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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급기사 김성룡, 2004년 전자랜드배를 우승하며 9단에 올랐다

"하하. 이제부턴 저를 보급기사라고 불러주세요" (2004년 김성룡 9단이 자주 하던 말)

지금도 잘 나가는 프로기사지만, 방송과 시합 양쪽에서 한창 잘 나갈 때의 김성룡 9단은 스스로를 보급기사라고 불렀다. 이제 공식시합에서 큰 성적을 올리기는 글렀고, 방송과 보급에 집중하겠다는 농담이었다. 김 9단은 바둑계의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보급기사'라는 농담을 '참 많이'도 했다.

2004년, 이런 농담을 모두가 웃고 즐길 때, 김성룡 9단은 당시 국내최대기전이었던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4강 진출이나 준우승도 아닌 '우승'이었다. 승부세계를 떠나 방송계에 투신한 자칭 '보급기사'가 살기등등한 프로 승부사들을 모두 이기고 타이틀을 따낸 것이다.

당시, 생애 첫 타이틀 획득한 김성룡 9단의 기뻐하는 얼굴보단 동료기사들의 얼굴에 스쳐지나가던 'X씹은 듯한 씁쓸한 표정들'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동료기사들은 살짝 뒤틀린 심사를 결코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다만 스스로 '보급기사'를 자처하는 선수에게 승부사의 꿈을 진지하게 모색하던 기사들이 '한 방'허용한 꼴 같아 뭔가 크게 속은 것 같기도 하고, 김 9단이 방송해설과 승부, 양쪽에 발을 걸치며 양쪽 다 성공하는 모습이 갑작스레, 은근히 얄미워지기도 했던 것 같다.

김 9단은 타이틀자로서의 대우도 확실히 받았다. 2004년과 2005년 당시는 한국 랭킹이 없을 때라, 타이틀 보유자 우선으로 세계대회 국가 시드를 배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타이틀을 따더라도 랭킹이 낮으면 그 때만한 대우를 받기 힘들다. 2005년, 남들은 한해에 한 번 나가기도 힘든 세계대회 본선이었지만, 김 9단은 타이틀자에게 부여되는 시드를 받아 본선부터 신나게 참여할 수 있었다. 김 9단은 방송만이 아니라 승부에서도 복받은 인물이다.

2010년, 김성룡 9단이 진짜 '보급'을 선언했다. 이번엔 농담이 아닌 진짜다. 기사회장 최규병 9단의 말이 도화선이 됐다.

최규병 : "젊은 친구들이 말만하지 움직이지를 않아"
김성룡 : "그래요? 그럼 제가 보여드릴께요."

바둑TV와의 인터뷰에 나선 김성룡 9단은 보급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생각을 보여준다. 김 9단은 " 지금까지 시합과 방송에 모두 열심히 했다. 이제 더 공부할 수 있는 나이는 지났고, 해 볼 만큼(능력만큼) 해봤다. 이제 시합 대신 방송과 보급에 더 비중을 두려고 한다. 보급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다" 라고 말했다.

올해의 주 보급목표는 일반인 바둑동호회, 직장동호회, 그리고 대학바둑의 세 가지다. 앞선 두 곳은 접근이 쉬운데 대학바둑 보급이 어렵다고 한다.

"OB는 괜찮다. YB는 예전보다 규모가 1/10로 줄었다. 그나마 신입생 기우회의 바둑실력은 대부분 18급이다. 요즘엔 1학년도 공부로 바쁘고 2학년 올라갈 쯤부턴 벌써 취업준비로 바빠 바둑이 늘 시간이 없다. 보급이 절실히 필요하다."

확고한 명분과는 달리 보급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실질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다. 수입이 보장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한국기원 같은 단체가 버팀목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보급'에 뛰어는 김성룡 9단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방송과 (프로대국)시합이 주 수입원이었다. 아직 보급은 별반 수입이 되지 않지만 보급이 활성화되면 프로기사들의 수입도 더 늘어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다만 시작부터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시합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시합을 통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그 외의 (나같은) 사람들은 보급을 열심히 해야 한다. 프로들이 보급에 앞장 선 적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앞장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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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제공 | 바둑TV]

PS 첨부기보는 2004년 제1기 전자랜드배 준결승전, 김성룡은 최철한을 이겨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 오른 후, 김성룡 9단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결승3번기에선 김주호를 2-1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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