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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으로 거행됐던 지난 대회의 우승․준우승자가 한국기사였기 때문에 2명이 시드로 자동출전, 예선전을 통해 3명의 기사만 뽑았다. 태극마크를 달기까지의 관문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여류국수와 여류명인, 양대 여류타이틀을 석권한 일인자 조혜연이 중도에 고배를 마셨다.
그 조혜연을 선발전 결승에서 무너뜨린 인물이 이민진이다. 그 바람에 한국팀의 전력이 약화됐느니 하는 등 이민진은 조혜연 팬들로부터 시기도 적잖이 받았다. 그런 상황인지라 어깨가 더욱 무겁고 기대 또한 한층 컸는데….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2국
○우메자와 유카리 5단 ●이민진 4단

- 장소 : 중국 베이징
- 날짜 : 2004. 11. 10
- 결과 : 244수끝, 백불계승




장면1 (당당한 포진)

큰 기대가 심신을 위축시킨 모양이다. 개막전에 이어 이민진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일본의 우메자와 유카리를 상대로 2승 사냥에 나섰으나 국내에서 보여주었던 기량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
▲까지 우하 소목을 중심축으로 양날개를 구축한 흑의 포진이 당당하다. 이 모양을 묵인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백1의 침입은 절대. 바야흐로 쫓고 쫓기는 공방이 승부의 열쇠로 부상했다.







실전진행1 (안방을 헌상)

이민진의 공격은 날카로움도 박력도 없었다. 우하일대는 흑의 보물창고. 사방은 흑천지, 주력으로 삼아야 할 터전이다. 그런 곳에 들어온 상대를 너무 편하게 안정시켜 주고 말았다.
흑1부터 단추를 잘못 꿴 느낌이 짙다. 흑3도 느슨하다. 10까지 백의 뜻대로 풀린 모습. 이렇게 되니 A의 곳 약점이 드러나 B로 끊는 노림도 사라졌다. 12에서 횡재를 한 우메자와의 기분이 읽힌다. 얼마나 좋았으면 1수 더 들일 여유까지 가졌을까.




참고도1 (강경한 공격)

실전은 공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응당 흑1의 마늘모로 근거를 빼앗고 봐야 하지 않았을까. 백2라면 흑3이 초지를 관철하는 강경수단.
어쨌든 이 백을 괴롭히지 않으면 안 된다. 온통 아군 일색인 곳에서 두려울 게 뭐가 있으랴.








참고도2 (강인한 젖힘)

<실전진행1> 흑3 때라도 1로 강하게 젖히는 기백이 필요했다. 백2로 늘면 흑3, 5. 각본을 쓰더라도 이것 이상 바랄 수 없는, 더할 나위 없는 흐름이다. 물론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테지만.
어째서 절에 간 색시마냥 다소곳하게, 태평스럽게 받아주었을까?








참고도3 (변화도 환영)

백도 변화를 구해올 것이다. 가령 백2, 4로 붙이고 끊는 수가 한 가지 방책.
백의 저항태도에 따라 여러 갈래가 파생되겠지만 주위의 응원군을 업고 있는 흑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떤 길을 따라간들 실전보다 못한 그림이 만들어지겠는가.











장면1 (과격한 돌입)

낙담한 이민진은 흑1로 과격하게 돌입했다. 시비를 걸어볼 곳이라고는 거기뿐이다. 백2, 4로 기대어 왔을 때 5 이하 우선 귀의 실리를 도려내며 역전의 기회를 모색했다.
대신 주위가 엷어졌다. 그 엷음은 곧바로 현실적인 아픔으로 돌아온다.











실전진행2 (결정타)

하나를 탐하면 다른 하나를 잃는 게 세상사의 근본이치. 실리와 바꾼 엷음을 향해 백7로 건너붙인 수가 우메자와의 피니시블로. 석점을 수중에 넣은 실리가 엄청나다. 반면 흑의 빵따냄은 쓰임새가 마땅찮다.
이민진으로서는 무기력한 패퇴. 그렇지만 첫승을 올리며 기선제압한 공로로 자기몫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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