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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나의19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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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2018-05-28 오전 11:48 조회 310추천 12   프린트스크랩
▲ ^^

아침 7.

여명이 밝았지만 도시의 건물들은 밝은 태양과 숨바꼭질중이다

저 시멘트 덩어리를 모두 딛고 오르려면 아직 30분아님 한 시간은 걸리겠지.

한 아파트 입구 횡단보도 옆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워 물고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어떻게들 살아갈까.

관심도 없는 그들의 삶 무심히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

도시의 우리는 그렇게 외면하고 살며 그것이 서로에 대한 미덕이 되어 버렸다

목적이 없고 명분이 없으면 서로 타인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해를 끼쳐서는 물론 안 되며 원하지 않는 친절 또한 오해의 소지가 되고 민폐가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요구하는 것 또한 불쾌한 일이 되고 대가가 요구 되거나

나에게 해가 되지 않아도 아예 결부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신이 검증 된 인연과의 한정 된 만남에서도 회의를 안고 사는 탓일까.

그렇게 삭막한 삶들이 스쳐가지만 그래도 모두 슬픈 모습은 아니다

다만 모두가 아닐 뿐 끼리끼리 행복하고 타인에게서도 문득 아스라한 연민도 나누고 있다.

 

택시 한 대가 내 앞에서 멈춘 지 오랜데 기척이 없다

순간 불현 듯 드는 생각 (뭐야 새치기 하는 거야?) 불쾌감이 드는데 손님이 내린다.

아침부터 괜히 앞서가는 생각으로 순간이지만 살짝 부끄러운 마음으로 피식 웃는데

젊은 사람이 나에게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저씨

응 왜요.”

어머님이 돌아 가셨어요.”

어눌한 말에 몸이 비틀거리고 눈언저리가 벌건데다 초점도 없다

방금 택시에서 내렸는데 나에게 또 볼일이 있을 리가 만무하고 귀찮은 일이었다.

하하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요

술이 취했고 돈은 없고 송금 시켜준다고 좀 태워달란다

앞차는 거부당한 모양이다.

 

20대 언저리에 동안의 미소년

요즘 여성화 된 아이돌의 모습과 무협지 주인공의 단골 이미지를 언뜻 떠올렸다

보통의 젊은이들로 본다면 일단 목적지까지 가서 시비되는 게 보편적인데

이 사람은 미리 양해를 구했고 한 번의 거부로 어쩌면 자신의 순수성이 다쳤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고 본인의 상태도 그랬다

절박함은 자신의 이유고 일반적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가 아닌가.

나도 가방을 든 딸내미 같은 여중생 여고생에게도 수차례 당한 터 남자는 부지기수다

사람들이 희끗거리고 지나갔고 아침부터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노파심에 한마디 던지는 건 승낙을 떠나서 당연한 듯 도리인 듯 내뱉게 되었다

젊은 사람이 뭔 일로 이 시간에 그렇게 취했어.”

아버지가……. 어머니가 돌아 가셨어요.”

횡설수설했지만 자세를 바로 잡으려 애썼고 손은 다소곳이 모은 모습에 측은함이 들었다

사람들의 눈이 모이고 길 건너에서도 사태에 집중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거참.

 

나도 소싯적에 딱 한번 택시를 타고 도망 간적 있었고(통행금지에 몰려)

살면서 지은 죄 내가 기억해도 태산이다

그 업을 한 스푼 들어낸다고 생각하고 기어이 승낙 하고 배꼽 인사를 수차례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몰렸고 어쩌면 그게 싫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오로볼 10개 정도의 거리.

차에 타고도 눈물 콧물을 흘리더니 휴지를 청한다.

죄송합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그려)

꼭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5%의 가능성이랄까) 신호대기 중 계좌 번호를 적었다

전화번호는 배터리가 다됐다는 거짓말을 믿고.

 

어머님이 돌아가시지 않았어도 무엇이 슬프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밤새 술을 마신 안타까운 젊음이 환경에 짓눌려 살아 온 나의 지난날이 반추되었고

그래도 요새 젊은이답지 않게 객기부리지 않고 끝까지 소통을 시도한 앙증맞은 도덕심

내리면서 다시 배꼽인사 수차례로 나의 봉사가 어리석게만 만들진 않았다

다만.

내가 건네 준 쪽지를 무성의하게 구겨 받는 손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돌아오면 나의 일상에 큰 위안이 될 것이나 크게 바라지 않고

차라리 순간 잊어버릴지라도 그 젊은이의 마음 한켠에 오늘이 문득문득 기억나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거나

이 자그마한 일상이 그 젊은이를 슬프게 하는 기성세대에 작은 변수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젊어 보았다

아직 늙어보지 않은 젊음이 지금 우리보다는 중후하고 사리분별력 있게 늙어주기를.......

 

 

 

 

┃꼬릿글 쓰기
자객행 |  2018-05-28 오후 4:46: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천붕도 시대가 지나고보니...  
팔공선달 믕...
李靑 |  2018-05-31 오전 6:50: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직 늙어보지 않은 젊음이 지금 우리보다는 중후하고 사리분별력 있게 늙어주기를.......

시인이 다 되셨군요^^  
팔공선달 쿵...시인은 무신.ㅡ,ㅡ
노을화초 |  2018-06-01 오전 8:23: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원하지 않은 친절이라" 참으로 의미깊은 말~~  
팔공선달 이기심과 불신과 귀차니즘....등등의
오방색2 |  2018-06-01 오후 12:59: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팔공선달님은 쾌 큰그릇 안가 봅니다 ^^~  
팔공선달 소주잔.^^
Acod8938 |  2018-06-01 오후 2:15: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로볼 10개 정도의 거리라.. 젊은이의 5% 가능성에 대하여 작은 기대를 걸어봅니다.  
팔공선달 이미 물건너 간듯요. ㅠㅠ
권이1 |  2018-06-02 오전 7:42: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흠 그놈참,,,
한살 더 먹으면 시근들라나  
팔공선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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