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연구생 이원영(충암고2, 권갑용 도장, 연구생1조)이 '오픈전'인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즈의 체면을 세웠다. 아마추어가 쟁쟁한 프로들이 참여하는 통합예선의 벽을 "반집"해머로 부수고 32강 본선에 든 것이다. 삼성화재배에서 아마추어가 본선에 든 것은 중국의 리우쥔 아마추어가 1회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한 후 햇수로 13년만이다.
한웅규 2단을 예선결승에서 반집으로 물리친 이원영을 즉석에서 인터뷰했다. 인터뷰에는 여러 인터넷 기자들과 관전기자가 생각나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기원 연구생 1군 1조의 이원영은 현재 내신1위이며, 9월초의 연구생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경우 프로기사로 입단하게 된다. 준비된 프로나 마찬가지.
- 본선진출을 축하한다. 소감은?
"기쁘다. 방금 끝나서 아무 생각이 없다. (얼떨떨한 표정)"
- 한웅규 2단은 이른바 떴고, 또 뜨는 신예기사다. 연구생시절에도 많이 만나 봤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한웅규 2단이 입단하기 전 둬 봤는데, 많이 졌다. 어젯밤에도 인터넷으로 기보를 찾아 보고 준비를 했다. 막상 닥쳤을 땐 이길 것 같지 않았는데, 두어 갈 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 반집으로 이겼다. 마지막에는 떨리지 않았나?
"끝내기가 약하다. 손해도 좀 봐서 차이가 줄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이길 것 같아 편안했다."
- 본선 32강에 올랐는데, 어느 정도까지 더 오를 수 있을 것 같나?
"글쎄. 적어도 두판을 둘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다
- 바둑은 어떻게 배웠나?
"7살때 할아버지가 두는 것을 보고 배웠다. 처음엔 룰만 배웠다. 그러다 재밌어서 바둑교실에 보내 달라고 아버지께 졸라 배우게 됐다."
- 프로가 되기로 결심한건?
"초등학교 5학년때쯤? 아마 10살 무렵인듯하다."
- 본인의 바둑은 어떤 스타일인가?
" 그냥 가는데로 둔다. 끝내기에는 약하다. 그래서 그런지 긴바둑을 싫어한다. 돌이 붙기 시작해야 집중이 된다. 끝내기 실수가 많아서 역전패도 종종 나온다. 속기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속기바둑스타일인데 막상 닥치면 잘 못둔다. 1시간이상의 장고바둑이 편하다"
- 누가 가장 기뻐할 것 같나?
"할머니!, " (이원영은 외동아들)
- 통합예선에 참여해서 올라갈 수록 부담되고 하지 않았나?
"힘들었지만, 그런 부담감 같은 것은 하나도 안느꼈다. 예선결승에 올라서도 편하게 잠을 잤다. 아마예선에서 4판을 이기고 통합예선에서 4판을 이겼다. 한웅규 2단에게 옛날에 많이 졌는데, 한 2단이 거꾸로 많은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중국의 쟁쟁한 강자들(평첸.씨에허)을 물리치고 예결에 올랐는데 상대가 연구생이니까"
-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
"하하, 축하해 주겠지만 좀 배아파할 것 같다"
- 전에 삼성화재배엔 지명제가 있었다. 이창호, 이세돌, 구리, 셋중에 한명을 지명해야 한다면 누굴 지명하겠나?
"글쎄, 기왕이면 부담없이 구리를 지명하겠다. 이세돌 바둑과 구리 바둑을 좋아한다"
- 공부할 때 어떤 기보를 놓아보는가? 예전 오청원기보등도 보는가?
"예전기보나 고전기보는 거의 안본다. 어릴때 잠깐 봤던 것 같다. 기억도 안난다. 거의 요새 것을 본다. 최신기보중심이다. (조훈현 9단 등의 기보도)연감을 보고 놓아보니까 골고루 보게 된다."
- '센 바둑'에 끌리게 되는 건가?
"음.. 닮고 싶다. 머 이런 게 있는 거니까. 그런 기사들의 기보를 더 보게 된다. 끝내기를 싫어하다 보니 그런 것 같고."
- 프로바둑은 연구생 바둑과는 약간 다른 걸 같은데?
"2시간 짜리 바둑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프로들과 대국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어서 시간이 빨리 갔다. 시간은 상대에 따라 맞추게 된다. 상대가 시간을 많이 쓰면 적당히 같이 쓰게 되고 그런다. "
-한상훈, 한웅규를 이겼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끝내기도 약하다는데 그 어렵다는 연구생 리그에서도 1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끝내기만 보강하면 최고가 될 것이라는 이야긴데? 그런가?
"아오~ 그러지 마라, 너무 오만해 보인다"
연구생 이원영은 인터뷰를 마치고 8일 아침부터 종일 대국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이원영은 도장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강릉으로 떠난다.
[월간바둑] 한편 10시부터 시작된 예선결승장은 사이버오로와 월간바둑이 공동 취재중이다. 삼성화재배 예선결승까지의 열띤 현장은 김상우 기자의 생생한 현장취재로 인터넷 및 월간바둑 9월호에 상세히 소개된다.
◀ 신혼의 김상우 기자-취재는 나의 힘!
★ 월간바둑 통합회원 신청(Cl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