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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5회 입단대회 본선3회전이 펼쳐진 한국기원 5층 남자연구생실.

고요한 적막감속에 가끔씩 공기를 타고 진동하는 청아한 돌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 가운데 홍조로 붉게 물든 두 대국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무덤덤한 표정의 이호범과 괴로운 표정으로 반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남훈(아마7단).

5월 20일 오후 1시 경, ‘차르륵’하고 돌 쓸어 담는 소리와 함께 대국이 종료된다. 대국장을 빠르게 빠져 나가는 김남훈의 표정이 어둡다. 잠시 후 머리를 긁적이며 이호범이 뒤쫓아 나온다. 이호범(만16세, 동양공고1) 初단, 한국기원 231번째 프로기사의 탄생이다. 그 보다 하루 앞당겨 양재호 바둑도장의 김세동도 230번째 프로기사가 됐다. 최종 2명을 선발하는 입단대회 마지막 티켓을 차지한 이호범 初단을 만나봤다.

-축하해요. 기분이 어때요?
“날아갈 듯이 좋아요. 무엇보다도 프로시합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입단 결정국을 승리한 후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던가요?
“부모님과 원장님(김희용, 양천대일)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어요. 대국이 끝나고 부모님께 곧바로 전화를 드렸는데 이미(입단사실을) 알고 계시더라고요. 원장님께서 먼저 연락드린 모양이에요(웃음).”

-입단 결정국은 어땠나요? 긴장이 많이 돼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긴장한 탓에 굉장히 떨었는데 의외로 초반에 잘 풀려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백 넉 점을 빵 때렸을 때 승리를 확신했어요.”

-부모님과 오랜 시간 떨어져 기숙사생활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사모님이 잘해주셔서···. 잘 챙겨주시고 정말 엄마처럼 따뜻이 잘해 주셨어요. 그 덕분에 바둑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숙사 밥도 맛있었고요(엄마가 해주는 밥이 그립지 않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연구생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는 어떻게 이겨냈나요?
“(머리를 긁적이더니)특별한 슬럼프는 없었던 것 같아요. 바둑이 싫거나 그만두고 싶다고 느꼈던 적도 없었고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운동을 했어요. 특히 축구를 좋아해요.(옆에 있던 한웅규 初단은 이호범 初단이 축구도 잘 한다며 슬쩍 귀띔해 준다)”

-후배의 승리를 열렬히 응원한 한웅규 初단(양천대일, 이호범 군의 1년 선배)에게 이호범 군의 장점을 물어보았다.
“호범이는 굉장한 노력파에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공부하는데 참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기재도 있고요. 성격도 활발한 편이에요. 지금은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데···평소에는 이러지 않아요(웃음)”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겸손하며 항상 최선을 다하시는 이창호 사범님처럼 되고 싶어요. 첫 번째 목표는 국수전 타이틀 쟁취입니다. 지켜봐주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도장을 향하는 이호범 初단의 뒷모습에 이창호 9단의 어린 시절 모습이 살짝 걸쳐진다.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핸드폰도 사지 않았었다는 이호범 初단. “이제는 핸드폰도 하나 장만할 생각이에요. 물론 공부에 방해가 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죠?” 이호범 初단의 얼굴 가득 함박 웃음꽃이 만발했다.

-김세동 初단의 입단 인터뷰는 22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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