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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GS칼텍스배 결승전 성적표는 압권이다. 결승무대에 섰던 다섯차례 모두를 승리로 장식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화려함의 극치다. 한결같이 3대 0, 퍼펙트 게임이었다.
무결점 15전 전승. 거기다가 2주 전의 결승1국 승점을 추가하면 16연승의 폭풍질주다. 입이 쩍 벌어진다.


제10기 GS칼텍스배 결승2국
●최철한 9단 ○이창호 9단

- 장소 : 한국기원
- 날짜 : 2005. 09. 21
- 결과 : 210수끝, 백불계승




장면1 (상식의 파괴)

결승2국은 최철한의 흑번. 이창호를 상대로 특출한 전과를 올렸던 흑번이다. 3시간 이상 바둑에서 8연승 중.
그 기록이 마침내 깨졌다. 우변 침입을 수월하게 안정하며 기세를 탄 이창호는 좌변에서 상식을 파괴하는 발상으로 징크스 탈출에 힘을 보탰다. 흑3에 대한 백4가 상식에 얽매이지 않은 돌입.










참고도1 (좌변 경영)

▲에 대해 백1이 상식적인 응수. 이런 곳을 뚫린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 아픔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철한의 의도는 흑2로 좌변을 경영하는 것. 이 수로써 거의 확정가의 형체를 갖춘다. 3의 곳 빈틈은 백도 A의 곳 약점을 안고 있어 강하게 덤빌 형편이 못 된다.








참고도2 (힘이 없다)

아무런 공작 없이 단순히 좌변을 도모하려는 것은 책략이 모자란다.
흑1, 3의 에워쌓기는 힘이 없다. 흑1은 확실한 선수로 보장받겠지만 당장 파고드는 백4를 위협할 만한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 수순 중 흑1로 3은 백A의 건너붙임을 당하므로 흑1은 필요한 수.








실전진행 (공터)

A의 노림을 간직하며 흑1로 뚫은 수는 기세일 터. 그 대신 당초 기대를 품으려고 했던 좌변은 백2를 맞아 어느 쪽이 주인인지 알 수 없는 공터로 변했다.
이 바둑은 △ 한수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싶다.









참고도3 (이로운 활용)

그렇다면 △를 직접 공격하는 수단은 없을까. 흑1이 맨 먼저 떠오르는 근거 탈취의 마늘모붙임.
백은 이미 △와 흑1을 교환시킨 자체만으로 상당한 활용이다. 백4로 달아날 여유가 생긴 것. 백2, 흑3이 결정된 상황에서 △의 뛰어듦에 흑이 중앙 쪽으로 덮어씌우지 않고 1로 응한 것과 다름없다.







참고도4 (집을 통째로 만들기 어렵다)

좌변을 통째로 집으로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요컨대 흑3으로 제압하려 해도 백4로 젖혀나가는 리듬을 탈 수 있어 1수로 집이 되지 않는다.










참고도5 (실패한 전략)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2국에서 타이 스코어를 노린 최철한의 전략은 칩입 유도 후의 공격. 흑1, 3으로 모양 확대에 보탬을 준 다음 5로 넓혔다. 흑1로 5라면 보통의 구상. 나아가 흑7이라는 공격적 발상으로 이어졌으나 결과적으로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철한은 절대 강점을 뽐내온 흑번을 잃음으로써 타이틀 쟁취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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