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드렁하게) 통과했어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부모님께 세계대회 본선진출을 알리겠단다. 장수영 도장 문하의 3총사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프로기사인 안국현과 두명의 아마추어 기사인 홍무진과 김진휘가 그들이다.
26일, 서울홍익동 한국기원 2층대회장에서 프로기사인 안국현 2단과 연구생 김진휘는 대국을 먼저 끝내고 연구생 홍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3회 비씨카드배 통합예선을 끝마친 참이다. 김진휘는 이보다 앞서 중국의 강자 '구링이'를 잡았다. 4층 본선대국실서 대국을 치른 구링이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2층 대회장을 동료들과 들렀다가 황망히 대국장을 떠났다. 춘란배에서 이창호 9단을 이겨 주목받았던 구링이였다.
홍무진은 그보다 훨씬 늦게 대국을 끝냈다. 한국의 프로, 최기훈을 상대로 힘든 싸움을 펼쳐 제3회 비씨카드배 본선64강에 들었다. 계가와 짧은 복기시간동안 엄숙하기 그지없었던 홍무진의 표정은 같은 도장의 선수들을 만나자 환하게 피었다. 안국현, 김진휘 모두 본선에 들었기에 표정이 더욱 밝았다.
2층 대회장 대진표앞에서 벌어진 세 선수의 입담을 짧게 소개한다. 주로 홍무진 선수에게 물었고, 셋이 함께 답한 경우도 많았다.
- (홍무진에게) 소감이 어떤가?
"너무너무 기쁘다. 뭐라 말할 수 없다. 정신이 없다."
- 본선에 들었으니 이제 목표는?
"입단이다"
- 응? 아니 그거 말고, 이 대회 본선 말이다.
"아. 본선에선 '탑랭커'들과 대국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 가령, 뒤에 있는 안국현 같은 프로말인가?
".....(큭큭큭)"
"안국현은 너무 바쁜 프로다. 너무 바빠 도장에서도 자주 두지 못한다. 대기사다. 둘 수 있다면 영광이다."
- (안국현 2단에게) 이들의 기풍을 평한다면
"수읽기가 볼 만하다. 앞으로 더욱 잘 둘 것이다. 이미 내가 평가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본다."
- 안2단의 평가가 맞나?
"평소에 하던 말과 매우 다르다"
- 부모님께는 오늘의 일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그냥 별일 아닌 듯이 '통과했어요' 이러나?
"정곡이다. 진짜로 그런다. 별 일 아니라는 듯,(여기서는 같이 기뻐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 것이다."
- 세명 모두 힘든 과정이었을 것 같다.
"(안국현 2단) 일요일에 한국리그 결승전이 있어서 4일 연속 대국을 뒀다. 힘들었다. 그래도 다들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여기 있는 모두가 이기게 됐다. 컨디션이 나빠야 본선에 가는 가 보다."
- 혹시 노숙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나?
"(홍무진) 가끔 듣는다. 그렇지만 지금 고2가 된다. 하하하"
- 통합예선보다 아마추어 예선 통과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런 면도 있겠지만 프로들과의 싸움이 확실히 더 어렵다."
예선결승서 탈락해서 대진표를 확인하는 선수들도 주변에 많다. 너무 오래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다같이 화이팅!"을 외친 후 삼총사는 2층 대회장을 떠났다. 장수영 도장 '삼총사'의 모습은 오는 1월 29일의 본선64강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씨카드배의 우승상금은 3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