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 후지쯔배 사상 최초로 일본보다 많은 선수가 출전했다. 지난 대회에서 1～3위를 싹쓸이, 3장의 시드를 고스란히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개최국 텃새를 부려왔던 일본으로서도 이번에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 2회전 시드 역시 가장 많은 4장이 한국의 몫이었다. 과연 효자 기전인 후지쯔배다.
제19회 후지쯔배 16강전
○이창호 9단(한국) ●야마시타 케이고 9단(일본)
- 장소 : 일본기원
- 날짜 : 2006. 04. 10
- 결과 : 248수끝, 백2집반승
장면 (타이밍 만점)
랭킹1위끼리 맞붙은 한일전. 국가시드로 출전한 이창호에 비해 야마시타는 선발전을 거쳤다. 일본은 2005년 9월의 3대타이틀 보유자를 기준으로 자동출전권을 매긴다.
좌상과 우상에서 실리를 내준 흑이 공격을 통해 보상받을 차례이다. 그 포문이 ▲. 그것에 대해 백1과 백3, 두 번의 붙임이 섬세한 수읽기를 동반한 타이밍 만점의 콤비 블로였다.
참고도1 (공세)
백1로 잇게 만들면 자체로 이로운 활용. 흑2로 크게 공격하는 발판이 마련된다.
흑2에는 다음에 A로 건너붙여 백을 차단하는 노림도 내포돼 있다. 이 구상이 ▲에 들여다본 수의 의도.
참고도2 (백의 의도)
단순히 흑1로 받아주면 백2의 치받음을 선수할 작정. 백2로 두터움을 얻었기 때문에 백4로 잇고 싸울 힘이 생긴다.
백4로는 A부터 흑D까지를 활용한 다음 백E로 맞서는 적극책도 가능하다.
참고도3 (흑의 의도)
▲의 뜻은 백1을 응수시켜 놓고 흑2로 넘겠다는 것. 이 교환을 해두면 A에 들여다보는 수를 남겨 놓아 ■ 한점의 운신에 보탬이 된다.
실전진행 (백의 포석)
야마시타는 출발부터 양외목을 구사하는 등 적극적이고 현혹스러운 전략으로 맞섰으나 신통치 못했다.
3으로 움직이기 전의 흑1에는 야마시타의 고민이 담겨 있다. 흑9는 백A나 B를 꺼린 수이나 백10으로 석점머리를 맞은 건 몹시 아프다. 12까지 포석은 백의 성공작.
참고도4 (악수 교환)
〈실전진행〉 흑1은 가급적 두기 싫은 교환이지만 부득이하다.
흑1, 3으로 살려놓고 차후 A쪽을 나가야 백의 형태를 무너뜨릴 수 있는데 실전은 B쪽을 찌른 꼴. 자충이자 악수인 것이다.
참고도5 (흑, 잡힘)
두 기사는 지금까지 3번 대결해 이창호의 3승. 그 같은 결과를 반영하듯 야마시타는 중환배 4강이 세계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흑1로 움질일 경우 문제가 생긴다. 백4가 강수. 18까지는 흑이 잡힌 모습이다.
참고도6 (준비 부족)
미리 공작을 해두지 않고서는 백1로 돌파할 여건이 안 된다. 백7 때 당장 흑8에서 12을 당해 백의 울타리가 붕괴된다.
이 수단을 가로막는 용의주도한 수순이 〈장면〉 백3의 붙임이었던 것이다.
참고도7 (맹공)
〈참고도5〉 흑15의 변화. 흑1을 선수하고 나서 3, 5로 나가끊으면 백일단을 잡을 수 있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에 맹공을 퍼붓겠다는 것이 이창호의 구상.
붙임 두 방은 기억에 남을 명수(名手). 포석에서 리드를 잡은 이창호는 철문 걸어잠그기로 완승을 이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