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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이 대회를 끝내면서 최종 주자로 기다리던 이창호도 부담을 날려보낼 수 있게 됐다.

연초 벌어진 2개의 국가대항전은 한국 바둑계에 엔도르핀이 한껏 솟게 했다. 농심신라면배와 여자단체전인 정관장배다. 둘 다 연승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올해는 종전과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농신신라면배는 이창호가 12번의 대회 중 8번을 마지막 주자로 나와 승리했다. ‘마지막에 나올 선수는 으레 이창호이며 그가 그전까지의 한국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흐름은 어느새 굳어진 패턴이 됐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2차전 후반부터 최철한이 등판해 일본 다카오 신지의 연승을 끊고 나서 3차전도 내리 3판을 이겼다. 최철한은 이렇게 4연승을 거두며 한국에 우승을 이끌었다.

최종라운드를 지배했다. 주장 이창호의 손을 거치지 않고 우승하기는 10회 때 이세돌 우승 견인에 이어 두 번째다.

정관장배는 1차전, 즉 초반인데도 긴장과 전율 만점이었다. 기자들은 해외 출장 때 언어 문제도 있고 해서 국내 취재보다는 신경 쓸 게 많다. 또, 같은 해외 출장이라도 1차전과 최종전(보통 3차전)은 느낌이 다르다.


최종라운드는 우승 국가가 언제 나올지 모르므로 긴장 속에 결산 기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좀더 긴장하게 되는 것. 1차전이라면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취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1차전을 취재한 기자들은 한국에 돌아온 뒤 무척 피곤해했다. 그러면서도 환희를 머금은 듯한 미소를 띄는 표정들이었다. 문도원 2단의 7연승(1차전 전승)이 몰고 온 영향이다.

문도원이 중국과 일본의 정예 기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동안 한국 팀 동료들은 연일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예의 주시하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 대국할 기회를 얻지 못해 ‘즐겁게 김빠지는(?)’ 역설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이번 두 개 대회에서 중국은 아픔 두 배였을 듯싶다. 지난해 말 중국은 그토록 염원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모두 놓쳤다. 한국이 3개를 모두 가져갔다. 아시안게임은 단체전이었고, 그래서 추락한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단체전 성격의 기전 농심신라면배와 정관장배에 무척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농심신라면배의 대표 구성은 아시안게임 남자 팀과 비슷했다. 최철한ㆍ이창호 9단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그래서 설욕 욕심이 있었던 것인데, 중국은 다시 완패했다.

정관장배는 아시안게임 때의 대표가 한 명도 없었다. 어찌 보면 중국 여자 팀은 내심 김이 샐 듯도 했지만 중국으로선 결과적으로 그것이 더욱 참담한 이유가 됐다.

아시안게임 여자상비군으로 일찌감치 나와 대표가 되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던 문도원ㆍ박지연ㆍ김미리. 세 사람은 상비군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대표가 되는 데는 실패한다. 그러곤 정관장배 대표가 됐다. 그중 한 명 문도원 2단이 첫 타자로 나선 것이다. 한 맺힌 상비군 출신 문도원은 아시안게임 대표가 상당수인 중국 기사(물론 일본도)를 연거푸 물리치며 위업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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