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이 국수전에 이어 이창호와 더블매치 10번기를 벌일까, 묵묵히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소리없는 강자 류재형이 첫 도전권을 따낼까. 11연패를 질주 중인 이창호 기성에 대적할 도전자는 최철한 6단이 먼저 1승을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작년 최고의 해를 장식했던 최철한의 폭풍기세는 새해를 맞아서도 사그라들 줄 모른다.
제15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자결정3번기 제1국(○ 류재형 6단 / ● 최철한 6단)
- 장소 : 한국기원 본선대국실
- 날짜 : 2004.01.19
- 결과 : 121수끝, 흑불계승
장면1 (과격한 젖힘)
백△로 붙였을 때 흑1, 3으로 몰아친 것은 과격한 수. 백은 주저없이 2 이하의 맥으로 저항했다. 바야흐로 백에게 찬스가 도래한 장면. 이곳에서의 전투가 이 판의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장면2 (전투 태세)
수순이 조금 더 흘러 흑과 백이 상대방의 돌을 끊고 끊긴 난해한 국면. 그렇지만 왼편 흑 넉점의 모양도 사나워 이 싸움은 백이 불리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최철한은 1에서 3으로 끌어
가와
나부터의 절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백의 위기일까?
실전진행 (불안감 해소)
다소 기이해 보이는 백1이 실전에서 류재형이 둔 수. 아래쪽의 절단과 위쪽으로 끊기는 수를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방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렇더라도 흑2 이하의 절단까지 완전히 방어할 수는 없다. 흑8까지 집으로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은 이것은 요석. 이 돌을 수중에 넣으며 흑은 좌상 일단에 대한 걱정거리를 말끔히 해소했다. 나아가 ▲에 대한 수습도 산뜻하게 처리, 승세를 탔다.
참고도1 (필요한 수속)
중앙쪽을 두기 전에 백1의 치받음이 꼭 필요한 수속. 흑은 2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백3으로 힘차게 호구칠 수 있는 게 자랑. 앞선 백1의 효과로 흑A부터 절단당하는 약점이 방비됐기 때문이다. 이랬으면 좌상 방면의 흑대마를 계속 추궁하며 포인트를 챙길 수 있었다.
참고도2 (수상전은 백승)
백1에 맞서 흑이 달리 대항하는 수단이 없을까? 먼저 흑2에서 6은 백7로 끄는 것이 선수로 작용한다. 흑8로 따내는 수가 불가피할 때 백9로 이으면 좌상 흑과의 수상전에서 백이 이긴다.
참고도3 (흑, 별무신통)
또
<참고도2>의 흑6으로 1에 이단으로 젖혀가면? 이렇게 차단하고 나서는 것 역시 신통치 않다. 이번에는 백2 쪽을 끊어 6까지 백승에 변함이 없다. 흑A의 끊음은 백B의 무시무시한 패가 있는 이상 무모하다.
류재형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찬스에서 수순을 하나 빠뜨리는 바람에 도리어 단명국을 부르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