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에서 만나게 된 신진서(왼쪽)와 중국 구쯔하오가 악수를 했다. 신진서는 4강에서 중국 탄샤오를 제압하며 초대 난가배 결승에 진출했다. 2월26일 41기 KBS바둑왕전 결승 이래 29연승을 작성하며 본인의 최다연승(2020년)도 깼다. 올해 47승3패 (94%) 의 무시무시한 기세다.
신진서와 중국의 구쯔하오가 초대 난가배의 우승을 다투게 됐다.
9일 중국 저장성(浙江省) 취저우(衢州)시 취저우 국제바둑 문화교류센터에서 펼친 제1회 난가(欄柯)배 세계바둑오픈 4강에서 한국랭킹 1위 신진서가 중국17위 탄샤오 9단에게 203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초반은 마치 서로 연구가 됐다는 듯 빠르게 진행됐다. 이후 좌변에서 탄샤오의 상변 돌을 무겁게 만든 신진서는 중앙을 가로질러 날아가면서 리드미컬하게 공격했다. 신진서의 소나기 펀치를 맞던 탄샤오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항복 의사를 밝혔다. 바둑TV 박정상 해설위원은 “신진서 선수가 큰 위기 없이 승리를 거두었다. 나중엔 시간도 충분하고 뒷맛 나쁜 곳도 없었다. 4강 대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고 했다.
랭킹시드를 받아 난가배에 출전한 신진서는 32강에서 리친청을, 16강에서 중국4위 딩하오를, 8강에서 중국11위 리웨이칭을 제압한 데 이어 탄샤오를 짐싸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건호(한국11위)는 삼성화재배 우승 경력이 있는 중국의 강호 구쯔하오에게 역전패했다. 좌하 타개 뒤 중반까지 우세한 바둑을 구축했던 박건호는 좌하 패를 해소하면서 중앙을 내어주는 판단을 하게 된 시점부터 미세해졌다. 그런 뒤에도 마지막까지 기회는 계속 찾아왔지만 상변을 넘어가지 않고 작은 곳을 두면서 더는 승부를 해볼 수 없게 됐다. 몇 수 더 두다가 도저히 뒤집을 수 없다고 판단한 박건호가 싹싹히 돌을 거두었다.
▲ 신진서(승)-탄샤오.
▲ 구쯔하오(승)-박건호.
▲ 신진서는 “오늘 대국은 초반에 잘 풀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며 “힘들게 결승에 올라왔으니 우승해야 할 것 같다. 잘 준비해서 우승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박건호.
박정상 해설위원은 “박건호 선수, 고개를 떨굴 필요없다. 비록 결승에 오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활약만으로도 또래인 98년생이나 99년생 한국기사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평가했다.
국내선발전을 통과해며 본선에 오른 박건호는 32강에서 중국 차오샤오양을, 16강에서 LG배 우승경험이 있는 셰얼하오를 꺾었고, 8강에서 글로비스배를 두 차례 우승한 바 있는 왕싱하오를 압도적인 내용으로 제압했다.
중국은 자국 주최 초대 세계대회가 한국잔치가 될 뻔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국이 자랑하는 간판스타들이 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것이 가뜩이나 아픈 판국이었다. 중국랭킹 1위 커제가 32강에서 탈락했고 2위(리쉬안하오)와 4위(딩하오)가 16강에서 탈락했다. 3위(구쯔하오)마저 탈락했다면 체면을 구길 수 있었던 상황.
신진서와 구쯔하오는 6월14일(1국)부터 16일(2국), 17일(3국)까지 3번기로 결승전을 벌인다. 상대전적에선 신진서가 6승4패로 앞서있다.
제1회 난가배 세계바둑오픈의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 4500만 원)이며, 준우승상금은 60만 위안(약 1억 1500만 원)이다. 중국 바둑규칙을 적용해 덤은 7집반이며, 생각시간으로는 각자 2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를 준다.
[그림1] 신진서가 흑1로 우상 큰 곳을 차지했을 때 탄샤오의 백2가 조금 문제 애매한 자리였다고 한다.
[그림2] 백2였다면 깔끔했다고 한다.
[그림3] 실전에서 신진서가 흑1로 하나 들여다 본 뒤 3으로 붙였는데 탄샤오가 백4로 안쪽으로 젖히는 것이 또 한 번 좋지 못한 판단이었다.
[그림4] 흑1의 끊음부터 백8까지 백의 형태가 돌돌 뭉쳐서 비효율적인 형태가 됐다.
[그림5] 그냥 바깥쪽으로 젖혀 받는 게 무난했다. 흑2로 끊는 게 실리로 크긴 하지만 백은 3으로 선착하면 긴 바둑이었다.
[그림6] 실전은 8까지 보듯 백이 일방적으로 쫓기게 됐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흑이 압박하는 흐름이 되었다. 이미 스텝이 꼬인 탄샤오는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