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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 그 바늘구멍을 통과했을 때의 벅차오르는 후련함!

바둑에 심취한 청년이 대학진학마저 포기하고 바둑판에 모든 것을 맡겨버렸던 이야기인 ‘입단연가’. 1992년에 출판된 홍성화씨의 바둑소설 입단연가는 당시 바둑을 향해 끝없는 열정으로 가득 찼던 이무기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해주었던, 지금도 한 번 정도 기억에 회자되곤 하는 소설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입단이란 단어는 설레임과 아픔을 동시에 머금고 있으니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오기만 한다.

9월 4일 한국기원 220번째 프로기사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올해 16살의 나이인 김진훈 초단. 지방연구생으로는 8번째 프로기사가 된 김진훈 초단은 대전 출신으로 천원타이틀을 따면서 유명세를 탄 고근태 6단과 같은 지역연구생이다. 만 여섯 살 때 바둑돌을 처음 잡은 이후 약 10년간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입단꽃을 활짝 핀 김도훈 초단. 활짝 웃는 웃음이 매력적인 김진훈 초단을 한국기원에서 만나보았다.

입단을 축하한다. 지금 기분은 어떤가? 오랫동안 원했던 입단을 드디어 이루게 됐는데 소감 한 마디 듣고 싶다.

당연히 좋다. 좋긴 좋은데 아직까지 얼떨떨하다는 느낌이다.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바둑은 언제부터 배웠나? 배우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

6살 때부터 배웠다. 아버님이 바둑을 워낙 좋아하신다. 인터넷 바둑도 자주 두시는데 사이버오로에선 4단을 두신다. 처음엔 장난삼아 아들에게 바둑룰 정도만 가르쳐주신다는 것이 재미있게도 여기까지 오게 됐다.

프로기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바둑교실에 다녔었는데 원장님 소개로 문명근 사범님과 안관욱 사범님께 지도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입단대회를 준비할 시점엔 서울로 올라와 허장회 사범님 도장에서 공부했다.

지방연구생 출신은 매년 1명만 뽑는다. 일반 연구생들과 차등을 둬 조금은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불공평하단 생각은 안 해봤는가?

개인적으로도 조금 아쉬운 맘이다. 지금은 두 명을 뽑아줘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예전부터 지방연구생들의 실력이 한국기원 연구생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지금은 실력이 많이 세졌다. 1조보다는 약할지 몰라도 그 차이가 그다지 크진 않다고 본다. 두 명 정도는 뽑아줘도 무리가 없다 본다.

바둑 얘기를 잠깐 해볼까? 바둑 스타일이 어떤지 궁금한데? 자신의 기풍을 말한다면 무어라 표현하겠는가?

선실리 후타개형이다. 그렇다고 조치훈 9단처럼 치열하게 버티는 스타일은 아니다. 실리형이긴 한데 조한승 9단의 유연한 기풍과 흡사하다 해야 하나? 일단 실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소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입단대회 준비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공부법 같은 것은 있었는지?

특별한 공부법은 없고…. 최신기보를 많이 놔봤다. 도장에서 실전대국도 많이 두었고.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누군가? 그리고 가장 닮고 싶은 기사는?

좋아하는 기사가 매우 많다. 오랫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창호 9단과 뛰어난 수읽기를 자랑하는 이세돌 9단 등 좋아하는 기사가 셀 수 없을 정도다. 특별히 한 명을 꼽기는 어렵다. 최정상급의 기사들은 모두 다 내가 닮고 싶은 기사들이다.

요즘 신예들의 성적이 대단하다. 한상훈 초단은 입단한지 일년도 되지 않았는데 각종 기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초단 돌풍’이란 신드롬을 낳기도 했는데 김진훈 초단도 그 대열에 합류할 자신은 있는가?

물론 자신은 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적보다 차츰차츰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그런 기사가 되고 싶다.

연구생 생활을 하면서 같은 연구생들이나 도장 동기들 중 가장 어려웠던 상대가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허장회 도장 문하의 이태현 초단이다. 얼마전에 입단했었는데 도장에 있을 때 판 맛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많이 졌었고 잘 둔다는 느낌이 많았다. 프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기사다.

김진훈 초단이 보기에 입단한지 얼마 안 되는 신예기사들 중 앞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낼 기사는 누구라고 보는가? 혹은 자신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될 기사가 있다면?

느낌상 박승화 2단이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라이벌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공식대국을 한 번도 두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누가 나의 라이벌이다고 지명할 조건이 못된다.

인터넷 바둑은 자주 두는가?

예전엔 자주 두었는데 입단대회를 준비하면서 거의 못 뒀다. 두는 것보다 관전하는 걸 좋아한다. (기자: 관전하는 걸 좋아한다면 배팅도 자주 하는가?) 재미로 가끔씩 한다. (기자: 배팅 성공률이 대단할 것 같은데? 몇 %정도인가?) 약 60% 정도?

바둑이 싫었던 적은 없는가?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슬럼프라는 게 있는데 김진훈 초단은 그런 적이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작년 입단대회에서 떨어졌을 때다. 재대국까지 갔는데 패하는 바람에 입단에 실패했다. 한동안은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무척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괜찮아졌다. 이번 입단대회에서도 마지막 대국을 패하면 동률까지 가게 돼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바둑 내용도 썩 좋지 않았었는데 운이 따라줘서 이겼다.

바둑 외에 다른 취미 생활은 있는지?

운동을 좋아한다. 가끔씩 탁구도 치고 수영도 한다. 겨울엔 가족들과 스키를 즐기기도 하고.

여자 친구는 있는가? 여자 친구가 없다면 혹 사귀어볼 생각은?

바둑 외엔 다른 것에 눈 돌릴 틈이 없어 여자친구는 없다. 여자 친구는 아직까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입단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

무엇보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입단이 확정됐을 때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부모님께 늘 고마운 맘이고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던 허장회 사범님, 그리고 프로의 길을 이끌어 주셨던 안관욱 사범님과 문명근 사범님에게도 감사한다. 그 외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보답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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