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이세돌 시대다. 그럼에도 이세돌은 프로기사라면 꼭 한번 품에 안고 싶은 국수를 아직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도전자에 올라 국수 윤준상을 상대로 2 : 0으로 앞서며 드디어 뜻을 이룰 듯 싶다. 앞으로 남은 3판의 도전기 중 한판만 더 이기면 된다.
도전2국에서 이세돌 9단은 마법을 부리듯 거의 죽어 보였던 대마를 귀신같이 살려내며 프로기사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느린 화면으로 잡아 보았다.
제51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2국
백: 이세돌 9단(도전자·1승)
흑: 윤준상 6단(국수·1패)
장소: 포항시청 특설대국실
날짜: 2007년 12월 2일
결과: 228수 끝, 백불계승
장면 (대마사냥)
덤이 부담스런 국면이라 우변에서 뻗어나온 백 대마를 윤준상 6단이 잡으러 간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작전이 성공만 한다면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통렬하게 쓰러뜨릴 수 있는 결정타라 하겠다.
하변에서 두집을 만들어야 하는 백으로선 위기가 분명하다. 윤준상 6단은 결심을 한 듯 흑1 이하로 대마의 숨통을 조여갔다. 그리고 많은 프로기사들이 백 대마의 목숨은 끊어졌다고 보고 있었다. 백12·14가 반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참고도1 (저항할 수 없다)
흑1은 원하던 대마 사냥이 쉽게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는 악수다. 백2·4가 절대 선수라 흑은 끝까지 버틸 수 없다. 버티면 백한테 위쪽 흑●가 그대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백6·8로 간단히 포획하는 수가 있는 것. 흑▲와 백△의 수상전에서 흑이 한수 부족이니 끊긴 흑●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참고도2 (일선의 묘수)
흑은 오직 1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백2는 절대. 결국 흑은 중앙쪽을 3 정도로 지켜야 하는데, 그 틈에 백은 4로 끊어 수를 내러갈 수 있다.
흑5를 기다려 백6에 끊는 게 중요한 수순. 그런 다음 슬그머니 백10으로 밀어가면 흑은 이 백 대마를 도저히 잡지 못한다. 일선의 묘수인 셈이다.
참고도3 (쉽게 넘어간다)
가령 흑1로 둬 봐야 결국 촉촉수를 당하지 않으려면 흑은 3으로 이어 후퇴해야 한다. 그때 백은 4, 6을 차례로 선수 처리한 다음 8로 여유있게 넘어가면 그만이다. 이처럼 대마가 무탈하게 살아가서는 흑의 비세가 분명하다.
참고도4 (역시 넘어간다)
다른 변화. 흑1로 젖히는 게 좀더 강수다. 허나 이 경우도 결국 백4로 빠질 때 흑은 연단수의 단점을 없앨 수 없어 백 대마를 살려줘야 한다.
물론 백이 흑 두점을 잡더라도 한집밖에 없어 자체에서는 살지 못한다. 하지만 백8이 선수라 백10으로 역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참고도5 (늘어진 패)
부분적으로는 흑1에 이어 흑3으로 젖히는 수가 가장 강력한 버팀이다. 허나 백이 먼저 따내는 패인 데다가, 한수 늘어져 있어 백한테 크게 위력적이지는 못하다.
참고도6 (키워 죽여봐야)
결국 <장면>에서 이세돌 9단이 백12·14로 끼운 수(그림에서 백△·◎)가 기발한 묘수였다. 국수 윤준상 6단도 이 수를 미처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이를 깨달았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아래쪽 수단을 없애려면 흑3 정도로 지켜야 한다. 그러면 백은 4로 두점을 단수칠 것이다. 이어 흑은 다섯점으로 키워 죽여 백을 잡을가는 수단이 있을 것 같지만, 우변쪽 단점 때문에 크게 살려줄 뿐이다.
참고도7 (역시 산다)
백1(참고도6에서 백14)은 절대 선수다. 흑이 2로 따내 끝까지 잡으러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3 이하 백7까지 흑은 연단수로 몰리게 되어 더 망할 뿐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이 대마는 절대 죽지 않는다. 이세돌 9단이 어느 시점에서 활로를 봐 뒀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마법을 부리듯 벼랑 끝에서 대마를 살려내고 말았다.
실전진행 (진실이 궁금하다)
윤준상 6단도 대마를 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흑3에 젖혀 대마 사냥을 포기하고 말았다. 백14까지 크게 살아서는 흑이 진 바둑이다. 애당초 이 대마에 대한 공격을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죽지 않는 돌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마법을 부린 자는 알고 있을 것이란 추측만 해 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