이후 역전당했다가 재역전에 성공한다.
전설 속의 묘수 진신두(鎭神頭)가 국내 최대기전인 바둑리그 경기에서 12년 만에 출현했다.
중국 당나라 바둑 1인자로 불리던 고사언이 왕 앞에서 일본 왕자를 상대로 어전 대국을 갖던 중 처음 선보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진신두의 묘수. 진신두라는 게 날이면 날마다 오는 흔한 게 아니다. 10년, 100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한다.
9월 22일 SK에너지와 티브로드의 2013KB바둑리그 10라운드4경기 조한승과 박정상의 장고 대국에서 진신두가 자태를 드러냈다.
박정상 9단은 양쪽 백 돌이 곤란해 보이는 상황에서 진신두의 묘수를 터뜨리면서 양쪽을 동시에 방비하는 진신두를 선보였다.
국내기전에서 진신두가 나온 것은 지난 2001년 9월 28일 이창호 9단과 최명훈 9단의 제6기 LG정유배 결승 2국 이후, 12년 만이다.
진신두 출현 전엔 2013KB바둑리그 최철한과 안성준의 대국에서 장생이 나온 바 있다. 이런 게 다 앞으로 한국바둑이 세계로 쭉쭉 뻗어나가라는 길조가 아닐는지.
▼ 총보(1~238)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4경기 4국
●조한승(티브로드) ○박정상(SK에너지)
장소: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3년 9월 22일
결과: 238수 백불계승
▼ 참고도1 (이창호 9단의 진신두)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12년 전에 등장했던 진신두를 살펴본다.
절체절명의 상황. 흑이 양쪽을 살면 백이 잡히고 백이 흑을 잡으면 그것도 곧바로 승부가 결정된다. 언뜻 보기에는 흑 양쪽 돌들이 걸려있어서 굉장히 곤란해 보인다. 그런데 1이 이창호 9단의 진신두. 이 수로 인해서 양쪽 축을 모두 타개할 수 있었고 이 수를 당한 최명훈 9단은 10수 정도 더 두어보다가 돌을 거두었다.
▼ 참고도2 (박정상 9단의 진신두)
이번에 진신두가 등장한 박정상과 조한승의 대국으로 가 본다. 흑이 ▲로 뻗어서 양쪽 백돌 둘 중 하나는 잡힐 것처럼 보이는 순간, 백1 즉, 진신두의 묘수가 떨어졌다.
▼ 참고도3 (백 곤란)
백이 단순하게 1로 늘어서 중앙 축을 방비하는 것은 흑이 2로 붙여서 백 수를 조인다. 단순한 수상전은 백이 한 수 부족이기 때문에 3~7로 탈출할 때 흑이 8, 10으로 1선을 넘어간다. 백은 11의 보강이 불가피한데 12로 밀어가면 백이 다 잡혔다.
▼ 참고도4 (이것도 백 곤란)
1~5로 보강해도 흑은 6으로 수를 조인다. 이번에는 7~13으로 탈출해봐도 14로 그만이다.
▼ 참고도5 (진신두)
그래서 백은 1의 붙임 수가 묘수이자 유일한 수이다. 흑이 단순하게 2, 4로 두는 것은 가만히 늘어두는 5가 호수로 이번에는 A. B가 맞보기로 흑이 곤란하다.
▼ 참고도6 (진신두)
백이 1로 붙일 때 흑이 단순하게 2, 4로 받는 것도 역시 5로 그만이다.
▼ 참고도7 (흑 곤란)
흑은 다른 수가 없으므로 1로 그냥 붙여갔다. 백이 2, 4로 단수치는 것은 절대인데, 5로 받는 것은 어떻게 될까? 이번에는 6으로 나오는 것이 성립한다. 흑이 7, 9로 나와도 계속해서 10이 좋은 수. 11~16까지 흑이 안되는 진행이다.
▼ 참고도8 (실전)
위의 참고도가 안 되기에 흑은 1로 단수쳐서 타협을 택했다.
▼ 참고도9 (최선)
백은 1, 3을 선수하고 5로 흑 6점을 잡는 것이 최선이었다. 11까지 진신두를 통해 오히려 흑 6점을 잡고 완벽하게 성공했다.
▼ 참고도10 (옥의 티)
하지만 실전의 백 1은 조금 더 이득을 보려는 수였지만, 욕심이었다. 흑 2, 4가 좋은 수순으로 백은 5를 선수하고 7로 한 점을 따낼 수밖에 없었는데 8로 넉점이 잡혀서 위 그림보다 손해를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