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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전7기, 5년 만의 첫 승점. 이창호 그림자만 봐도 움찔거렸던 왕리청의 승리는 차라리 북받쳐 오르는 감격이다.
없는 반집도 만들어낸다는 신산(神算)의 능력. 종반 역전 반집승 찬스가 있었으나 이창호의 레이더가 얼어붙었다.

어차피 종이 한 장의 실력차. 확률적으로 한판쯤은 질 때도 됐다. 그래도 응씨배 8강, 후지쯔배 8강, 도요타배 8강, 삼성화재배 32강에서 연속 실족하는 행보가 행여 깊어가는 부진의 골이 아닌가 하는 기우(杞憂)가 인다.

제1회 중환배 준결승전
○이창호 9단(한국) ●왕리청 9단(대만)

- 장소 : 대만 위엔산 대반점
- 날짜 : 2005. 01. 13
- 결과 : 292수끝, 흑반집승




장면 (오늘의 한수)

박빙. 초반의 실점을 가까스로 만회했을 즈음 왕리청의 흑1이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백진의 엷음을 추궁하는 끝내기 맥. ‘종반의 달인’을 상대로 절호의 컨디션인 왕리청이 덩실덩실, 리듬을 타고 오르는 장면이다.












참고도1 (늘어진 패)

좌하귀는 보기보다 엷은 구석이 있다. 가령 흑1로 급소를 한방 알린 다음 3으로 미끄러지면 수가 난다. 그렇지만 흑도 그 정도로는 만족할 만한 수확이 아니다.
백20이 수수를 늘이는 좋은 수. 백A의 붙임 때문에 흑21로 늦추어야 하므로 이 수상전은 2수늘어진 패. 백도 안심이다.








실전진행 (빛나는 전과)

백은 1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흑8로 배후에서 끊어가는 수가 콤비블로의 후속타.
선수로 백집을 위축시키며 흑집에 살을 붙인 것은 박빙의 형세에서 적지 않은 전과. 흑이 다시금 앞서 나가는 발판이 됐다.










참고도2 (반발 없다)

백은 흑의 습격을 타파할 입장이 못 된다. 백1로 한점을 제압하는 반발은 흑2로 몰려서 파국으로 간다. 백3은 절대.
계속해서 흑4로 상하 백의 연결고리를 분단하고 나서 6으로 늘어서면 백에게는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









참고도3 (무모한 진격)

흑도 백 전체를 노리는 발상은 무모하다. 흑1이 그것인데 백2 이하로 되레 잡혀 버린다.
한사코 고집를 부리면 패는 만들겠지만 <참고도1>보다 몇수 더 늘어지므로 패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참고도4 (흑의 최선)

다만 흑의 입장에서도 실전이 최상의 솜씨는 아니었다.
먼저 옆구리에 붙여가는 흑3이 맵시 있는 끝내기. 백5로 차단하는 것은 흑6으로 낭패이므로 백은 4에 돌아서야 한다. 결국 백6까지 일단락되는데 흑은 이 편이 조금이라도 낫다.
초읽기 속에서 이어진 혼돈의 끝내기. 세계대회로는 드물게 8시간 반에 걸친 사투는 쌍방 실수로 얼룩지며 가공의 수치인 반집차로 명암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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