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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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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김문혁 5 )
2017-07-07 오전 10:36 조회 293추천 3   프린트스크랩


김문혁은 관광버스에 올라 제주도 공항을 나섰다.
차도 옆으로는 너도밤나무가 꽃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끔씩 큰 키의 야자나무도 보여 인도네시아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버스는 한라산 중턱에 있는 T호텔에 가서 멈추었다.
 배정된 방으로 갔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문을 열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야, 바보들아”
한마디 하고는 문혁이가 카드를 넣었다 빼서 방문을 열었다.
큰 온돌방에 10명의 인원이 배정되었다.


관광지에 도착해서도 잠에 빠진 애들은 내리기를 싫어하였다.
담임선생님이 호통을 쳐서야 간신히 꾸역꾸역 내렸다.
구경하는 도중에는 그럭저럭 눈빛을 빛내며 감상을 하는 편이었다.
차에 올라서는 항시 인원점검을 먼저 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애들은 차에 오르자마자 잠들어버렸다.


식사시간에는 애들이 엄청나게 활기에 찼다.
제주 흑돼지 고기가 금세 바닥나서 몇 번씩 다시 가져다 먹는 애들도 있었다.
문혁이도 금세 한 접시를 비웠다.
서울에서 먹는 고기보다 훨씬 더 맛이 있었다.


관광지 중에는 말을 타보는 곳도 있었다.
생전 처음 말을 타보는 아이들이 부들부들 떨면서도 신기한지 마냥 웃음을 터뜨렸다.
문혁이는 인도네시아의 뿐짝에서 처음 말을 타보았다.
몇 cm 높이의 차이로 세상이 그렇게 달라보이다니!
시야가 훨씬 더 트이는 것이 마치 장군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엉덩이도 아프고 무섭기도 하여 바로 내리고 싶었었다.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 보니 3박 4일의 수학여행 일정이 다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반별로 장기자랑이 있었다.
장기자랑 준비에 친구들이 열중해 있는 동안 문혁이는 바람도 쐴 겸 호텔 밖으로 나가보았다.
호텔에서는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위쪽으로는 한라산이 올려다 보였다.


아까부터 문혁이는 호텔 마당에 있는 두 아저씨가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 말하는 가운데 문득 ‘동무’라는 단어가 귀에 들린 것이었다.
 ‘동무’라면 간첩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가?
초등학교 때 ‘간첩 신고’ 라는 표어를 달고 다녔던 문혁이는 그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수상한 아저씨 둘은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문혁이는 몰래 뒤를 따랐다.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겨가며 들키지 않게 조심하였다.


뒤를 밟다보니 상당히 높은 곳까지 따라갔다.
 둘 사이의 대화 속에 언 듯 우라늄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우라늄이라면 화학시간에 배운 원자폭탄을 만드는 재료가 아닌가?
문혁이는 앞에 있는 두 명이 분명히 간첩이라고 확신했다.
핸드폰으로 간첩신고 번호인 113을 눌렀다.
“ 아, 여기는 T호텔 위 산속인데요. 수상한 사람들이 우라늄을 찾고 있습니다.”


둘이서 문혁이가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쫒아오기 시작했다.
문혁이가 정신없이 산 위로 도망쳤지만 곧 한 명에게 잡히고 말았다.
정신이 아득하였다.
아무도 모르는 산 속에서 꼼짝없이 죽게 될지도 몰랐다.
그 때 불현듯 가룻에서 보았던 양 싸움 생각이 났다.
 “그래, 순한 양들도 싸울 때는 무척 용감했었지.”
문혁이는 자기 어깨를 잡고 있는 사나이에게 있는 힘을 다하여 돌진하며 머리로 상대방의 턱을 들이받았다.
갑자기 기습을 당한 사나이가 균형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다.


또 한 명의 사내가 칼을 빼들고 문혁이를 쫒아왔다.
문혁이는 죽어라고 숲속으로 뛰었다.
숲속에 바위틈이 보였다.
바위 틈 속으로 들어가서 비비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내는 계속 쫒아왔다.


어느 틈엔가 문혁이의 발이 미끄러지더니 한정 없이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영원히 긴 시간 같았다.


순기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는 것이 몹시도 괴로웠다.
저승에 가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데…
원배형, 네르구이 아저씨, 어머니와 친구들.

친구들은 모두 저승에 가서 재미있게 살고 있을 것이 아닌가?
지금쯤은 세월이 많이 흘러 친구들이 그대로 저승에 머물러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나는 여기서 혼자 무엇하고 있는 것인가?”
바랄 것도 없고 이룰 것도 없는 외톨이 인생의 허무감이 순기의 마음을 한없이 우울하게 했다.


