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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큰 승부사’ 유창혁이 되살아나고 있다. 가슴 한 구석엔 평생 지우기 힘든 아픔이 서려 있을 테지만 승부사로서의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번뜩이는 감각과 날카로운 공격력을 재무장 하고서….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1회전

○저우허양 9단(중국) ●유창혁 9단(한국)
- 장소 :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
- 날짜 : 2004. 05. 18
- 결과 : 137수끝, 흑불계승




장면1 (가벼운 응수타진)

쌍방이 기세 싸움을 하며 대모양을 펼쳐나간 호탕한 초반. 그러나 승부는 예상밖으로 엉뚱한 곳에서 결정나 버렸다.
유창혁의 흑4는 큰 뜻이 있기보다 지나가는 길의 응수타진. 그런데 치밀하기로 소문난 저우허양이 이 가벼운 잽 한방에 스스로 스텝이 엉켜 버리고 만다.










실전진행 (때이른 패착)

우하는 아마추어에게는 응수하기 까다로운 구석이 있을지 몰라도 프로의 기량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자리.
그런 곳을 저우허양은 백1로 받고 말았는데 이 수는 패착으로 지목받아도 마땅한 대실착. 이하 12까지 흑은 알토란 같은 백집 속에서 비록 2집이지만 떵떵거리며 살아 버렸다. 졸지에 안방을 내준 백은 내세울 만한 집이 없다.






참고도1 (잡고도 망한 꼴)

<실전진행> 백5로 본도처럼 1에 늘어서 버티는 수도 좋을 게 없다. 수상전에서 간신히 이겨서 흑을 잡는 데는 성공하지만 외곽을 온통 싸발리는 수모를 당하며 한점이 뜯긴 데다 전부 놓고 따내야 하는 형태. 잡고도 망한 꼴이다.









참고도2 (살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받아야 했을까. 백1쪽을 이었더라면 아무런 탈이 없었다. 흑2, 4에 백3, 5로 순순히 받아주어서 그만. 계속해서 흑6에도 백7로 이으면 이 흑에게 사는 수단이 없다.











참고도3 (백승)

달리 흑6으로 끊고 8로 들어가는 변화도 통하지 않는다. 백9를 선수하고 11로 젖혀서 수상전은 백승. 흑12에도 13으로 막아서 끄떡 없다.
이후 흑은 A가 우하 수상전에 선수로 듣는 것을 발판 삼아 공중에 떠있는 백일단을 공격하는 진행이 되는데, 그렇더라도 백으로서는 실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림이다. 종국에는 무리하게 버틴 백의 대마까지 함몰, 유창혁이 통쾌하게 완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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