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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대첩’으로 생생히 기억되는 농심배. 그때의 여흥이 가라앉기 전 또 하나의 승전보가 봄향기를 타고 날아들었다.
용솟음친 기쁨의 진원지는 중국 대륙의 남동부 창사(長沙). 춘란배 결승이 열린 곳이다. 혈혈단신으로 오른 8강. 외로운 이창호를 빙 둘러싼 건 6명이나 되는 건장한 중국세. 사면초가보다 더한 난국이었다.

그들은 그러나 수적 우세를 점유하는 데 불과했지 대항마가 못 됐다. 잔뜩 겁을 먹고 있던 대륙의 심장에 다시금 비수를 꽂았다. 우승까지 중국기사만 상대한 것도 이색 기록. 중국이 왜 이창호를 신(神)처럼 받들고, 어째서 그토록 경외하는지를 재삼 깨우쳐 준 통쾌한 섬멸 작전이었다.

17번째 메이저 타이틀. 이ㆍ창ㆍ호, 그는 이 시대의 영웅이다.


제5회 춘란배 결승3번기 제3국
○저우허양 9단(중국)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중국 후난성
- 날짜 : 2005. 03. 18
- 결과 : 217수끝, 흑불계승



장면 (만용 부린 이단젖힘)

저우허양은 사석 작전에 능한 기사. 실수가 겹쳐 우상에서는 흑이 크게 당했다. 초반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대형 사고’.
그러나 저우허양은 절대 우세를 구축해 놓고 지나치게 호기를 부렸다. 두려운 이창호의 종반,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끝내 버리겠다는 마음이 동했는지도 모른다. 좌상 흑을 몰아치는 과정에서 백7 이단젖힘이 만용의 한수.








참고도1 (너끈한 우세)

전체적인 국면을 볼 때 백은 좌변 일대에서 30집 정도 장만하면 충분한 형세. 백1에 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흑은 당장 A의 곳 단점이 부각되며, 좌상이 미생인 데다 백B 등이 듣고 있어 좌변 백모양을 깨러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전진행1 (정교한 수순)

강수를 두었다가 되레 손해를 입으면 자책에 휩싸여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창호는 그런 면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초반의 과오를 이내 털어버리고 다음수에 몰두한 끝에 기회를 잡았다. 천재일우의 순간을 한수 한수 정교하게 옥죄어 갔다.
흑1부터 11까지는 하나 빠뜨릴 것 없이 전부 음미할 만한 수순.







참고도2 (미흡한 수순)

흑1로 귀쪽부터 밀고 들어가면 백2로 단점을 보강할 가능성이 있다. 흑3에 백4로 늦추어 받으므로 흑A～C로 젖혀잇는 것은 후수(이와는 달리 <실전진행1>은 백4, 6으로 응수하지 않으면 흑이 6에 젖혀잇는 수가 다음에 9의 곳 끊음을 봐서 선수가 된다).
백은 귀가 잠식당할지라도 △의 젖힘을 두었으므로 애석하지 않다.








참고도3 (속수)

흑1로 몰고 3으로 젖히는 것은 속수. 가만히 한눈을 내는 백6이 수수를 늘이는 급소. 흑7로 잡으러 가는 것은 백8을 당해 불가하다.
그렇다면 흑7로는 좌변쪽을 두어야 하는데 백7로 살고 나면 좌변 흑과 좌상 흑에 대한 공격이 맞보기. 어느 한쪽의 흑이 위험해진다.









참고도4 (속수인 이유)

먼저 모는 수가 속수라는 것은 이 그림을 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흑3 다음 백이 수상전을 벌인다면 4에 둘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흑A, 백B는 대악수 교환인 것.
백4라면 흑C에 치중해 적어도 선수빅을 만들 수 있다.









실전진행2 (흑의 선수빅)

상대방 진영에서 수를 냈을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과욕을 질타하는 이창호의 찌르기 권법이 이어진다. 치중부터 하는 흑4가 올바른 수순. 13까지 선수로 빅을 만들었다. 대전과.
귀중한 선수를 14에 투입, 불안했던 좌상 대마도 여유롭게 안정을 찾았다. 나아가 백이 정석 처리를 보류해 놓았던 좌하를 A부터 매듭지을 때 반상최대인 우상 B를 차지, 상황을 역전시켰다.





참고도5 (백의 선수빅)

피해 막심, 후회 막급인 저우허양. 창졸간에 벌어진 불상사였다.
단 흑도 선수랍시고 불쑥 1을 두어서는 낭패난다. 좌상은 백의 선수빅, 선후수가 뒤바뀐다.
악몽 같은 끝내기 역전패 상처를 딛고 올라선 2연승. 이창호의 진면목은 춘란배에서 다시금 위력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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