위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한 소년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뒤이어 내려온 중년의 사내가 소년에게 칼을 꽂으려 하고 있었다.
 순기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중년사내의 목을 향해 던졌다.
사내는 단검을 목에 맞고 쓰러졌다.


소년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앳된 표정이었다.
갑자기 순기의 가슴이 뛰었다.
 몽골군에게 납치되어가던 때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소년을 구해야한다. 무사히 부모에게 돌아가게 하자.”
좀 전의 우울감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순기의 몸은 의무감과 열정에 휩싸였다.


동굴을 걸어서 내려가자면 세 시진이 걸렸다.
너무 많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동굴에 물이 많이 흐를 때였다.
뗏목을 이용하면 한 시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순기는 뗏목을 이용하여 소년을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뗏목은 순기가 이미 여러 번 운항을 한 터였다.


뗏목을 순항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뗏목을 놓쳐 물에 빠진 적도 부지기수고 천장까지 막혀서 잠수를 해야 하는 곳에서는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다.


소년이 깨어나자 순기는 뗏목 타는 법을 알려주었다.
여러 위험한 굽이굽이와 마지막 두 번의 잠수까지 소상히 설명하였다.
소년이 영리하여 금방 길을 깨우쳤다.


길을 깨우치자 이제는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밖으로 무사히 나가자면 연습은 필수적이었다.
외운 물길을 머릿속에 하나하나 그리며 각각의 위치에서의 행동을 배웠다.
가장 어려운 것이 마지막 두 번의 잠수였다.
첫 번째 잠수 후 육십을 센 다음 물에서 나와 호흡을 한 번 하고는 다시 잠수하여 오십까지 세어야만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처음 연습에서는 물에 잠수하여 마흔도 넘기기 어려웠지만 연습을 계속하여 칠십까지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연습을 충분히 실시한 후에 드디어 뗏목에 올랐다.
문혁이는 가룻에서의 래프팅을 기억하며 순기의 지시에 잘 따랐다.
마지막 잠수의 고비도 잘 넘기고 동굴을 빠져 나오는데 성공하였다.


이름 모를 아저씨와 작별하고 문혁이는 거리로 나섰다.
마침 빈 택시가 와서 이것을 타고 숙소에 도착하였다.
방안에서는 친구들이 뒤엉켜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문혁이는 그들 사이에 몸을 눕혔다.


국정원 요원들이 출동한 장소에서 한 사내가 부상당한 상태로 체포되었다.
요원들은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하여 절벽 속에서 우라늄 뭉치를 발견하였다.
이 우라늄 뭉치들은 비밀리에 안전한 장소로 이송되었다.


진해 해군기지에 비상이 걸렸다.
수상한 잠수함이 제주 근해에 나타난 것이었다.
 북한의 잠수함으로 추정되었다.
남해에서 훈련하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과 초계함들이 급히 추격에 나섰다.
잠수함은 제주 근해를 배회하다가 한국군의 추적을 파악하고는 서둘러 서해의 공해상으로 도주하였다.


제주공항에서 한라산이 올려다 보였다.
한라산은 아무 말 없이 문혁이를 내려다보았다.
문혁이는 그 날 밤의 일이 꼭 꿈과 같았다.
아무에게도 꿈같은 이야기를 하기가 싫었다.
한라산처럼 입을 다물기로 결심하였다.


소년이 나기기 전에 짧은 대화를 나눴던 순기는 대화내용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 지금 왕은 누구이신고?”
“ 현재는 왕이 없고 대통령이 있습니다.”
 “ 아, 그런가? 그럼 나라 이름은 무엇인고?”
 “예, 대한민국입니다. 외국에서는 코리어라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순기의 머리가 번쩍 밝아졌다.
“ 음, 고려에 다시 새로운 무인 정권이 들어선 모양이구나.”

(끝)

┃꼬릿글 쓰기
취팔선 |  2017-07-07 오후 8:49: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제까지 자뭇 심각하게 ,,, 아마도 어쩌면 ,,, 거의 논픽션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면서 읽어오고 있었는데 ,,, 시공간 초월 ...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설 이야기 군요 ^^ *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짜베 아, 안타깝습니다. 글의 끝에 늘 (계속) 이리고 써오다가 어제는 (끝)이라고 썼습니다. 엉성하지만 소설이 끝을 맺게 됐습니다.
취팔선 |  2017-07-08 오전 10:43: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 그렇군요 ^^ 즐감하였습니다. 하지만 웬지 1부가 끝나고 2부로 이어질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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