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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중국 일인자였던(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 콩지에 9단이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한국의 신예 나현 초단에게 패한 뒤 괴로운 표정으로 일어서고 있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제16회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중국 구리 9단과 콩지에 9단에게 패해 한국이 기운을 잃었을 때 16세의 초단 나현이 콩지에 9단을 꺾고 화려하게 날아오르면서 새 희망이 솟구치게 했다. 이번 삼성화재배 16ㆍ8강에서 나현 초단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서 바라본 시선이면서 동시에 문제없이 객관적인 판단이다.

보도사진들은 그래서 나현 초단을 비춘다. 그런데 사진을 점검하다 발견한, 반대편 각도에서 종국 직후를 바라본 한 컷이 새롭다.

나현 초단의 등 뒤로 쓸쓸히 일어서는 거인의 뇌리엔 어떤 것들이 스쳐 갔을까. 나현 초단과 대진이 결정되었을 땐 당연히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으리라. 게다가 전날엔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둬 컨디션도 최상이었을 것이다. 나현 초단과의 대국도 초반엔 콩지에 9단이 확실히 우세했다.

그랬기에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한국의 어떤 기자는 콩지에의 대국 자세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의 자세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여실히 드러내는데 승부사 본연의 자세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집념이 강한 만큼 패배도 쓰라렸을 것이다. 나현 초단에게 축하를 콩지에 9단에게 위로를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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