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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군은 어린 시절 바둑TV를 즐겨봤다. 단수조차 모르는 어린이였지만 바둑판 위에 바둑알이 놓이는 걸 신기한 듯 바라봤다. 보통 아이들은 한참 만화에 빠져 있을 시간에 양 군은 지치지도 않고 바둑TV를 시청했다. 바둑 중급의 실력이었던 아버지 양상열 씨(50ㆍ현 사이버오로 3단)는 아들의 그런 모습이 그저 좋았다. 양 군은 7살이었다.
6개월쯤 지나 아버지 양 씨는 아들을 바둑교실에 보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네 가족은 인천에 살았다.

양 군은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바둑교실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섭도록 강해졌다. 2년 정도를 다녔다. 양 군의 아버지는 과외를 시키기로 결심한다. 수소문해 강자를 찾아냈다. 지금 월간 바둑 기자로 활동 중인 연구생 출신 강자 김정민 씨였다. 김 씨는 약 2년간 양 군을 맡아 가르쳤다.

“당시 양 군은 제가 만나본 유망주 중 가장 강했어요. 처음엔 선 치수였고 실전대국 위주로 가르쳤는데 얼마 후엔 양 군이 너무 강해져서 감당이 되질 않았지요. 한번은 친하겐 지내던 신예프로기사(당시 촉망받던)에게 부탁해 양 군에게 지도기 몇 판을 두게 했는데 11살이던 양 군이 호선에도 이기곤 했어요. 전 양 군이 금방 프로가 될 줄 알았습니다.”

양 군은 인천지역연구생으로 2006년부터 1년 정도 있었다. 김정민 씨는 아버지 양 씨에게 아들을 서울의 도장에 보낼 것을 권유했다. 양 군에게도 혼자 서울로 유학가는 것, 부모님과 떨어져 하는 기숙사 생활은 어떤 것인지 설명해줬다. 양 군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워낙 어렸고, 마음도 여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어린 아들을 혼자 객지 생활을 하게 하는 게 내키지 않았다. 또한 바둑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으므로 도장 등 교육기관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가정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아버지는 인천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한복집을 하시는 대구의 고모할머니 댁으로 거처를 옮겼다. 가족이 떨어져 살게 된 것이다. 양 군은 어머니를 따라 대구에서 생활하게 됐다. 양군은 대구 지역연구생이 됐다.

대구는 다른 지역이 그렇듯 바둑을 배우기에 척박한 환경이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생활했고 그곳에서 도장생활을 했다. 한국기원 대구 분원 연구생은 양 군을 포함해 2명뿐이었다.

대구에서 스승은 없었다. 최신기보를 늘어놓아 보고 온라인 대국을 하는 게 양 군의 공부방식이었다. 묘수풀이를 무척 좋아해서 난이도 있는 문제를 매일 수십 개씩 풀었다. 간혹 만들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공부하면서 약 3년이 지났다. 결과는 '그저 그랬다'. 실력이 줄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느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방황이 시작됐다.

양 군은 온라인 게임에도 빠졌다. 하루 몇 시간 하는 것에 불과하긴 했지만 프로가 되려면 자신을 처절하게 매질해야 하는 경쟁 속에서 그것은 위험했다. 바둑이 그토록 좋았던 아버지는 괜시리 바둑이 보기조차 싫어졌다. “진작에 도장 생활을 시켰더라면 좀 더 입단이 빨라졌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입단이 확정된 후 아버지 양 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어머니가 겪는 불안도 컸다. 어머니 박미나 씨(43)는 바둑을 잘 모른다. 아들이 입단하고 나서 받은 대국통지서를 받아보고선 거기에 적힌 대국료를 아들이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돈을 준비했을 정도다. 그저 아들이 좋아하는 게 바둑이니까 시켰다. 학업을 그냥하게 할 걸 하고 생각한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아들의 프로수업이 차질이 빚는 것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양 군은 방학 때만이라도 도장 수업을 받기로 했다. 단기간이나마 서울의 장수영바둑도장에서 프로기사들의 조언을 듣고 단점을 보강했다. 초반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고 대량으로 기보를 봤다.

한 주마다 본 기보가 수백판이었다.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력도 보강했다. 하루에 팔굽혀펴기 20~30회를 꾸준히 했다. 체중이 50킬로그램도 되지 않아 전부터 아버지와 산에도 다니곤 하던 터였다. 체력이 약해 장시간 바둑을 둘 수 없을 정도였지만 입단 무렵엔 그런 것은 다 사라졌다.

양 군은 22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2회 지역연구생 입단대회를 통과하며 프로로 데뷔했다. 만16세. 대구 지역 연구생이 지역연구생 대회를 통해 입단하기는 처음이다.

이제는 입단했다. 온라인으로 수도 없이 상대했던 중국 일본의 기사들과도 얼굴로 만나게 되는 게 설렌다. 구리 9단과 하루 빨리 대국해 보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세돌 9단을 좋아한다는 양 군은 이 9단 바둑의 거침없고 재미있는 점을 흠모한다. 자신은 유리하면 물러서다 진 적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전투력이 약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를 지켜본 프로ㆍ아마 강자들은 양 군이 전투를 먼저 거는 타입은 아니지만 난전에서 실타래를 푸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기전 본선에 오르는 게 당장의 목표라는 양우석 군. 인품으로도 존경받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인터뷰/ 양우석, 11살에 프로와 호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