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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창호와 쌍벽을 이룰 만큼 훌쩍 커버린 최철한이 국제무대에서도 위력을 발휘할는지 관심을 모은 한판. 상대가 ‘한국킬러’로 이름난 콩지에(孔杰)여서 더욱 그러했다. 이미 응씨배에서 한차례 검증을 받았지만 그걸로는 약간 미흡하다.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

○콩지에 7단(중국) ●최철한 8단(한국)
- 장소 :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
- 날짜 : 2004. 05. 20
- 결과 : 190수끝, 백불계승




장면1 (실리집착)

콩지에는 2000년 이후 한국기사를 상대로 13승 7패를 올리고 있다. 조훈현 이세돌 송태곤 목진석 박영훈 등이 한번 이상 고배를 들었고, 이창호도 판맛을 못 봤다. 다만 유창혁만이 2전 전승을 기록중.
곳곳에 챙겨놓은 흑의 실리와 상하변 백의 모양이 대치하고 있는 국면. 좌하 백1부터도 그런 흐름이 계승됐는데, 뒤이은 흑8은 너무 밝혔다는 질타를 받았다.







실전진행1 (모양이 집으로)

실전은 백이 먼저 하변쪽을 선착하는 진행이 됐다. 1부터 5까지 어설픈 모양이 순식간에 대가로 변하고 있다.
흑8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돌입이지만 때늦은 감이 짙다. 백9의 강력한 공격을 받아, 이후 흑은 갖은 고초를 겪으며 끝까지 끌려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고도1 (절호의 삭감)

흑1이 보기에도 시원스러운 삭감의 요처가 아닌가. 어찌보면 시급을 요하는 한수라 할 수 있다.
이 백모양을 얄팍하게 깎으면 도처에 장만해 놓은 알뜰한 흑의 실리가 말을 할 것이다. 검토실 기사들은 이 수를 두지 않을 것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 했다.








참고도2 (선수로 정비)

나중에 실전에서도 나오듯이 상변은 백이 1 이하 선수로 정비하는 수단이 있다.
물론 백1로 지킨 것에 비해 흑이 크게 벌어들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대세를 등한시한 죄가가 더 컸던 것이다.












장면2 (맥 빠진 흔들기)

흑1은 굳이 표현하자면 ‘흔들기’의 일종이나 박력이 없다. 백4로 밀어가니 이 돌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단이 흑에게 없다. 도중에 어느 수로도 젖혔다가는 맞끊겨 흑이 되레 잡힌다. 결국 서로 연결하는 무난한(?) 절충이 이루어졌는데 그것으로 판 위의 변수도 말끔히 사라졌다.
컨디션이 나빴는지 최철한이 본연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상대적으로 털끝만큼의 빈틈도 보이지 않은 콩지에의 기량을 높이 평가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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