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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바둑영화 ‘신의 한수’가 8월19일 무사제작과 흥행대박을 비는 ‘크랭크인 고사(告祀)’를 지낸 데 이어 26일에는 한국기원 바둑TV에서 대국장면을 찍었다. 이틀전 구로동에서 첫 로케이션(현지촬영)을 시작했지만 바둑장면은 처음 찍는 날이다.

○● 영화 '신의 한수' 바둑장면 첫 촬영! ☜ 클릭

촬영에 앞서 한국기원과 협찬약정을 맺기 위해 일찍 한국기원 사무국을 찾은 조범구 감독과 잠시 얘기를 나눴다. 조감독은 단편 ‘장마’(1996)로 데뷔해 ‘뚝방전설’(2006), ‘퀵’(2011) 같은 액션장르의 장편영화를 연출하며 흥행감독의 대열에 올라섰다. 스피드액션영화인 ‘퀵’은 312만 명(2011년 한국영화 흥행 6위)의 관객을 동원했다.

▲ 조범구 감독의 존재를 알린 영화들.

- 영화판이 어느날 갑자기 바둑영화 한 편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해 판을 벌일 수 있는 세계가 아닐 겁니다. 작품성을 추구한다면 몰라도 흥행성을 계산한다면 쉽게 택할 수 없는 게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일 텐데 어찌 바둑영화 만들 생각을 하셨나요? 전 ‘신의 한수’ 내용보다도 이 점이 더 궁금했답니다. 바둑 마니아이신 거 같지도 않은데...^^;;

“바둑으로 한번 해볼까, 하고 준비한 지 5년이나 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라 하니 별 제작비가 안들 거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투자액만 70억인 규모가 큰 영화입니다.

바둑에 대한 매력은 초등학교 1학년 일곱 살 때 아버지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그때 실직하신 상태였는데 무료하셨던지 바둑의 바자도 모르는 저를 불러다 바둑을 두셨지요. 아홉 점을 새까맣게 깔고 두어봤자 삼삼에 들어와 부수고 변은 변대로 깎아대고...완전히 ‘농간바둑’이었지요. 어린 저도 속았다는 느낌...아버지의 기력이 한 3급 정도 되셨나 모르겠네요. 이렇게 입문해 중1이 될 때까지 조금씩 두었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포석이나 행마, 정석 같은 걸 제대로 배운 상태가 아니니까...바둑영화 제작에 들어가면서 바둑사이트에 18급으로 가입해 두어 봤는데 이건 뭐 고수들이 와서...어떻게 18급이...5분 속기하자고 하고...여전히 사기 당하는 기분입니다. 하하.”

- 감독님도 18급 기력은 아닌 거 같은데요? ^^

“전 영화의 소재를 찾고 느끼기 위해...ㅡ.ㅡ 아주 초급입니다. 영화 만드느라 시간이 많지 않아...이제 다시 배워야 하는 단계입니다.

- ‘신의 한수’에 출연하는 배우 중 안성기 씨가 “바둑과 영화는 타이밍의 예술이며 수읽기의 결정판”이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바둑 한 수가 영화의 한 컷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장편영화 한 편은 한 2천 컷 되나요? 제 입장에선 2천 수인 거지요. 바둑이 한 수 한 수 사활을 걸고 두는 거라면 영화 ‘신의 한수’도 제 사활을 걸고 만드는 거랍니다. 막상 난점은, 바둑을 표현해야 하니까...바둑은 정적(靜的)이라 그림이 단순합니다. 스튜디오 대국을 보더라도 양 대국자 얼굴, 대국 모습, 대체적으로 뭐 이런 몇 장면으로 국한되지만 영화에서는 이래선 안되지요. 바둑TV에서 볼 수 없는 영상이 스크린에서 펼쳐질 겁니다. 바둑으로 심리묘사도 표현해야 하고요...굉장히 고급스럽고 바둑판을 이렇게도 찍을 수 있구나, 느낄 정도로 색다른 묘미를 접하게 될 겁니다.”

- 말씀만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군요. 천기누설(스포일러)이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만 더 묘사해 주시면 안될까요? ^^

“바둑판 영상을 지구 모양으로도 구현합니다. 바둑은 우주니까. 바둑판과 알, 알통, 손놀림 등 영화여서, 영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이미지로도 접할 것입니다. 아, 바둑이 이렇게 멋있구나,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느끼도록 말입니다.”

