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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벌어진 제19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이세돌 9단 대 조치훈 9단’의 16강전에서 1선의 묘수가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두 기사의 대결은 초반 포석에서 흥미로운 착점으로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과 중반 이후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세의 충돌이 점철되며 바둑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좌변 백진영에 단기 돌입한 이세돌 9단의 침투.





실전진행 (바둑이 끝났다?)
흑1의 감각적인 침투가 이세돌 9단의 번득이는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수. 얼핏 ‘백진영이 이렇게 튼튼한데 그 안에서 수가날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지만 교묘하게 파고든 흑1의 수는 백의 조그마한 빈틈을 헤집고 흑27까지 완벽하게 수를 냈다. 실전진행 흑27까지 진행된 이후 백말이 꼼짝없이 잡힌 것으로 보고 조치훈 9단은 돌을 거두고 말았는데….












참고도1 (1선의 묘수!)
위의 실전진행1의 장면부터 아마 조치훈 9단은 제한시간의 대부분을 쏟아 부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떻게 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일 것 같지만 1선에 붙이는 백1의 묘수가 난국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적 묘수! 백1의 묘수는 한국기원 연구생이 대국 검토를 통해 발견했다고 전한다.










참고도2 (차단 당한다!)
1선의 묘수, 백1의 수에 맞대응하는 수는 없다. 흑2로 늦추는 것은 백3으로 간단하게 뚫려 수상전 불가.















참고도3 (흑2도 응수두절)
우직하게 흑2로 받는 것은 백3으로 나가는 순간 흑의 연결고리가 백1에 의해 교묘하게 차단된다. 이 그림 역시 응수두절.














참고도4 (역시 응수두절!)
안쪽으로 젖히는 그림도 백1의 묘수가 작용한다. 백3으로 단수치는 순간 흑은 나갈 수가 없는 것.















참고도5 (대동소이)
바깥으로 젖히는 수도 참고도4와 대동소이.














백1의 묘수를 당하면 흑은 응수두절 상태가 돼버린다. 이세돌 9단이 이 수를 당했다면 마음 속에 어떤 동요가 일어났을까? 가슴이 철렁하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상상이다.

바둑격언 중 ‘1선에 묘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대부분 귀의 변화과정에서 많은 작용을 해왔다. 위의 참고도와 같이 변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드문 일. 만약에 조치훈 9단이 초읽기에 몰리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과연 이 수를 봤을까? 조치훈 9단이 대국이 끝난 이후 복기과정에서 백1의 수를 확인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조치훈의 3묘수’로 알려진 대국보는 지금까지도 많은 올드팬들에게 기억되어질 만큼, 그는 80~90년대 전성기 당시 중요한 대국에서 묘수를 통해 승리를 거둔 적이 종종 있었다.

‘바둑은 슬픈 드라마’

60년대 일본 최강자로 군림했던 사카다 에이오 9단의 이 말이 상기되는건 무슨 이유일까? 세월의 무게가 조금은 그의 어깨를 힘들게 하는 모습이 바둑팬의 한사람으로써 안타까워 보인다. 이미 일본 내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룬 조치훈 9단이지만 아직까지 그의 소식을 계속 접하고 싶다. 야마시타 9단과 벌이고 있는 십단전 도전기에서 타이틀 2연패 수성 소식이 조만간 들려오길 바란다. 더불어 이 수를 발견한 한국기원 연구생에게 감탄을 보내며 한국 바둑의 미래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까지도 밝다는 것을 느껴본다.




★ 참고도 수정 (흑2의 응수가 있었다!)

의견 게시판을 통해 확인한 결과 흑이 다음과 같이 대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참고도는 중국 포털사이트 톰닷컴에서 확인한 참고도입니다. 아울러 무명왕자님과 여러 오로 기우님들의 관심어린 지적 감사드리며 정확한 사안을 종합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점 양해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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