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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위기에 강한 이세돌 9단이었다!

1월 24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박영훈 9단을 물리치고 2:1의 스코어로 2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했던 바둑은 미세한 흐름으로 흘러갔고 이세돌 9단은 박영훈 9단의 전공과목이라던 막판 끝내기에서 철벽마무리를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숨 막히는 승부를 뒤로 하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이세돌 9단을 시상식이 끝나고 잠시 만나보았다.

우승을 축하한다. 2국을 졌을 때 기분이 어땠나? 우승할 자신은 있었는지?

1국을 이겼을 땐 자신 있었지만 2국을 지고 나선 조금 부담스러웠다. 다행히 우승할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다.

최종국은 아주 어려운 바둑이었다. 형세가 몇 번이나 뒤집히는 어지러운 바둑이었는데 어느 장면에서 우승을 확신했는가?

박영훈 9단과는 초반 포석에서 내가 항상 뒤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괜찮게 시작됐다. 중반 전투에서 중요한 수순을 빠뜨리는 바람에 바둑이 어려워졌고 누가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중앙 처리에서 박영훈 9단이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기기 힘들었을 거다. 박영훈 9단이 초읽기에 몰리는 바람에 결정적인 실수를 해줬다. 운이 좋았다.

결승전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 도움이 많이 되었는가?

주최측의 배려로 대국장 앞 호텔에서 아내와 딸이 대회 기간 동안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었다. 2국 패배 후에 가족들의 힘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3월엔 LG배를 놓고 한상훈 초단과 대결한다. 자신 있는가?

글쎄…. 막상 둬봐야 알 것 같다. 알다시피 한상훈 초단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은가.

연초부터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출발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8년엔 특히 세계대회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해인데 우승을 몇 번 정도 하고 싶나?

3개 정도 하면 만족하겠다(웃음).

올해 가장 위협이 될 만한 기사가 있다면 누굴 꼽고 싶은가? 이창호 9단은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2008년엔 이세돌 9단을 겁나게 해주겠다고 농담조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다 위협이 되는 기사들 천지다(웃음). 이창호 사범님이 그렇게 말한 것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창호 사범님이야 언제든지 한 수 배우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붙고 싶은 맘이다.

올해는 응씨배가 열린다. 응씨배는 한국이 4회 연속 제패하다가 5회 대회에서 중국에게 우승컵을 넘겨줘 국내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었다. 응씨배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기사라면 당연히 우승 욕심은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일단 우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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