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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암도장, 꿈나무 반 원생들이 함께 모였다

- 3대도장 통합 충암도장, "무엇보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 좋아한다"
- 허장회 9단 "다양성을 보장하는 환경, 좋은 교육에 최선 다할 것"

"아마 깜짝 놀랄 거에요, 직접 한 번 가서 보세요"
- (김영삼 월간바둑 해설위원, 전문기사 8단)

'허장회 도장, 양재호 도장, 유창혁 도장'의 3대 바둑도장이 통합한다는 소식은 바둑계 내에는 한 1년 전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래 바둑 전문 도장마다 가르치는 지도사범과 시스템이 조금씩 달라 교육적 특색이 강해 쉽지 않으리라 많은 이들이 예상했지만 올 2월 말, 이 3대 도장 원생과 지도사범들이 모두 한 곳에 터를 잡고 한 울타리에 지내기 시작했다. 소리소문없이 3대 도장의 원생들과 지도사범들이 모여 공부한 지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통합 도장의 이름은 그 누구의 이름도 따르지 않은 '충암 도장(정식명칭은 충암 바둑도장)'이다. 분위기는 어떨까? 최근 새로 터를 잡은 충암도장에 나가 '때 늦은(?)' 바둑 공부에 열심인 김영삼 8단에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씨익 웃으며 대답이 돌아온다.

"직접 가서 보면 안다."

3월 16일 저녁, 서울 충암고등학교 옆, 충암 스포츠문화센터 6층에 자리잡은 충암도장을 찾았다. 원래는 2010 한-중 아마 연승대항전서 4연승을 거둬, 한국의 우승에 공을 세운 이상헌 선수도 그곳에 있어 겸사겸사 만나보고자 하는 계기가 있었다.

이상헌 선수는 저녁시간 실전 대국중이었고, 다른 원생들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두 공부에 열중이었다. 충암도장의 양우정 실장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도장은 이제 거의 정리가 되긴 했지만 아직 손 볼 것들이 있어서, 인터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잘 못 왔나? 엘레베이터를 타고 들어선 복도가 어쩐지 도장치고는 너무 넓은 것 같다. 도장이 맞다. 건물의 6층 전체를 통으로 쓰고 있는 이 충암도장의 실평수는 340평이다. 국내에 등장한 바둑 전문 도장중 단연 최대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쾌적하고 넓은 연구실, 그리고 진지하게 공부하는 원생들보다 더 눈에 들어 온 것은 안에 있는 기숙사 시설이었다. 충암도장에 들어온 원생 80명중 6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고, 지도사범과 충암도장에서 원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프로기사들 10명 넘게 원생들과 똑같이 합숙 생활을 한다.

충암도장은 허장회,최규병,양재호,유창혁 9단의 4인이 주축이 되어 통합했으며, 허장회 9단이 통합도장의 원장을 맡는다.

특히 기숙사는 대학의 기숙사 시설만큼이나 훌륭했다. 통합 충암도장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양우정 실장과 지도사범들에게에게 이런 환경이 구축된 과정을 간단히 들었다.

어린 아이들이라도 개인 공간이 필요
바둑 수업, 교육의 다양성 확보

- 이전 도장의 합숙환경은 아파트나 빌라를 얻어서, 저녁이 되면 방마다 이불피고 자는 것이었다. 이곳 기숙사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다. 이 기숙사에선 공동생활이지만 개인 침대와 개인 가구를 가질 수 있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최소한의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런 환경을 갖춰 기쁘다."

◀ 이상헌 아마 7단, 한참 후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몇마디 안부가 오고갔다. 공부가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상헌은 '요즘은 다들 강하다'며 웃는다. 작년 한중아마대항전에서 4연승을 거뒀고 현재 충암도장에서 공부하고 있다.

