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이라고 욕좀 먹었는데, 천재라고 써주시는 바람에 욕을 더 많이 먹고 있습니다."
4월 21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10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개막식에서 강동윤 9단이 던진 말이다. 강동윤 9단은 2008년말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천원을 차지하고, 2009년 여름 후지쯔배를 우승하며 비상했으나, 이후 약간의 하락세(?)를 겪었다. 덕분에 '천재기사'라는 뉴스의 소개가 뜰 때마다 큰 욕(?)을 먹게 됐다는 것.
21일 개막식장의 재밌는 '말'들을 찾아가 본다.
○●.. 강동윤(한게임 주장) 9단 "악동이 좋아요."
- 천재와 악동 어느 게 맘에 드느냐는 질문을 받자
- 원래 욕을 좀 먹긴 했는데, '천재'라는 수식어 때문에 욕을 더 먹는다며,
"원래 반항적인 이미지인 '악동'으로 팬분들께 욕을 많이 먹었어요. 어느날 기자분들이 '천재'라고 써주셨는데 악동일때보다 더 욕을 많이 먹어요. '악동'이란 별명이 그나마 나은 것 같아요."
○●.. 최철한,(하이트진로 주장) 9단 바둑과 술, 두가지가 강해야 합니다.
"우리팀 입단조건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한가지는 바둑이 강해야 하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술이 강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팀원들을 보니 모두 두가지를 갖추고 있습니다."
○●..목진석 9단
"우리팀은 3-6장이 모두 강합니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른 사람 걱정없이)1장인 저와 2장인 안조영 9단만 잘하면 됩니다."
목진석 9단과 안조영 9단은 바둑계 '절친'으로 유명하다. '티브로드'에서 나란히 1장과 2장을 맡았다.
○●..최고령 조훈현 9단의 웃음
최고령인 조훈현 9단이 언제 뽑힐가 하는 것이 한가지 관심거리였다. 랭킹이 앞서지만, 우승을 원하는 감독들이 최근에 냉정해져서 절대 조9단을 다른 기사보다 먼저 뽑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충북&건국우유의 김영환 감독은 조훈현 9단을 4장으로 뽑았다. 조훈현 9단의 주변이 술렁였고 곧 조훈현 9단과 주변인사들이 쾌활하게 웃었다.
5장 맨끝쯤에서 선수지명이 될거라 생각하던 조훈현 9단은 4장에 지명되자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주변의 (한국기원, 후원사) 이사님들이 '조국수는 왜 안뽑히냐'느고 자꾸 물어보는 거에요. 그래서 '난 마지막이야. 마지막에 가면 불러줄거야'라고 그랬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불러주네요. 너무 일찍 불러줘서 나 자신도 놀랐습니다. 전년도 성적이 좋지 않아 바둑리그에 나와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좀 있으면 환갑이라 그때까지는 버텨보겠습니다."
○●..박치문위원의 평
4월에 열린 기자단 바둑대회에서 박치문 위원은 조훈현 9단이 한국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조훈현 9단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다만 어린 친구들과 속기대결을 펼치는 건 이제 힘들 것이다. 나이가 들어 초읽기에 몰리면 실수를 피하기 어렵다. 조훈현 9단이 장고바둑 위주로 출전한다면 아직 그 누구도 승부를 장담하긴 힘들 것이고, 최소 5:5의 승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이홍렬감독과 주장 박영훈의 동상이몽?
포스코켐텍 이홍렬 감독은 "주장인 박영훈 9단이 16승을 하면 좋겠지만 15승 1패정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으나, 박영훈 9단 매우 겸손하게 "10승이상은 해보겠습니다."라고 한발 뺐다. 박영훈 9단의 겸손한 대답을 듣고 이홍렬감독은 묘하게 웃었다.
○●..양건의 칼라 - '이창호,박지은'은 얼굴, 승수는 다른 팀원들이 올려야
넷마블은 양건 감독의 팀컬러가 확실하다. 동갑친구인 이창호 9단,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박지은 9단과 송태곤 9단이 모두 한팀이 됐다. 이창호 9단은 '양건 감독의 말을 잘 듣겠다'며 웃었다.
넷마블의 양건 감독은 "(남녀)바둑국가대표랄 수 있는 이창호 9단과 박지은 9단이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팀의) 네임밸류나 실력면에서도 최고죠. 그러나 승수는 (이들이 아닌) 2~5지명 선수들이 채워줄 겁니다. 특히 송태곤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세돌 9단(신안천일염)은 특별한 소감이나 말을 남기지는 않았다. 복귀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으며,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사회자가 묻자, "(딱히...할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으나, 마이크에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 2010바둑리그 선수 선발 (파란글씨의 선수는 보호선수이거나 사전지명식에서 이미 선발된 선수다.
2010 바둑리그 정규시즌은 9개팀 더블리그로 전,후기 리그가 각 9라운드로 총 18라운드, 72게임, 360경기이다. 국내 기전 중 유일한 팀 대항 단체전인 한국바둑리그는 총규모 29억 5000만원의 국내 최대기전이며 우승상금은 2억 5000만원이다.
5판 다승제 승부에서 4번째 대국은 장고대국이며 속기대국은 제한시간 각 40초, 초읽기 5회이며 장고대국은 제한시간 각 1시간,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각 팀 6명(후보선수 1명 포함)씩 모두 54명의 선수들이 5판 다승제로 승패를 가리는 바둑리그의 개막전은 5월 6일 신안천일염과 넷마블의 대국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12월 31일까지 열리는 정규시즌에서 4강 안에 든 팀은 내년 1월 8일부터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바둑TV와 (재)한국기원이 공동주최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2010한국바둑리그는 매주 목/금/토/일로 19시와 21시에 바둑TV로 생방송되며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생중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