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시가 이세돌을 이기면 이것은 바둑계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12월 7일, 이세돌과 왕시의 삼성화재배 결승1국을 관전하던 팬들은 진행자의 이 한마디에 모두 웃음을 짓고 말았다. 왕시의 깐깐한 기풍에 자칫 우리의 이세돌 9단이 말릴지도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 은근하고 재치있는 한마디였기 때문.
안조영 8단의 정교한 해설을 재치있게 버무린 진행자 한창규씨, 중간 중간 툭툭던진 한마디 한마디가 관전의 재미를 한껏 부풀려 줬다. 결승1국에서 보여준 한창규씨의 어록을 몇개 뽑아 봤다. 한창규씨는 사이버오로 집중조명 필자.
♥직감의 안테나
[34] 벌써 찬스가 왔다고 직감의 안테나가 가동되고 있나요?
[34] (이세돌 9단이)특히 이창호 9단의 발목을 잡았던 후야오위 7단을 매쳤을 땐 가슴속까지 후련했습니다.
- 34수에서 이세돌 9단이 장고를 거듭하자, 이세돌 9단이 여기서부터 찬스를 잡으려 하고 있다는 설명. 이세돌 9단은 삼성화재배 본선에서 중국기사만을 이기고 올라 왔는데 특히 후야오를 이겼을 때 너무 통쾌했다는 설명.
♥무대뽀 주의보
[78] 해설 : 흑은 응수를 조심해야 합니다.
[78] 상대가 '무대뽀 주의'로 나올 때가 무섭습니다.
[113] 진행 : 왕시 5단, 부채질만 연신 해댑니다.
[113] 이번에는 이마를 바둑판에다 묻을 태세입니다.
[113] 녹차도 한 모금 들이키는군요.
[113] 반상 외적인 동작이 더 분주합니다.
- 불리한 상대가 막나가자고 할 때 위험할 수 있다며. 반상에서도 '무대뽀'가 제법 통할 때가 많은가 보다. 중국 기사들은 불리해지거나 집중할 때면 머리를 바둑판에 푹 숙이고 바짝 다가앉는 습관이 많은데, 이를 적절히 알려주고 있다.
♥왕시는 풋사과, 그가 이기면 질서가 무너지는 것
[123] 진행 : 모두 끝이라고 하는 그곳을 찔러갑니다.
[123] 종국이 성큼 가까워졌습니다.
[123] 슬슬 축배를 들 채비를 해볼까요?
[123] 왕시, 아직은 풋사과입니다.
[123] 그가 이기면 바둑계 질서가 무너집니다.
[127] 진행 : 왕시 5단, 이번에는 신경전입니다.
[127] 멀쩡히 제 위치에 놓여있는 돌을 다시 건드리는군요.
- 이세돌 9단이 결정적 승기를 확고히 하던 장면이다. 바둑계 질서가 무너진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과찬의 말씀
[129] "깐깐하고, 균형감 있고, 실수가 적은 기사. 대세관보다 부분적인 처리능력이 뛰어난 기사."
[129] 결승전에 앞서 이세돌 9단이 상대방 왕시 5단을 평가한 말입니다.
[129] 그러나 이 바둑만을 놓고 볼 때 과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이세돌 9단은 준결승에서 구리 7단을 2-1로 꺾고 결승진출을 확정했다. 이 9단은 결승 상대인 왕시에 대해 상당한 칭찬을 했는데, 너무 과찬이 아니었냐는 지적
♥최후의 똥침
[171] 진행 : 뒤로 돌아가서 '똥침'을 놓는군요.
[171] 움찔 거립니다. 왕시 5단...
마지막 멘트 : 지금까지 멋진 해설에 안조영 8단, 허접한 진행에 한창규였습니다.
- 이세돌 9단이 자기의 대마를 돌보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상대 대마의 목숨을 은근히 노리고 있는 장면이다. 이 9단이 조용히 뒤로 돌아가 마지막 똥침을 놓는 장면이 연상된다. 움찔거리던 왕시 5단은 얼마되지 않아 175수에서 돌을 던졌다.
결승 2국은 12월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반상여제(女帝) 루이나이웨이 9단의 해설로 인터넷 생중계된다. 진행에는 역시나 빼어난 구공(口功)을 자랑하는 박해진 시인. 철완 루이 9단의 박력넘치는 해설과 박해진 진행자 필생의 내공이 힘을 합해 환상적 컴비네이션이 펼쳐질 전망.
※지난 주요 중계대국의 해설은 사이버오로
생중계 퍼레이드메뉴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