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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분의 1. 백분율로 환산하면 3% 남짓한 극미한 수치.
5연승 중책을 맡은 이창호가 임무를 완수할 산술적인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량을 보태면 수치는 쑥 치솟는다. 농심배 불패신화의 명성과 단체전에서의 투철한 사명 의식. 아무리 만신창이 컨디션으로 나섰을지언정 중일의 상대는 한 계단 아래에 있었다. 환호! 4연승!

제6회 농심신라면배 제13국
○이창호 9단(한국) ●왕밍완 9단(일본)
- 장소 :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
- 날짜 : 2005. 02. 25
- 결과 : 204수끝, 백불계승


장면 (용서할 수 없다)

이번 농심배, 특히 왕밍완을 상대로는 이창호바둑이 변화 과정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거세게 몰아치는 주먹 세례. 이토록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 정도였다.
흑1, 3으로 수단을 부려온 수에 대한 백4, 6은 용서할 수 없노라는 강경한 의사 표시. 10으로 씌운 데까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강공이다.







참고도1 (효율적인 귀살이)

흑이 구상하는 그림은 13까지. 처음에 단순히 3.三에 침입해서 사는 것에 비해 귀의 집이 한층 크다.
그에 비해 주변의 백돌들은 여러 겹 뭉친 꼴. 가만히 앉아서 이 진행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전진행1 (주고받은 실수)

주먹을 휘둘렸지만 위험한 고비가 없지 않았다. 짧은 제한시간도 수읽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장애가 됐다.
자잘한 실수는 묻어 두더라도 흑1 때 백2는 패착의 오명을 쓸 뻔했다. 그런가 하면 흑3도 뚱딴지 같은 수. 백4로 이어서 가까스로 화를 모면했다.







참고도2 (효율적인 귀살이)
참고도2 (부득이한 연결)
기분이 유쾌하지 않지만 백1로 연결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흑은 2부터 6으로 완생.
살려주는 게 싫지만 불가피하다. 백7로 크게 넓혀 좌변 백모양이 얼마만큼 집이 되느냐가 승부가 된다.









참고도3 (1수 차이)

반면 흑은 1로 끊을 곳. 결정타에 버금가는 위력적인 수가 됐을 것이다. 실전과 다른 점은 상변 백이 살아야 때 흑이 선수를 잡는다는 것. 거의 1수 차이가 난다.
13의 곳이 빛나는 대세점이다. 모양바둑에서는 대세점을 어느 쪽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엄청 달라진다.







실전진행2 (자멸행위)

서로 실수가 많았던 한판. 그런 경우 대체로 뒤에 실수를 저지른 쪽이 무거운 죗값을 받는다.
이창호는 흑의 침입을 유도, 좌변에서 또 한번 거세게 다그쳤다. 1선을 젖힌 흑3이 운명을 결정지은 대실착. 백4로 먹여침당해 눈을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린 것. 그 이후에도 왕밍완은 패신(敗神)에 홀린 듯 실수를 연발하며 ‘이단패’ ‘1수늘어진 패’의 형태로 전전긍긍하더니 끝내는 대마를 죽였다.




참고도4 (급소의 치받음)

1선에 젖힌 수로는 흑1로 치받았더라면 안정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백2로 이으면 일단 흑3으로 따내서 동태를 살핀다.
좌변 흑은 패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흑A, 백B, 흑C로 두면 살 수 있다는 게 자랑이다.










참고도5 (욕심)

두점을 끊어잡고 안정하려는 흑1, 3은 집으로는 득이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백6부터 우상에서 패를 걸어가는 것이 고등전술. 좌변쪽 패와 연계시키면 흑은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변화는 흑이 나쁘다.
불가능을 현실로 승화시키는 사나이. 새로운 신화창조에 이제 딱 한 걸음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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