▲ 바둑TV 부조 뒤켠에 앉아 지지옥션배 박영찬 4단-최정 3단의 대국을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조범구 감독. 대국자의 손놀림, 다리 떠는 행동 하나 놓치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 바둑영화를 만들면서 리얼리티를 굉장히 중시 여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드라마건 영화건 바둑을 소재로 작품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들 하더군요. 가령 바둑애호가들은 착수하는 손놀림만 봐도 하수인지 고수인지 척 알아보지요. 한국기원에 프로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청을 넣어 서건우 6단과 김선호 2단 두 명의 프로기사를 제작팀에 가담시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바둑에 관한 한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검증받기 위해 김선우, 서건우 두 프로기사를 모셨습니다. 이미 영화에 쓸 기보를 한달에 걸쳐 만들었습니다. 콘티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검증과 검수를 거쳤지요. ‘신의 한수’에 등장하는 인물이 다 고수입니다. 고수와 고수가 두는 바둑이다 보니 전문가가 절대 필요합니다. 오늘 촬영분도 정우성 상대역은 유창혁 스타일로 잡았습니다. 딱 두고 상대를 보는 모션 있잖습니까. 영화 중간쯤에선 김인권이 머리를 쥐어뜯는 장면도 대면할 겁니다. 성냥갑까지는 안 뽀갭니다. ㅎㅎ. 누굴 연상한 연출인지 아시겠죠?

기보는 한 20국 넘게 만들었을까요. 전투바둑, 상대를 농간하는 기보...다양한 기보를 선보이게 될 겁니다. 애기가들은 영화에 나오는 사활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프로들도 잘 봐야 답을 알 수 있는 기묘한 사활문제도 출현하지요. 기보랑 사활문제는 재미있을 겁니다. 아마 영화가 상영되면 다들 캡처해서 풀어보거나 놓아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정우성 기보고 저건 안성기 기보다 하면서요. ^^ 열 살 먹은 바둑천재도 나오고요...

장르가 액션 느와르지만 저희는 만나서 바둑을 두고 그 다음에 싸웁니다. 항상 등장인물들이 바둑으로 목숨을 걸고 둔 다음 액션이 뒤따릅니다. 그러니 말만 바둑영화지 실은 액션영화라고 실망할 일은 없을 겁니다. 바둑적인 묘미를 충분히 살렸으니까요. 그 전까지의 작품과 다른 게 있다면 바로 이런 점일 겁니다. 기보 하나하나도 다 등장인물의 기력에 따라 다르게 만들었기에 중급자들도 이러한 다양한 기보에 충분히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신의 한수' 콘티. 기보는 물론이고 돌통에서 바둑알을 집는 손놀림 연기동작까지 모든 장면 장면이 의도한 계산에 따라 연출된다.

-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만화 작품은 꽤 여럿 선을 보였습니다. 본격적인 영화로는 대만에서 오청원 9단의 일대기를 그린 ‘기성 오청원'(원제 The Go Master)’이 있었고(국내에선 개봉 안됨),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조세래 감독의 ‘스톤’이 제작되었다는데 아직 개봉하지 못한 상태지요. 만화로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윤태호 작가가 연재한 만화 ‘미생(未生)’을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형식 6부작 단편영화로 만들어 다음앱으로 상영한 게 최근 화제가 되었지요.

하지만 모두 일본의 ‘고스트 바둑왕’만한 바둑붐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신의 한수’는 액션 느와르 영화입니다. 바둑계에선 초호화 캐스팅도 그렇고 제대로 선을 보이는 이 영화가 바둑붐 조성에 큰 도움이 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보시나요? ‘고스트 바둑왕’ 같이 순도 100%의 바둑영화가 아니라 19세 관람가 등급인 거 같아 사실 기대 반, 걱정 반 그렇습니다.

“영화의 소재가 바둑과 프로기사에서 출발하기는 하지만 장르가 액션 느와르인 만큼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있더라도 바둑팬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바둑이 갖고 있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화면에 구현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안성기 선배님이 둘 바둑이나 정우성 씨가 두는 바둑은 프로 수준의 고급 기보입니다. 바둑을 단순소재로만 사용했지 영화에 이런 식으로 완성한 건 없고...또 국민배우(안성기)가 맹인으로 등장해 맹기를 둔다는 거...얼마나 멋지겠습니까.

은막의 스타들이 바둑을 두는 그림 하나만으로도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호기심을 가질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배우가 멋있으면 그런 배우가 딱 착점하는 행위 하나에도 매료되고 관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바둑 두는 행위가 정우성은 멋있게, 김인권은 재미있고 개성 넘치며, 이시영은 예쁩니다. 프로기사가 기록원으로 등장하는 설정도 넣었습니다. 카메오라고 하죠. 영화를 보면서 누가 나오는지 살펴보시는 깨알 같은 재미도 배려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신의 한수’는 ‘고스트 바둑왕’에서 나온 말인데, 특별히 영화제목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의 한수’만큼 매력적인 단어는 없더군요. 영화를 보시면 왜 이 제목을 썼는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위기십결이나 바둑용어, 격언 같은 내용이 대사 곳곳에 녹아나옵니다. 놓치지 마십시오!” <사진/김수광 기자>

▲ 바둑팬 여러분! 많이 응원해 주십시오! 영화는 내년 여름을 전후해 개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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