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중국 베이징 장성(長城)호텔에서 2009봉황고성배 세계바둑정상대결을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국내 30여 언론매체를 비롯하여 한국의 사이버오로, 바둑TV, 스카이바둑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편안하게 주고 받는 대화형식으로 중국기원 외사부 직원의 통역으로 이루어 졌다. 그 주요 내용을 옮긴다.
질문 : 이번 봉황고성 정상대결을 맞는 마음 가짐은 어떠한가?
이세돌 : 나는 지금 휴직상태이다. 나는 입단한 후 지금까지 14년 동안 주변의 사람이나 일들을 돌아볼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시합이 없으니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주변의 일들을 생각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구리는 아주 강하기 때문에 나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나는 속기에 능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리 : 우리는 시합형 기사이다. 전반기에는 시간이 많아 나는 훈련을 많이 하지못했으나 이번에 시합이 적어서 훈련을 잘 할 수 있을 것같다. 승부를 예측하기는 아주 어렵다. 중국에서의 시합에서 나는 이세돌에게 5연패를 당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시합은 내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농심배에서 지고나서 7:8로 뒤졌는데 중요한 순간인 LG배에서 2:0으로 이세돌을 꺾고 우승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질문 :이번 봉황고성배 세계바둑정상대결의 결과를 미리 예측한다면?
구리 : 이세돌과 겨루는 것은 아주 흥분되는 일이다. 이세돌은 당대 세계바둑계의 최고수로 이번 봉황고성에서 이세돌과 시합을 하게 된 것은 나로서도 아주 얻기 힘든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와 이세돌은 나이도 같고 전적도 9:9로 막상막하이기 때문에 나도 이세돌과의 19번째 대국이 기대된다.
이세돌 : 구리는 항상 국제시합에서 나를 이겼다(웃음).
구리 : 중국에서 벌어지는 시합은 항상 내가 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합도 중국에서 하니 내가 더 분발해야 한다(웃음).
질문 : 이세돌 9단은 어째서 구리와 바둑을 두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는가?
이세돌 : 현재 구리의 실력은 나보다 강하다. 우리는 경쟁을 하면서도 내용도 비교적 아주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나는 속으로는 구리와 함께 이창호-창하오 같이 10년의 인연, 20년의 인연을 이어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약간 곤란하다. 1년반 동안 휴직을 한 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내가 돌아온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년반 동안 휴직을 해 1년반 이내에 돌아오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아주 많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돌아오는)시기는 고려해 볼 것이다. 한국내의 시합은 1년반 이전에 돌아와 두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그렇게 엄격한 제한사항이 없다.
질문 : 창하오-이창호와 같은 우정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이세돌 : 현재 나는 속으로는 구리와 아주 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거나 얘기를 할 기회는 많지않았다. 나는 앞으로 구리와 접촉할 기회가 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구리 : 나는 이창호와 창하오의 우정이 아주 부러웠다. 자신의 프로생애에서 자신과 같은 연령의 국적이 다른 상대 게다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실력의 상대를 친구로 갖는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이세돌은 최근 1년반 동안 휴직을 했는데 나와 그는 황금연령기에 와 있다. 만약 자신의 황금기에 시합에 참여하지않는다면 그의 상대로 아주 아쉽게 생각할 것이다. 이세돌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며 더욱 얘기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질문 : 이세돌 9단은 예전에 자신은 구리 9단의 결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는데 그의 결점을 무엇이며, 구리 9단은 이세돌 9단이 어떤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세돌 : 그때 나는 구리가 결점이 있다고 말한 것이 아니고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승전때 나는 구리가 만난 후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질문 : 아이에게 바둑을 가르칠 것인가?
이세돌 : 내가 프로기사이니까 아이에게 약간을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애써가며 가르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리 : 바둑은 두는 것은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된다. 프로기사가 되고 안되고는 하는 것은 중요하지않다. 나는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바둑을 접촉하게 할 것이다.
질문 : 서로 상대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세돌 : 현재 구리의 실력은 나보다 높기 때문에 내가 지금 뭐라고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그의 성격은 아주 호방하면서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구리 : 우리는 기풍도 아주 비슷하다. 감각이 아주 예민해서 승부처를 찾아내는 것도 비슷하다.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데 있어서 이세돌을 쫓아갈 수 없어 내가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세돌은 아주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이다. 중국의 젊은 기사들중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기사이다. 또한 나는 줄곧 이세돌은 천재형 기사라고 평가해 왔는데 나는 비교적 평범한 기사에 속한다.
이세돌 : (웃음)나는 천재기사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구리 9단이 천재이다.
질문 : 이세돌은 방금 이창호와 대결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고, 구리와 대결하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는데?
이세돌 : 구리는 나보다 강하기 때문에 우리 둘은 경쟁자로서 서로 아주 좋은 상대이다. 바둑을 둘 때 경쟁심을 가지고 두면 더욱 재미있어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농심배와 LG배 결승전을 돌아보면?
구리 : 농심배에서 진 후 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약간 LG배가 걱정되기도 했다. 이세돌이 LG배에서 감정이 흔들리지않았다면 최후의 패자는 나였을 것이다. 이세돌의 결점은 아직 찾지못했다. 그래서 그를 이기려면 아마도 10배의 노력은 더 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