- 사실 이런 시설을 갖추려면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허장회,최규병,양재호,유창혁 9단 이렇게 네분의 사범님들께서 교육적 환경에 투자하는데 자금을 아끼지 말자고 결정하셔서 이런 환경이 가능했다. 개별 도장으로 운영할 때의 환경을 개선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

- 충암 중,고등학교에서 바둑 특기생으로 다니는 원생이 많다고 들었다. 또 도장 주변에 학교가 굉장히 많다.
"아이들은 충암 학교에서 제공하는 식단으로 세끼를 해결할 수 있다. 밖에서 사먹는 경우, 맛이 있더라도 간이 너무 강해서 아이들에게 계속 사먹여도 좋을지 고민이 컸는데 교직원이 먹는 수준의 교내식으로 이것이 해결됐다.
정규학업과 운동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받게 됐다. 바둑 특기생들도 반드시 학교수업을 받아야 한다. 원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바둑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규 학업에도 관심이 크고 수요가 있다. 학부모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이 학교 수업도 제대로 받고, 바둑공부에도 매진할 수 있어 좋아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도 하고, 건물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 "

- 특색이 강한 3곳의 도장이 통합됐다. 모이면서 나름 진통이 있지 않았을까?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꼭 빼놓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통합에 대해선 적어도 1년넘게 고민이 있었다. 계속해서 도장 교류전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익혔고, 서로의 지도사범들과 원생들이 다른 도장이라고 느끼지 않을 만큼 가깝게 지냈다. 그냥 통합하는 게 유리하니까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을 보낸 게 아니고, 이런 오랜 과정과 고민을 거쳐서 자연스럽게 모였다."


- 지도사범은 어떻게 구성하고 있나? (통합 전 부터 전담 지도사범이 많았고 이 시스템은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관리를 중점으로 하는 사범과 복기 및 특강, 지도기 등을 하는 지도사범으로 나눠져 있다. 전담지도사범은 바둑지도는 물론 원생들의 생활까지 포괄하는 담임선생님 역할을 한다. 이상훈 9단, 한종진 8단, 이정우 7단, 김대용 4단이 바둑지도 및 원생관리를 하고 이영구, 이희성 사범을 비롯한 많은 프로들이 바둑지도를 맡는다. 연구생리그에 끼지 못한 원생을 대상으로 주말만 지도를 맡는 사범도 있다.
또 지도사범 처럼은 아니지만 원생들과 같이, 같은 스케쥴로 똑같이 공부하고 합숙하는 프로기사들이 있다. 박시열, 이춘규, 진시영, 황진형, 강훈, 김누리, 최정, 나현 등이 도장에서 원생들과 합숙을 하고 있고, 평상시에 다른 프로기사들도 자연스럽게 충암도장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 지도사범의 역할을 세분화한 이유는?
"가르치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적성에도 맞아야 한다. 실력이 센 프로들이 일부분 특강을 잘 할 순 있겠지만 전체적인 관리와 교육은 힘들 수 있다. 아이들도 교육에 대해 반감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담지도사범들은 아이의 환경, 성격 등을 파악하고 언제든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학부모와도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 아이의 여러가지 상황등을 종합해 도장의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 도장이 통합되고 나서 달라진 환경이라면?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게 더 많아졌다. 기숙사 시스템과 가까운 충암학교의 특기생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까먹는 시간이 줄었다. 아이들이 이동하는 시간을 염려하는 게 지도사범들에겐 굉장히 스트레스다. 또 원생들이 기숙사등에서 자기 공간을 가지니까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됐다.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하루의 일과가 끝난 시간에도 공부를 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 통합이 되니까 3도장 교류전 등으로 개별 도장에서 뭔가를 하는 것보다 장점이 많을 것 같다.
" 전에는 자기 수준의 경쟁자가 두명정도, 많아야 서 넛이었는데 통합하고 나서는 여섯에서 여덟로 늘었다. 원생이 80명이니까 자체 리그전의 수준도 연구생 리그 만큼이나 수준이 높아졌다. 지금은 긴장감이 한껏 높아져 있다. 타 도장과의 교류전도 필요하다. 장수영 도장과의 교류전도 준비하고 있다. 유창혁 도장에 책이 굉장히 많았고, 다른 도장에도 각자의 바둑 쿼리큘럼들이 있었다. 이런 책들 중 겹치지 않고 필요한 자료도 모두 가져왔다. 도장내 인력이 없어서 하지 못하던 것들도 이제는 지도사범들이 일을 분담하면서 아이들이 더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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