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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사의 맞대결에서 두드러진 기록은 흑번 승률이 월등하다는점. 백번 승리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하나는 계가로 갔을 때는 이창호, 불계로 끝났을 때는 최철한의 승률이 압도한다는 사실.

국수전에서 치욕스러운 영봉패를 포함, 타이틀전 3연속 패배를 곱씹었던 이창호. 그러나 더이상의 실패는 없었다. 네번째 마당에서는 통쾌하게 앙갚음했다. 최철한의 흑번을 뛰어넘었고, 전투로서 싸움꾼을 제쳤다. 4전 전승인 속기전 무대도 호재(好材)였다.


제2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2국
○이창호 9단 ●최철한 9단

- 장소 : 바둑TV 스튜디오
- 날짜 : 2005. 07. 11
- 결과 : 142수끝, 백불계승



장면 (엉뚱한 전환)

매우 빠른 템포에다 포석의 골격이 채 갖추어지기 전부터 난타전에 돌입.
우상에 얽힌 매듭을 푸는 공방이 한창인 와중에 백3이 엉뚱하다. 시간에 좇겨서 둔 딴전. 흑4, 6으로 대마가 갇히며 갑자기 중심을 잃은 모습이다.











참고도1 (순리)

싸움의 주무대는 우상 일대. 계속해서 그곳을 두어나가는 것이 순리였다.
백1이 기백 넘치는 이단젖힘. 그런 다음 3으로 이어두는 수가 두텁다. 이것이 보통의 진행으로 유리한 터전을 일굴 수 있었다.










실전진행1 (전면전)

궁지에 몰린 백. 다행히 1로 젖혀나가는 구명줄을 찾았다. 흑2는 부득이. 그렇다면 7까지는 절대이다.
흑12, 14가 강공. 그동안 치열한 전투와 두둑한 뱃심이 이창호를 꺾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최철한. 그러나 40초의 짧은 시간이 수읽기의 정밀성을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 사생결단의 전면전이 도리어 자신의 발목을 낚아채 갔다.






참고도2 (무리)

백의 출구를 봉쇄하며 전체를 포획하려는 흑1은 무리수. 2쪽의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서다.
흑1로 A에 끊어도 역시 백2, 4의 끼워이음을 당해서 곤경에 처한다.










참고도3 (타협안)

<실전진행1> 흑12로 인해 이 바둑은 단명국이 되고 말았다.
흑1 이하는 타협안. 흑은 우상 백을 끊어잡으며 양쪽 대마를 안정시키고, 백은 중앙의 실권을 쥐는 갈림. 우열을 단언하기 어려운 장기전이다.









참고도4 (흑승)

<참고도3>의 변화도. 흑3으로 끊었을 때 백4, 6으로 잡아들이는 수단은 생각할 수 없다.
9까지 상용수법으로 수수를 줄인 후 11로 중앙을 살리면 승부는 여기서 끝이다. 우변의 수상전은 흑이 빠르다.










참고도5 (축)

<참고도3>은 쌍방 최선의 절충. 백4에 대해 흑이 중앙을 살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탈출구가 없다.
흑5, 7로 길을 뚫으려 해도 단단수로 축에 걸려드는 것.










참고도6 (불가항력)

국후 복기 때 최철한은 맨 먼저 흑1로 보강하는 수를 제시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백2, 4로 끊겨서 불가항력이다.
백6이 자신의 수수를 늘이면서 상대방의 공배를 메우는 호착.










실전진행2 (실패로 끝난 강공)

잡느냐, 잡히느냐의 살벌한 전장. 큰 승부에 아랑곳하지 않는 대범하고도 격렬한 호흡이다.
전면전은 우변 흑이 잡히는 참담한 피해를 입었다. 대실패. 우변 백집이 40집에 육박한다. 게다가 백의 선수. 실질적으로 승부가 끝났다.








참고도7 (선수가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여드린다. 흑1이 선수가 안 되는 것도 흑의 비극. 3으로 끊어도 살지 못한다.
이창호의 전투력이 한층 무르익은 모습이다. 지난 달 최철한이 기성을 잃고, 이번에 이창호가 왕중왕을 보탬으로써 연초 3대3으로 양분됐던 국내 타이틀 지분은 이창호쪽으로 확연히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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