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관파 강동윤(왼쪽)은 초반의 수순착오에 괴로워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내내 고전하지 않아도 됐다. 수순착오로 말미암아 상대에게 내어준 두터움은 마지막까지 강동윤을 괴롭혔다.
기회가 없었다.
전날 1승을 거둬 1승을 추가하면 스트레이트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순착오를 범한 이후로 좀처럼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았다. 강동윤의 고민이었다.
4일 상하이에서 열린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32강 더블일리미네이션 2회전에서 흑을 든 강동윤은 중국 비밀병기(과거에 그렇게 불렸다) 구링이 5단에게 150수 만에 불계패했다.
실리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초반에 범한 수순착오로 두터움을 내주고 말았다. 구링이가 쌓은 두터움의 위력은 커져만 갔고, 구링이는 그 두터움을 120% 활용했다. 대표적 비관파 중 한 명인 강동윤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역시 수순착오가 사단이었다.
문제의 수순착오, 바람의 검심 7단★이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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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보(1~150)
○구링이(中) vs ●강동윤 150수 백불계승
▼ 참고도1 (급소)
평이한 초반, 구링이가 먼저 강동윤의 심기를 건드리고 나섰다. 1, 3으로 급소를 찔렀다.
▼ 참고도2 (착오)
급소 일격은 당한 강동윤은 1, 3의 수순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건 강동윤의 수순착오였다. 백이 4로 한점을 따내며 쾌재를 불렀다. 흑 5엔 6을 교환하고 손을 돌린 뒤 8~12로 초반을 구링이가 아주 재밌게 출발했다.
▼ 참고도3 (정확)
강동윤은 1로 먼저 찌르고 3으로 끼우는 것이 정확한 수순이었다. 이후 5로 끊으면 7까지 진행되는데 위의 참고도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훗날 A 자리도 흑이 선수로 둘 가능성이 크다.
▼ 참고도4 (전투)
백이 한 점을 따내지 않고 1, 3으로 나오면 전투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전투는 흑이 자연스럽게 하변을 집으로 만들면서 둘 수 있기 때문에 흑이 충분한 전투였다. 좌변 흑 돌은 13에 14로 나오면 공격이 잘 안된다.
▼ 참고도5 (늦다)
흑이 그냥 1로 끊고 두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백이 2로 단수치고 나온다. 이때 3으로 끼우는 건 한발 늦었다. 백이 4로 빵따냄하고 5에 6으로 받으면 백 성공이다.
▼ 참고도6 (곤란)
왜 그렇게 끼우는 수순이 중요한지는 이 참고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흑이 끼우지 않고 그냥 3으로 나오는 것은 4, 6을 선수하고 8로 덥석 끊어버린다. 흑이 9~15로 백 좌변을 공격해도 16이 맥점으로 타개가 쉽게 된다.
▼ 참고도7 (승부)
대표적인 비관 파에 속하는 강동윤은 초반 수순착오를 범하고 줄곧 비관한 듯했다. 바둑이 중반으로 치달았지만 별다른 실마리를 풀지 못한 강동윤은 흑 좌변을 다 버리고 상변 백 공격에 모든 승부를 걸었다.
잡으면 역전이지만 못 잡으면 승부도 바로 끝이다. 1은 강동윤의 마지막 공격. 하지만 구링이는 3의 끊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2로 젖혀갔다. 3의 끊음에는 4를 선수하고 6, 8로 안형을 만들었다. 강동윤은 계속해서 잡으러 가지 못하고 9, 11로 타협했지만 12로 살아서 승부도 끝났다.
▼ 참고도8 (무리)
구링이의 △에 강동윤이 계속해서 1로 잡으러 가는 건 어땠을까? 그땐 백이 2~6으로 흑을 끊고 수상전이 된다. 하지만 수는 백의 뒷수가 너무 길다. 흑이 7로 나오려고 해도 백이 8, 10으로 꾹꾹 눌러 막으면 14까지 흑의 무리다.
▼ 참고도9 (산다)
수순을 되돌려서 백 △의 젖힘에 1로 공격하는 것은 백이 2~7을 교환하고 8로 붙이면 탄력이 매우 좋다. 9로 파호해도 백이 10, 12로 두면 완생이다.
[기보해설ㅣ바람의 검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