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랭킹1위에 뛰어오르고 도요타덴소배 2연패를 이룬 이세돌 9단이 입신(入神)들의 제전에서도 최강의 기량을 뽐냈다.
6기부터 3연속 우승. 제한기전일지라도 신흥 강호들이 대거 합세한 선수권전에서의 3연패는 또 하나의 위업이다. 강한 힘과 빠른 수읽기가 동반된 이세돌바둑의 특질이 잘 드러났다는 평을 받았다.
제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국
백 : 이세돌 9단
흑 : 박정상 9단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날짜 : 2007. 02. 24
결과 : 158수끝, 백불계승
장면 (최후의 격전장)
1ㆍ2국도 그러했듯이 젊은 입신 간의 패기 넘치는 기세싸움은 시종 난타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 그중 승부를 가른 마지막 전투가 백미였다.
흑1로 정비하며 한 템포 쉬어가자는 제스처를 취했을 때 가 정도는 밋밋하다며 백2. 우하 흑모양을 견제하는 한편 하변 일대의 백집을 최대한 부풀리려는 이 수는 흑3의 즉각적인 반격을 불러들였고, 숨 돌릴 새 없이 최후의 격전장으로 몰아갔다.
실전진행1 (후퇴는 없다)
결승1국은 박정상이 불계승. 상대전적 7연패 뒤에 첫승을 따냈다. 괌에서 열린 결승2국은 이세돌이 반격해 1승 1패. 맞대결 성적 8승 1패에 대해 이세돌은 단지 박정상이 정상급 기사로 올라서기 전에 조금 더 이겼을 뿐이라 했다.
백1은 절대. 흑도 물러서는 건 지는 길이라며 2로 맞끊어 마지막 승부처에 발을 담갔다.
참고도1 (후퇴는 없다)
이세돌은 형세판단보다 기세를 중시하는 타입. 백1로 늘면 평온을 찾을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미지근한 절충안은 안중에도 없다.
가령 흑2 이하 8까지만 되어도 알토란 같은 알맹이는 죄다 흑에게 내주어야 한다.
참고도2 (흑이 안 된다)
뒤에서 몰아 위쪽 백일단을 노린 실전의 발상은 당연한 태도. 본도처럼 흑1로 한점이 빠져나가는 수는 잘 안 된다.
백4로 먼저 젖힌 수가 호착. 이곳에 백돌을 선수로 놓을 수 있으면 이후 백6으로 몰아 요석인 흑 한점을 잡는 여건이 형성된다.
참고도3 (아쉬움이 남는다)
패배를 인정한 직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박정상이 맨 먼저 검토한 대목은 우하의 공방전. 그 가운데 흑1로 귀를 보강하고 백2의 끊음에 대해선 흑3ㆍ5로 위쪽 백과 바꿔치기를 꾀하는 그림을 만들어 보였다.
흑A가 선수로 듣고 있으며 아래쪽은 흑B, 백C의 악수 교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을 잡는다면 수지타산이 충분하다(흑1로는 단순히 2에 잇는 수도 제시됐는데 이 부분은 워낙 복잡다단해서 쉽사리 결론짓기 어렵다).
실전진행2 (적시의 맥)
타이틀의 향방이 결정될 가장 중요한 승부처. 어느 쪽으로든 결판날 수밖에 없는 진흙탕 싸움이다.
<참고도3>과 상황이 달라 백1 때 흑A로 되몰기는 쉽지 않아졌다. 백5가 좋은 수이며, 9 또한 시의적절한 맥.
실전진행3 (패배를 재촉하다)
흑1은 일단 3의 곳을 따낼 자리. 아픈 흑5를 감수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승부를 보자고 한 백4가 강수였다.
예상치 못한 역습에 흑은 7ㆍ9 등의 시간연장책을 사용하며 대비책에 골몰했는데, 고민한 보람도 없이 11 이하는 패배를 재촉한 무책의 수순. 결국 이세돌의 호수, 백22를 확인하고 나서 박정상은 돌을 거둬들였다.
참고도4 (마지막 시도)
뒤가 어찌되든지 흑1로 밀고나가 넉점 살리기를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백4로 막혀 자체 수싸움은 흑이 불리해 보이지만 백도 약점이 적지 않은 형태.
성공 여부를 떠나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볼 방편이었다.
참고도5 (맥의 효과)
이 판에서 이세돌은 몇 차례의 맥점을 구사해 때로는 궁지를 벗어나고 때로는 유리한 토대를 만들었다.
△의 가치는 흑1로 넉점을 살리는 수단을 없앴다는 것. 백2 이하 몰아떨구기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도6 (명분이 없다)
흑1엔 백2로 한점을 살릴 여유가 생겼다. 하변 흑은 살 수 있지만 반격의 첨병이었던 위쪽 흑일단이 거꾸로 잡혀선 승부를 더 진행시킬 명분이 서지 않는다.
초읽기의 압박을 받은 탓에 정확한 수읽기가 불가능했고, 그로 인해 쌍방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질렀지만 전반적으로 이세돌의 수읽기가 조금 더 날쌔고 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