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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씨배 우승컵은 사람 키 절반 만큼 될 정도로 크다. 우승자 신진서(왼쪽)와 한국 바둑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이 함께 기뻐했다.

4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데다 팬데믹 탓에 3년이나 연기됐기에 더욱 애가 탔더랬다. 2021년 1월 결승진출자를 가렸으나 이번에 결승을 치렀다. 고수들이 탐내는 그 대회, 일인자 시절의 박정환 9단도 두 번의 준우승에 그친 그 대회 응씨배다.

신진서 9단이 응씨배에서 우승했다.
23일 중국 상하이(上海) 창닝(長寧)구 쑨커별장(孫科別墅)에서 펼친 제9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3번기 2국에서 신진서가 백으로 226수 만에 불계승했다. 지난 1국에서 신진서가 셰커에게 25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한 데 이은 승리로 종합전적 2-0을 만들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포석 단계부터 일찌감치 우세해진 신진서는 큰 위기 없이 이겼다. 5시간 10분 만에 셰커가 항서를 썼다. 내용에서 완벽했다. 오로대국실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홍무진 6단은 “셰커 선수의 실리, 신진서 선수의 두터움일 팽팽하게 맞선 바둑이었다. 중반에 형세가 어려워졌다고 본 셰커 선수가 공격에 나섰지만 신진서 선수가 훌륭하게 타개하면서 백의 우세가 확연했다. 나중에 미세해지긴 했지만 종반에 나온 무리수를 신진서 선수가 잘 응징하며 승리에 골인할 수 있었다.”고 내용을 분석했다.

이번 우승으로 신진서는 LG배(제24, 26회), 춘란배(제13회), 삼성화재배(제27회)에 응씨배까지 메이저세계대회 5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4년에 한 번 열려 바둑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應昌期)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조훈현의 세계 제패로 한국바둑의 급성장을 불러온 대회이며, 한국 4천왕(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우승한 대회라는 점 등에서 여러 모로 한국 바둑계와 연관이 많은 대회다. 그동안 응씨배에서 한국은 조훈현ㆍ 서봉수ㆍ유창혁ㆍ이창호ㆍ최철한까지 5명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신진서가 인연을 이어나가게 됐다. 중국은 창하오ㆍ판팅위ㆍ탕웨이싱까지 3명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응씨배는 타임아웃제를 적용한다. 각자 기본 생각시간 3시간을 주며 시간을 다 사용하면 바로 시간패되는 것이 아니라 벌점 2점이 부과되고 추가시간 20분을 받는다. 3회째로 접어들면 시간패 된다. 응씨배의 우승상금은 단일 대회로는 최고액수인 40만 달러(약 5억 3600만 원), 준우승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 3400만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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