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국이 끝난 뒤. 이창호-구리의 뜨거운 복기
아슬아슬했다. 어쩌면 한 판 이기기도 어렵게만 보였다. 그러나 벌써 2연승이다. 목진석 9단은 박영훈과 하네 9단의 판을 해설하면서, 남은 중국의 기사들이 '징글징글'하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 징글징글한 세명의 기사중 류싱 7단과 구리 9단을 이창호 9단이 10일과 11일 연거푸 이겼다. 이제 남은 기사는 중국도 하나, 한국도 하나다.
11일 '이창호-구리'의 바둑을 품평하는 각종 말들을 소개한다.
○●... 연막전술이었나요?
구리를 이겨가는 게 전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의 김수광 기자가 취재했다. 11일 'SKY바둑'에서 농심신라면배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이 한말이다. 8일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이창호 9단은 심한 편두통으로 컨디션이 매우 안좋았었다. 이세돌 9단은 "이창호 9단, 처음에 몸이 안 좋았다고 한 것은 연막 전술 아니었나요?" 라면서 이창호 9단에 대해 놀라워 했고, "정말 이창호 9단의 정신력은 당대 최고입니다(국가대항전에서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자세를 이야기 하는 듯)."라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초중반에 안 좋았는데, 구리 9단의 실수를 이끌어 내는 이창호 9단의 반면 운영 능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네요."라며 이창호-구리의 대국을 총평.
▲SKY바둑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우측), 좌측엔 배윤진 2단, SKY바둑 제공
동생 이영호씨가 이세돌 9단의 해설에 대해 해 준 말이다. 이창호 9단이 2년 전 쯤 이세돌 9단이 해설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이창호 9단은 이세돌 9단이 맡은 대국해설의 정확성과 과감함에 매우 놀랐다고 한다. 한마디로 들을 만한 해설이었다는 것. 이창호 9단도 감동시키는 이세돌의 해설, 이영호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세돌 해설에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는 농담이 진담처럼도 들린다. 설마.
○●... 이창호 9단이 '입을 다물 때가 있습니다.'
한국통인 '이철용' 혁성 사장이 말하는 이창호 통역의 비결이다. 보통 중국기자들이 질문할 때 한국기원에서는 이철용 사장이 통역을 하도록 한다. 이 사장은 5년전까지 중국 월간바둑지인 '위기천지'의 기자였다. 다음은 이철용 사장의 방법론이다.
'이창호 9단의 통역은 어렵습니다. 게다가 워낙 조용하게 말하니 잘 안들리잖아요. 귀를 바싹 대고 최대한 집중합니다. 예민한 질문은 덜 예민하게 바꿔줍니다. 이창호 9단은 예민한 질문을 받으면 한 참 생각하다가, 뭔가 곤란하다 싶으면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대답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 나이가 드니 힘드네요
이창호 9단도 농담을 한다. 물론 낯이 매우 익은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한국기원 관계자가 아침을 먹는 이창호 9단에게 인사를 건네자 이창호 9단이 살짝 웃으며 답변을 했다. "예전에는 안먹어도 버틸만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아침을 안먹으면 힘들어요"
○●... 벌써 넥타이를 매야 하는 것인가?
농심 박준 사장의 말. 이창호 9단이 초반에 좀 불리해서 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벌써 넥타이를 매란 말인가"라고 응수. 우승이 확정되면 당일에 우승국가 시상식이 있고 넥타이를 매고 참가해야 한다는 뜻. - 넥타이는 내일 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복기하는 이창호 9단의 뒤에 동생 이영호씨, 우측에 농심 박준사장, 이창호 9단의 팬이다. 이창호 9단의 승리덕분에 노타이(!) 차림이다. 박준사장의 바로 옆에 이철용 사장.
대화명 '고구려짱'님이 뉴스에 단 댓글이다. - "지금 상해스포츠채널 중계를 보고 있어요. 류스전 해설자가 '구리가 (돌을) 늦게 던져서 이창호 체력을 뺄 필요 있다'고 하네요." , 반면 한국 사이버오로의 인터넷 해설자 한상훈 4단은 "진 걸 알면서 두어야 할 때 가장 괴롭다"고 해설.
12일, 제11회 농심신라면배 제14국, 이창호-창하오의 대국은 목진석 9단이 해설로 인터넷 생중계된다. 대국 시작시간은 오후3시(중국 2시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
◇대표선수 파란글씨가 남은 기사
●○.. 한국: 이창호 9단, 박영훈 9단, 윤준상 7단, 김지석 6단(3연승), 김승재 3단
●○.. 중국: 창하오 9단구리 9단, 류싱 7단,딩웨이 9단, 씨에허 7단(5연승)
●○.. 일본: 하네 나오키 9단(2연승), 야마시타 게이고 9단, 다카오 신지 9단, 이야마 유타 9단, 야마다 기미오 9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