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싸움꾼들의 격돌은 흥미만점이었다.
최철한 9단과 이세돌 9단의 맞대결. 제56기 국수전 4강전에서 두 사람이 만나 최철한이 승리했다.
이세돌에게 16승 23패로 밀리고 있는 최철한이었지만 이날만큼은 화끈하게 이세돌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석도 없이 난타전으로 출발한 이 바둑에서 최철한은 패싸움을 잘 이용해 앞섰고 나중엔 상변에서 결정타를 날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철한은 국수전에서 3번 우승(47기ㆍ48기ㆍ54기)을 차지한 바 있고 이세돌은 2번(51기ㆍ52기) 우승해 봤다.
이세돌은 8강전에서 자신을 끌어내리고 랭킹1위가 된 박정환에게 완승을 거두는 등 기세가 좋았지만 준결승전을 거치며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도전자결정전에 오른 최철한은 선착한 민상연과 10월 4일부터 3번기에 돌입한다. 승자는 현 국수 조한승 9단에 대한 도전권을 획득한다.
제56기 국수전 4강전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장소: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날짜: 2012년 9월 26일
결과: 220수 백불계승
▼ 실전진행
▼ 장면1(소문난 싸움꾼들!)
초반의 진행은 소문난 파이터들의 대결답게 포석 없이 바로 전투로 돌입했다.
좌상에서 시작된 전투는 종국 순간까지 번져나갔다. 일류기사들의 전투 감각을 감상해 볼 기회다.
▼ 참고도1-1(돌의 효율을 따지다!)
흑1의 공격에 좌변을 받지 않고 백2로 뛴 수가 좋은 수. 상중앙에 꼿꼿하게 머리를 내밀고 노림을 남겼다. 흑1을 두기 전에 바둑의 형세를 살펴본다면 흑 백 서로 큰 실수가 없었지만 돌의 효율면에서 봤을때 ▲가 이상한 위치에 있어 백이 아무래도 편한 국면으로 보인다.
▼ 장면2(최철한의 날카로운 수읽기)
백1이 흑의 약점을 찌르는 수. 백7이 콤비네이션으로 중앙에서 흑의 약점을 찔러간 것이 날카로웠다. 이후 44까지.
▼ 참고도2-1(백의 수읽기)
실전에서는 이 그림 흑10으로 흑16의 자리에 찝었는데, 부분적으로는 지금처럼 나와서 한점을 잡는 것이 정수다. 하지만 백13의 자리에 돌이 오면 좌변 젖힘(백15)이 성립된다. 즉 백은 13의 자리가 선수라 보고 중앙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 참고도2-2(백 욕심)
흑3에 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백4로 잇는 것도 얼핏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흑이 패를 하지 않고 사석작전을 하는 것이 좋아 흑 우세.
▼ 참고도2-3(백 우세)
실전에서 흑11로는 a의 곳에 뛰어 버텼는데, 지금처럼 이어서 패를 해소한다면 하변에서 쉽게 터를 잡아 백이 좋다.
▼ 참고도2-4(패 공방, 이세돌의 버팀)
중앙에서 패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백은 약간 이득을 보며 살아도 충분한 형세. 백24의 팻감은 흑에게 기분 나쁘다. 흑25는 버티는 수로 백이 귀에서 한 번 더 잡으러 온다면 a에 붙여 패를 하겠다는 의도다.
▼ 장면3(수명을 단축시키다)
흑2가 수명을 단축시킨 수로 결국 팻감이 부족해 좌상귀를 잡혀서 손해. 수순 중 팻감 백9가 나중에 좌하귀의 수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 참고도3(버티는 길)
흑이 조금 불리하지만 큰자리를 두어 가는 것이 길게 가는 길이었다.
▼ 장면4(이세돌 길을 잃다)
흑은 패를 하다 우상은 제압했지만 좌하에서 백이, 끼워 둔 수를 활용해 패를 내면서 흑이 곤란하게 됐다. 백은 즐거운 패. 흑은 가까스로 이 패를 이겨 좌하를 잡았지만 그 대가로 상변에서 백에게 연타를 당해 이 후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 참고도4(백 확실한 길)
잠깐 좌하귀 공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면, 백1로 다시 늘었을 때 백이 그냥 잡히는 형태는 아니다. 실전에도 백의 꽃놀이패가 나 흑이 곤란했지만 더 곤란하게 할 수도 있었다. 백19의 먹여침이 좋은 수법으로 더 확실했다.
▼ 장면5(최철한 국수를 향해!)
우상을 연타해서는 백의 완연한 우세. 최철한은 마지막까지 강수로 일관해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전투에서 뛰어난 종합적 수읽기로 '독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 참고도5(던진 이유)
좌상의 사활은 부분적으로 흑1로 밀고 들어 가는 것이 좋아 패가 나는 형태. 하지만 중앙의 a의 곳의 패가 있어 양패 형태이므로 흑이 안 된다.
[ 해설 | 키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