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를 찾아서! shay

shay.

우리말 표기로는 ‘쉐이’가 가장 근사치일 것이다. 사람 이름으로 쓰여 ‘셰이’로 발음하곤 한다. 도대체 무슨 뜻을 지녔나 싶어 네이버 검색사전을 찾아보았더니 chaise의 고어로 주로 ‘마차’라는 뜻풀이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륜마차, 4륜 유람마차, 역마차….



그러나 사이버오로에서는 shay를 ‘사이’라고 부른다. 올해 월간랭킹최강전을 두 번이나(8월, 11월) 석권한 shay 7단★. 세 번 우승한 우승꽝 7단★과 더불어 최대 히어로로 떠오른 그를 ‘쉐이’나 ‘셰이’로 부르지 않고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사이’로 부르는 것은 필시 고스트바둑왕의 간판 캐릭터 ‘후지와라노 사이’를 연상해서일 것이다. ‘사이’하면, “신의 한수를 찾아서”란 이 작품의 슬로건이 숟가락에 젓가락 짝을 이루듯 떠오른다. 

고스트바둑왕의 한 장면. 소년 히카루 뒤에 있는 유령이 사이다.

헤이안시대의 불운했던 천재기사 사이. 왕의 바둑선생이었던 그는 모함으로 사범자리에서 쫓겨난 울분을 삭히지 못하고 자살한다. 신의 경지를 갈구했던 그의 바둑에 대한 한은 영면에 들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날 바둑의 바자도 모르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이(히카루)를 만나면서 혼백(유령)으로 다시 깨어난다. 사이가 히카루를 움직이면서 펼쳐지는 바둑 이야기-고스트 바둑왕이란 만화 한 편은 일본에 굉장한 바둑붐을 일으켰다.

최근 장쉬 9단을 꺾고 20세에 명인에 오르며 일본바둑사를 새로 쓴 이야마 유타 9단도 스스럼없이 ‘고스트 바둑왕 세대’라고 말할 정도다.

11월 월간랭킹최강전 결승에서 잠꾸러기왕 7단★을 2-0으로 누르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사이를 인터뷰했을 때 첫 질문은 당연히 대화명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답이 삼베바지에 방귀 새는 양이었다.

‘사이’의 새 대화명을 공모한 까닭



“언제, 누가 지어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아이디를 만들 때 사이버오로 기자 한분께 부탁했던 거 같기도 한데, 하여간 어쩌다 보니 내가 쓰고 있더라는 표현이 솔직할 거 같다. 하하. 만약 작명해 주신 분이 고스트 바둑왕의 사이를 염두에 두고 지어주신 거라면 한글로 ‘사이’나 ‘샤이’ 또는 영문으로 ‘shai' 같은 대화명을 다른 회원이 선점했기 때문에 부득이 ’shay'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 대화명으로 바둑을 본격적으로 둔 건 올해부터였다. 그 전에는 거의 기보나 생중계를 보는 용도였을 뿐 사이버오로에서 인터넷바둑은 별로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두 번째 우승을 보도한 사이버오로의 홈페이지 뉴스를 보니 새 대화명을 지어달라는 공모 이벤트를 벌였던데….

“바둑을 두는데 대화창에 어떤 관전자께서 shay라는 말이 해외에서는 남녀의 성행위를 뜻하는 좋지 않은 이미지도 있다며 바꿀 것을 권한 적이 있다. 그런 뜻을 정말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이 얘기를 기자 분께 말했더니 아마 팬들에게 공개적으로 작명을 부탁한 거 같다.”

-1등은 월간바둑 정기구독권이 걸렸더라. 마침 공모 마감이 끝났으니 이 자리에서 3명을 직접 뽑아 달라. 사이버오로는 물론 인터넷바둑사이트 그 어디에서도 이렇게 대화명을 공모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 높은 인기를 말해주는 사례인데, 팬들이 추천한 대화명을 사용할 용의가 있는지.

“AKARI 님께서 권하신 SHINee가 가장 마음에 든다. 샤이니(SHINee)는 '빛'이라는 뜻의 명사인 'Shine'에 어미 'ee'를 조합하여 만든 것으로 '빛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는 작명풀이가 멋지다. 2등으로는 요즘 인기드라마의 타이틀로 유명한 ‘아이리스’(가람빌라B 님 추천)를, 3등은 우동한그릇 님이 제안하신 ‘롤러코스터’를 선정하고 싶다. 대화명 교체는 조금 더 장고해본 뒤 결정하겠다. 관심을 보여주셔 감사하다.”

사이는 에스키모인? 카메라를 들이대자 털모자를 '급' 뒤집어쓰고 대국하기 시작. 정체가 드러나면 부담스럽거든요. ^^;;

-이제 바둑얘기를 해보자. 11월 월간랭킹최강전 결승에서 만난 잠꾸러기왕  7단★은 아직 랭킹전에서 우승한 바는 없으나 대단한 강자다. 누군지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런 상대를 가볍게 꺾었다. 두 판 다 완승이어서 더욱 놀랐다.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안 좋았던 듯하다. 평소 그의 기량이 발휘되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