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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이 마친 원성진 8단은 땀을 많이 흘리는 모습. 단지 스튜디오의 조명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염원하던 첫 번째 본격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평소와 같이 복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다음 내용은 스카이 바둑이 진행한 승자인터뷰와 이후에 기자들과 가진 추가 인터뷰를 종합한 것이다.

우승을 축하한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너무 좋다. 본격기전 첫 우승이라 홀가분한 느낌도 든다.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뭐라고 다른 말을 못하겠다.

바둑 내용은 어땠나?

대국 당시에는 서로 어려운 바둑이라고 봤는데 복기해보니 내가 많이 불리했다. 나중에 강동윤 7단이 실수를 해줘서 이겼다. 강7단이 평범하게만 두었어도 백이 이기기 힘든 바둑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세돌 9단을 누르고 올라왔고 십단전에서도 이겼다. 다른 기사들을 위해 이세돌 9단을 이기는 비법을 공개한다면?

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물론 비법은 없다(웃음).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두 번 모두 흑을 잡았다. 이9단이 강하지만 내가 흑을 잡으면 불리하나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실족하지 않고 잘 짜나가서 좋은 바둑을 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영훈 9단과 최철한 9단에 비해 두각은 먼저 나타냈는데 성과가 부족했다. 주변의 시선에 상심한 적은 없었나?

처음에는 아파하기도 하고 조급해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는 별 생각 없는데 주변 분들이 비교하며 말씀을 많이 하셔서 좀 곤란할 때는 있다(웃음). 사실 영훈이나 철한이에게는 라이벌 의식도 없다. 그냥 친한 친구이자 동료기사일 뿐이다.

그러면 라이벌로 생각하는 기사나 넘고 싶은 기사는 누구인가?

특별히 그런 기사가 없다. 내 실력만 강해진다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바둑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팬들은 학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도 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걱정해 주시는 것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맞는 말씀이다. 다만 내가 열심히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사실 바둑 때문에 학교생활을 그리 충실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졸업은 꼭 하고 싶다.

그 동안 준우승이 많았는데 2007년에 우승을 두 번(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박카스배 천원전)이나 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전에는 결승전을 하면 많이 떨리고 긴장했다. 작년에 마스터스 서바이벌에서 우승한 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큰 기전은 아니었지만 첫 우승으로 자신감도 생기고 큰 승부에서 평온함을 찾을 수 있었다.


평소 생활이 궁금하다. 취미 생활이나 여자친구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취미는 운동과 게임 정도이다. 동료 기사들과 축구 등의 운동을 자주 한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임인 '스타 크래프트'도 가끔 즐긴다.

여자친구는 현재 없다. 여자들이 날 별로 안 좋아한다(웃음).

천원전 우승으로 2007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프로가 되고 첫 번째 목표가 본격기전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 목표를 이제야 달성해 기쁘다. 2008년에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군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수고하셨습니다. 축하 드려요." 준비한 질문을 마치고 인사를 건네자 원성진 8단이 잠시 머뭇거린다.

"저 우승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요."

"아! 네. 말씀하세요."

"많이 알려진 사실인데 저를 포함한 몇몇 젊은 기사들이 LG전자로부터 후원을 받아요. 조건은 본격 타이틀을 딸 때까지 인데 저랑 지석이만 빼고 다들 졸업했거든요. 저는 일찍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혼자 계속 받아서 쑥스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후원해 주시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LG전자의 구자홍 님과 이헌조 님께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어요."

그 동안 원성진 8단은 동갑내기 박영훈 9단, 최철한 9단의 그늘에 가려 한 발 뒤로 밀려 있었다. 하지만 프로기사들은 하나같이 왜 원8단이 타이틀을 따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경쟁에서 밀리면 끝없이 추락하는 프로세계에서 원성진 8단은 변변한 타이틀 하나 없이 몇 년 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언젠간 터질 그의 강력한 펀치 한 방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힘겹게 첫 우승의 코를 뚫은 원성진 8단의 2008년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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