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 후 강동윤 9단은 “초반부터 너무 수가 안 보이고 판단도 잘 안 되는 바람에 많이 불리했던 것 같다. 나중에도 많이 나빴는데 끝내기에서 운 좋게 역전할 수 있었다. 중앙에 7집 정도 났을 때 '반집은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대국을 되돌아봤다.
전날 '4패빅 무승부' 탓에 하루에 두 경기를 펼치는 투혼을 발휘한 강동윤 9단이 일본 관서기원 일인자 위정치 8단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반집승을 거두고 4연승을 질주했다.
27일 온라인(서울 ↔ 도쿄)으로 열린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차전 7국에서 강동윤이 일본 네 번째 선수 위정치에게 266수 만에 흑으로 반집승했다.
4연승에 성공한 강동윤은 10회 농심신라면배에서 5연승을 달성한 후 14년 만에 다시 한번 5연승에 도전한다. 28일 속개되는 8국 상대는 중국 세 번째 주자 롄샤오 9단이다. 상대전적에서 강동윤이 1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의 마지막 대결(롄샤오 승)은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선이었다.
강동윤의 승리로 한국팀은 최소 3명 이상의 선수들을 3라운드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주장 이야마 유타 9단만을 남겨놓은 일본은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2라운드 조기탈락의 위기에 빠졌다.
전날 '더블헤더'를 치른 악조건 속에서도 이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강동윤은 “어제 재대국할 때 '밤 샌다는 각오'로 임했다. 어제 일어난 일은 어제 일로 묻어두고 오늘은 '최선의 컨디션으로 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던 것 같다.”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전날과 이날을 되돌아봤다.
28일 중국랭킹 14위 롄샤오와 대결하는 강동윤은 “(롄샤오가) 저보다 성적이 앞선다고 생각한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실리를 좋아하고 전투가 강한 선수인데 어떤 맞춤 전략을 짤지는 오늘 생각해보겠다. 제가 연승중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좋은 내용으로 둘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바둑팬분들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저도 힘이 나는 것 같고, 그게 오늘 좋은 운으로 작용한 것 같다. 내일도 응원 많이 해주시면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둑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 강동윤은 전날 '더블헤더'에 따른 체력저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역전 반집승을 일구어냈다.
▲ 2008년 제10회 농심신라면배에서 강동윤이 달성한 5연승 기록일지. 강동윤은 이번 대회에서 당시와 같은 순서(중-일-중-일)로 중ㆍ일 선수들을 연달아 꺾으며 4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흑으로 대국한 강동윤은 초중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우상귀 전투에서 요석을 잃으며 위정치에게 우세를 내줬다. 바꿔치기가 일어났는데 강동윤은 우상귀 흑돌을 백에 넘겨준 대가로 얻은 세력을 바탕으로 우변을 키우며 최대한 버텨갔다.
강동윤은 하변에서도 강수로 일관하며 변화를 계속 만들어갔다. 또 한 번의 바꿔치기가 하변에서 일어났고, 위정치가 실착을 범하는 바람에 강동윤이 추격에 성공했다.
이후 백이 미세하게 앞서는 국면으로 진행됐다. 팽팽한 형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위정치가 무리한 승부수를 던졌는데 강동윤이 초읽기에 쫒기면서 무리수를 응징할 수 있는 찬스를 놓쳤다.
백의 우세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위정치가 끝내기 실수를 범했다.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해설한 안국현 9단은 “위정치 선수가 너무 안전한 수를 뒀다. 원래 2집 이상 여유가 있었는데 그 실수 탓에 미세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이번이 일곱 번째 농심신라면배 본선 출전인 강동윤은 통산 13승6패1무를 기록 중이다.
▲ 위정치에게 3전 전승을 기록한 강동윤. 2014년-18년-22년에 대국한 두 선수는 '월드컵 주기'때마다 만났다.
결국 반집을 다투는 끝내기 바둑이 됐다. 인공지능은 위정치의 반집 우세를 예측하고 있었는데 우하귀 방면에서 위정치가 반집을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보았다. 강동윤은 마침내 반집 차 역전에 성공했고, 결승선까지 그대로 골인하며 반집승을 거뒀다.
안국현 9단은 “강동윤 선수가 정말 포기할만한 어려운 형세에서도 조금씩 쫒아가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고 총평했다.
강동윤은 지난 10월 열린 1라운드에서 중국 판팅위 9단을 꺾은 데 이어 25일 일본 시바노 도라마루 9단에게 승리했고, 26일 퉈자시에 이어 27일 위정치까지 제치면서 4연승에 성공, 연승상금 2000만원을 확보했다.
사이버오로는 28일 강동윤-롄샤오 대국을 박민규 8단의 상세한 해설과 함께 오로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한다.
◇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선수
-한국: 신진서ㆍ변상일ㆍ박정환ㆍ강동윤 / (탈락) 신민준
-중국: 커제ㆍ구쯔하오ㆍ롄샤오 / (탈락) 퉈자시ㆍ판팅위
-일본: 이야마 유타 / (탈락) 위정치ㆍ시바노 도라마루ㆍ쉬자위안ㆍ이치리키 료
◇ 본선2차전 일정
5국(2022년 11월25일): 해설 한승주 9단
6국(2022년 11월26일): 해설 안성준 9단
6국(재대국): 해설 김진휘 6단
7국(2022년 11월27일): 해설 안국현 9단
8국(2022년 11월28일): 해설 박민규 8단
9국(2022년 11월29일): 해설 김진휘 6단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때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을 지급한다. 생각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60초 1회다.
▲ 도쿄 일본기원에서 대국한 위정치 8단. [PHOTO | 日本棋院]
▲ 위정치는 일본 십단전에서 두 차례(55기ㆍ60기) 준우승했고, 왕좌전에서도 준우승을 두 번(64기ㆍ70기) 했다. [PHOTO | 日本棋院]
▲ 대국장에 입장하고 있는 강동윤.
▲ 한상렬 심판(왼쪽)이 대국규정을 낭독하고 있다.
▲ 강동윤은 전날 재대국에서 60초 초읽기 바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대국을 펼치며 찬사를 받았다.
▲ 한국기원 2층 대회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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