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바둑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현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견고한 ‘10년 왕국’을 노래했던 최정 9단으로선 정신없고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 요즘이었다. 어린 후배들의 위협이 그만큼 거셌다. 그런 북새통에 여자랭킹 1위도 내주었다. 8월, 김은지가 1위가 됐다. 10년7개월 동안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던 최정은 2위로 내려앉았다.
랭킹뿐 아니라 타이틀 전선에서도 최정은 ‘지는 해’가 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에이징 커브라면서 나이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정은 28세, 김은지는 17세다.
최정은 “죽을 힘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곤 했다. 1위를 뺏긴 뒤 김은지와의 격돌은 빠르게 찾아왔다. 진행되고 있던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결승2국과 3국이었다.
지난 1국에선 무력하게 졌지만 2국에서 압승을 거뒀고 이어 최종국에서 또 승리해냈다. 최종국은 팽팽한 흐름이 오랜 시간 지속됐는데, 좌하 방면 접전을 통해 중앙의 중요한 돌들을 잡아내면서 앞서기 시작했다.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타이틀 경쟁에서 여왕 최정의 위엄은 아직 사그러들지 않았음을 이 결과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결승3국] 최정(승)-김은지.
15일 성남 판교 K바둑스튜디오에서 펼친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최정은 김은지에게 27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하면서 종합전적 2-1로 우승했다. 특히 최정은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대회가 창설된 2021년부터 매년 우승하여 2024 대회까지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최종국을 마친 최정은 “우승을 많이 했지만, 우승을 할 때마다 기쁜 것 같다. 이번 결승은 김은지 9단과 둘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조금이라도 배우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또 “요즘 성적이 좋지 않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도 무거우셨으리라 생각한다. 항상 그 응원에 감사한다.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좋은 바둑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 최정.
▲ 2020년 1월 입단 후 4년 7개월 만에 여자랭킹 1위에 오른 김은지.
한편, 김은지는 지난 대회에 이어 준우승 두번을 기록하게 됐다.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은 5월 열린 예선에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42명이 출전했다. 본선은 예선 통과자 5명과 전기 시드 최정ㆍ김은지 9단, 후원사 시드 스미레 3단 등 8명이 패자부활 토너먼트를 벌였고, 최정과 김은지의 결승 리턴매치가 성사됐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후원하고 한국기원 주최ㆍ주관하며 K바둑이 주관방송을 맡은 2024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의 우승상금은 4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 원이다. 생각시간은 시간누적방식을 적용해 각자 1시간을 주고, 매수 30초를 추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