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졸도사건(?)의 전말
쓰러진 이창호, '독기'품은 김지석!
▲ 천스위엔 9단과의 8강전 대국종료 직후 함께 복기를 나누는 이창호 9단
2011-11-25 오후 7:37
씨에허와의 4강전, 승리는 부동이었지만 '신산' 이창호가 마지막 끝내기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모두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이9단의 대국시간은 이미 7시간을 넘어가고 있었고, 동생 이영호 씨와 기자는 "혹시 또 몸에 이상이 생겨 끝내기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섞인 대화를 나누며 불안한 마음으로 대국을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창호 9단은 보란 듯이 완승을 거뒀고 국후 마지막 끝내기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는 좀 본 것 같은데 집으로 워낙 앞서 있어서 어떻게 둬도 대세에 지장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쓰러진 이창호, 감동의 결승!
21일 열렸던 LG배 8강전 후 이창호가 졸도(?)했다는 기사가 일부 중국사이트에 나와 인터넷을 달궜다. 물론 중국식 과장이 섞인 보도였다.
사실은 이렇다. 이창호 9단은 천스위엔 9단과 간단한 복기를 마치고 자리에 일어서서 대국장을 나오는 중 어지러움을 느껴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잠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놀란 계시원과 천스위엔의 부축을 받아 마침 비어 있었던 옆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안정을 취했고 바로 화장실을 들른 후 호텔로 돌아갔다.
이9단이 대국 후에 쓰러진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에 중국에서 또 최근에는 KBS 바둑왕전에서 대국을 마치고 스튜디오에서 쓰러져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이런 현상은 어린시절부터 오랜 시간동안 대국을 하며 직업병처럼 가지고 있던 상기증이 나이가 들면서 심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중국사이트에 나온 내용처럼 '쓰러질 때 큰 소리가 나서 놀랐다'는 말이나 '기절했다'는 표현은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
중계관리도 맡았던 기자는 인터넷 회선이 불안정했던 이번 대회에서 대국장 출입이 유난히 잦았다.
원성진, 허영호의 대국장과 달리 김지석, 이창호가 대국했던 방은 바닥이 마루였고 조그만 소리에도 크게 울려 대국장을 오갈때 발걸음 소리도 아주 조심해야 할 정도였다. 큰 소리가 난 것은 이창호 9단이 심하게 쓰러진 것이라기보다는 그 방의 특성 때문이었다.
'천스위엔이 던졌다'는 소식을 듣고 대국장으로 달려가 복기사진을 찍던 기자가 검토실로 돌아와 인터넷 대국결과를 내고 다시 대국장을 찾았을 때 이창호 9단은 자리에 없었다. 즉 일련의 사건은 아주 짧은 시간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바둑 국보 이창호 9단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창호 9단의 동생 이영호씨는 "양방과 한방, 제3의 치료 등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어떤 것도 효과는 없었다." 며 고개를 저었다.
이창호 9단이 결승에 오른 후 몸 상태에 관해 묻자 "오랜만에 3시간 대국을 두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에 오기 전에 몸관리를 소흘히 한 것이 원인이다. 어제 발안마를 받고 호텔 방에서 푹 쉬어서 4강대국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고 귀국길에도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독기' 품은 김지석, 달라진 바둑관
4강 직후 장웨이지에 5단에게 인터뷰를 하는 사이 김지석 7단은 혼자 조용히 대국장을 떠났다. 물론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이후 저녁식사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아 걱정된 한 LG배 관계자가 오후 11시 경 김지석 7단에게 연락을 취했다. 잠시 후 내려온 김지석 7단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거듭된 식사권유에 "밥 대신 차라리 술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입맛은 없는 듯 했다.
허기를 채울 안주거리와 맥주를 사온 자리에서 김지석 7단은 "바둑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패배가 그렇게 아프지 않았는데 이번에 승부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그 날 저녁 김지석 7단과 함께한 관계자는 "김지석 7단이 올해 비록 삼성화재배와 LG배에서 모두 4강멤버에만 머무르고 말았지만 내년에 한번은 반드시 우승을 할 것이다. 두고 봐라."고 느낌을 전했다.
베이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김지석 7단의 손에는 사활문제가 보이는 스마트폰이 꼭 쥐어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