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이루어지는 바둑수업. 프로기사를 꿈꾸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바둑에 ‘올인’ 한다. 주말도 없다. 매주 토, 일요일에 벌어지는 연구생시합에서 노력하지 않은 자는 인정사정없이 추락한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약육강식’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세계.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입단대회’를 통해 단 두 명의 입단자가 탄생한다.
5월 21일 제115회 일반인 입단대회가 막을 내린 동시에 김세동 初단과 이호범 初단이 염원하던 입단의 꿈을 실현했다. 최종리그전에서 2승을 거두며 20일에 일찌감치 입단을 확정지은 김세동 初단(만19세, 세명고 졸업). 청년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김세동 初단의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왠지 모를 내면의 깊은 상처가 인터뷰하는 동안 곳곳에 묻어나기도 했다. 230번째 프로기사 면장의 주인공, 김세동 初단을 만나봤다.
-축하해요. 입단이 확정됐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좋은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담담했어요(웃음).”
-‘나이’라는 족쇄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저번 연구생입단대회(제114회, 2008년 4월)를 끝으로 연구생을 나왔어요 .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부모님도 걱정하시고···물론 편하게 두라고 말씀 하셨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떨어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나는 입단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었어요.”
(참고- 남자연구생 제도: 만18세까지 입단하지 못하면 나이제한에 걸려 연구생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 단, 1군에 한해서 1년의 연장이 가능하다.)
-입단대회는 어떻게 준비했나요?
“도장(양재호바둑도장)에서 최신기보를 놔보고 사활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도장에서 이루어지는 양연리그전(프로와 연구생이 함께 대국하는 리그전)에 참가해서 실전대국을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바둑에 ‘올인’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괴로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곰곰이 생각하더니)연구생 리그전에서 1등을 했을 때, 그 때가 행복했던 것 같아요. 괴로웠던 순간은 너무 많아서···(웃음) 연구생2조에서 9연패를 한 적이 있어요. 3조로 뚝 떨어졌는데 너무 괴로웠죠.”
입단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요? “아, 그렇네요.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어요(웃음). 엊그제가 가장 좋았어요. 그렇게 적어주세요(웃음).”
-프로기사를 꿈꾸게 된 계기는?
“어릴 때(6살) 바둑을 처음 배웠어요. 취미로 시작 했죠. 초등학교 5~6학년 때 바둑교실 원장님께서 전문적으로 배워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죠. 하지만 만약 다시 바둑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자신 없어요. 못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자유롭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입단 관문이 바늘구멍이고···. 입단할 실력은 충분히 되는데 입단하지 못하는 선배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입단의 관문이 조금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이나 각오 한마디!
“입단자 수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프로기사로서 손색없는 실력을 가진 프로지망생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인생을 올인 한 그들에게 기회가 좀 더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저희 도장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도 다 잘됐으면 좋겠고요. 앞으로의 각오는··· 아직 실력이 약해서 실력을 쌓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마지막 기회를 부여잡고 프로세계의 문턱을 넘어선 김세동 初단. 입단의 열매를 맺기 위해 수많은 패배의 꽃잎을 떨어뜨려서일까. “이제 한 시름 놓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겠죠.”라고 말하는 김세동 初단의 얼굴은 기쁨과 아픔의 흔적으로 물결친다. 성숙한 만큼 더 큰 날갯짓을 펼칠 김세동 初단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