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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상 7단(오른쪽), 저우허양 9단 꺾고 후지쯔배 우승!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

한국을 위한 후지쯔배.
통산 11회 우승, 8연패를 질주하던 위업에 한 획을 더 그었다. 1년 만에 만져본 우승컵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올해의 주역은 박정상이었다. 지난 대회 1～3위를 석권, 늘어난 국가시드를 업고 출전권을 확보한 스물두 살 청년은 우승으로 보답하며 한국바둑의 기둥으로 솟았다. 정규기전 첫 타이틀을 세계대회로 화려하게 장식한 박정상은 병역특례, 9단 승단도 함께 챙겼다.


제19회 후지쯔배 결승전
○박정상 7단(한국) ●저우허양 9단(중국)

- 장소 : 일본기원
- 날짜 : 2006. 07. 03
- 결과 : 180수끝, 백불계승



장면 (최후의 일전)

국제무대 경험이 적었던 박정상은 저우허양과 첫 대면이다. 양웅 모두 저돌적인 인파이터라기보다 때를 기다리며 상대의 실착을 응징하는 스타일.
좌중앙 흑모양의 구획 정리를 놓고 막바지 힘싸움에 돌입한 장면이다. 저우허양의 구상은 흑1부터 3으로 붙여가는 상용수단. 백4로 젖히지 않고선 승부가 안 된다. 문제는 흑5의 절단. 최후의 승부처다.








참고도1 (단순한 착각)

직전에 박정상에게서 실수가 튀어나왔다. 백2는 그렇다치러다도 백4가 쓸데없는 손찌검. 흑A로 받을 걸로 짐작했으나 흑5가 좋은 대응. 중앙쪽 흑이 튼튼해졌으며, 백B로 끊어잡는 끝내기가 약화됐다. 지나친 몰입이 빚은 단순한 착각이었다.










실전진행1 (수읽기 싸움)

아무리 강심장일지라도 실수를 하면 흔들리는 게 사람의 마음. 승부가 커질수록 자책의 강도는 깊어진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박정상은 숱하게 되뇌이며 마음을 추스렸다.
△로 젖힌 수에는 심적 안정을 겸해 최대의 공력을 쏟았다. 그리고 면밀한 수읽기로 백9, 11을 결행했다. 누구의 수읽기가 셀까.









참고도2 (미흡)

판이 더 좁아지기 전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백1쪽에서 몰아 △를 포기하는 발상으로는 계산을 맞추기 어렵다.
백3～7은 듣지만 중앙에 흑집이 도톰하게 붙는다. 이 정도로는 백의 실리가 모자란다.











참고도3 (자중책)

냉정침착하던 저우허양은 패가 요동을 치고, 상대가 끈질지게 압박해 오자 흔들렸다. 실전은 최악의 길로 들어선 거나 다름없다.
번잡한 와중에 흑1로 자중하는 방안을 떠올리길 바라는 건 과잉 기대일까. 백2라면 흑3이 두터운 자리. 흑3으로는 A, 백B, 흑C로 실리를 챙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실전진행2 (패는 백승)

흑1로 끊은 것은 백2를 유도, 흑3에 잇기 위한 조치였으나 빵따냄을 준 손실을 입었다. 물론 저우허양은 3의 곳에 흑돌이 놓이면 귀의 백을 공략하는 노림수가 발동한다는 계산이었는데 무조건 잡을 수 없는 돌.
사활은 패가 정답이다. 패가 불가피하더라도 흑21은 졌을 경우에 대비해 A로 모는 게 정수. 팻감이 부족한 흑은 끝내 ▲가 몰살당하며 암울한 최후를 맞았다.







참고도4 (의견 분분)

많은 변화가 내재돼 있는 공방.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끊었을 바에야 흑1로 따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흑이 재미있다, 백도 둘 만하다는 등 검토진의 의견이 분분했던 걸 보면 흑이 기회를 가져봄 직한 형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후지쯔배를 위기 탈출의 교두보로 삼았던 한국은 믿었던 이세돌이 준결승에서 낙마하며 불안감이 엄습했으나 박정상의 투혼으로 최강국의 체면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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