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5번기에서 이세돌 9단이 구리 9단을 짜릿한 3:2스코어로 꺾고 BC재선에 성공했다.
극강의 수읽기로 무장한 이세돌과 초반감각과 중반 운영력이 탁월한 구리 9단의 대국은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바둑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국 패배 -> 2국 추격 -> 3국 역전 -> 4국 패배 -> 최종국 승리'라는 결승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매 대국마다 화려한 전투로 초반을 열며 이어지는 접전의 내용도 만만치않게 흥미로웠다.
'끝내기', '형세판단', '두터움', '수읽기', '대국관'등 현재 바둑의 승부에서는 다양한 가치들이 백가쟁명하는 시대이지만 무엇이 바둑의 정답인지는 현재의 '강자'가 주장하고 '승리'로 입증하며 발전해가고 있다.
이세돌은 이번 결승 5번기를 통해 승부에 있어 '수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기고 지는 승부가 거듭되면서 구리 9단은 이세돌 9단이 내는 숙제를 풀기위해 녹초가 되었고 결승 5국은 결국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초반 좋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강점인 중반 운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결승 최종국 최철한 9단의 해설과 실전 복기에서 나왔던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의 복기내용을 소개한다.
제3회 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최종국
●이세돌 9단 ○구리(古力) 9단(中)
장소: 서울 성동구 홍익동 (재)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1년 4월 28일
실전- 이세돌 9단 207수 흑불계승
이세돌 9단은 이 대국의 포인트 한 곳을 지적해 달라는 질문에 바로 우변과 우상귀를 지목했다. 결승 4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했고 결승 5국에 대해서는
"초반은 나빴지만 실전진행에서 우하귀를 확실히 살고 우변 마늘모로 이어진 백 두점을 확실하게 제압해서는 이전에 약간 불리했던 형세를 단번에 만회했다"고 말했다.
이쪽에서 바둑의 큰 틀이 잡힌 후에도 형세는 약간 요동쳤지만 이미 흐름은 이세돌 9단에게 넘어와 있었다.
무난하지만...
돌가리기에서 흑을 잡은 이세돌 9단. 그래서 선택한 중국식 포석은 결승1국에서 4국까지 계속 밀렸던 초반을 무난하게 넘어가자는 의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20수를 못 넘기고 흑이 약간 불리해보이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역시 끊어야 할 곳을 놔두고 무난히 지키는 포석으로 가는 것은 '이세돌'의 바둑이 아니다.
참고도 진행은 이세돌 9단은 단호하게 "백2가 너무 좋아서 안된다."는 뜻을 밝혔다.
젖힘의 타이밍
최대한 능률적으로 돌을 활용하는 이세돌 9단답게 흑의 '1선 젖힘' 타이밍이 절묘했다. 물론 참고도처럼 걸려들 일은 없겠지만 자충의 맥으로 이후 백을 분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중앙을 뚫어 나갔지만 귀가 막혀 형세는 여전히 흑이 나쁘다. 그 이유는 우하귀의 '맛'과 연관되어 우변의 두터움을 큰 집으로 볼 수 없다는 점때문이다.
선수 빅 : 흑의 마이너스 한 집
귀는 백이 선수로 빅을 만드는 수가 있다. 참고도의 수순진행에서 한 점을 손해를 보는 것도 마음아프다.
백의 만족
우하귀 사활관계로 내려섬이 지금은 선수가 된다. 하지만 구리 9단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어준다면?
그냥 잇는다면 넘어가는 수를 방지할 수는 있지만 패맛을 남겨놓고 백이 우변을 먼저 움직이면 대응이 어려워진다.
변화
실전은 귀를 흑1로 지켰다. 만약 백이 참고도 처럼 단수쳐 석점을 잡으면 백이 넘어가는 수가 없기 때문에 우변의 전투가 크게 달라진다.
타이밍이 어려웠다.
1선의 뻗는 수는 아직도 선수다. 받지 않으면 참고도의 수순으로 귀가 모두 잡히고 만다. 이세돌 9단도 국후 "그냥 넘어갔으면 좋지 않았는가?"라는 의견을 말하자 구리 9단이 "타이밍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중반승부처에서 결과는?
백이 젖히고 흑이 끊어간 곳부터 16수 진행된 구간에서 수읽기대결이 이 대국의 하이라이트다. 실전은 이세돌 9단의 우세였다.
결론만 놓고 보면 흑은 우변삭감을 당해주었지만 우변 두점을 제압하고 귀를 확실히 살았다. 일단 흑은 집으로만 10집, 선수빅의 -1집을 감안하면 11집을 벌어들였다. 복기 중에 이세돌 9단은 이렇게 정리된 것은 "컸다"고 말했다.
백이 가장 큰 곳인 좌하귀 삼삼을 지키자 이제 선수는 흑에게 돌아왔다. 이세돌 9단의 다음 착점은 B였지만 가장 일반적인 A로 지키는 것이 좋았다고 후회했다.
이후에 형세의 요동은 있었지만 종반으로 갈수록 이세돌의 승세는 굳어졌고 구리 9단이 투석전은 한 집반정도의 차이였지만 그것도 이세돌 9단이 끝내기에서 2집 손해를 보고 냉정하게 물러선 결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