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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2016-12-25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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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첫 권을 보았는데
끝에 감동적인 장면이 나온다.
이민의 목적을 잘 모르고 갔던 노동이민자들은
하루에 10시간 노동에 채찍질로 힘겨워하는데
한 사람이 과로로 몸이 상해서 죽게 된다.
경영자 측에선 의사도 잘 불러주지 않고
병원에도 데려가주지 않아서 죽게 되는데
문상도 못 가게 하고, 장례도 자신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채찍질을 해대고 총을 쏘면서 위협한다.
그러나 우리 동포들은 합심해서 총을 두려워하지 않고
문상을 하고 농장주와 타협해서 장례를 치르게 된다.
비로소 그들에게 한민족이 문명인임을 알려주는 셈이다.
하와이 노동이민은
02년부터 미국공사인 앨런의 주선으로 시작되는데
이 앨런은 기독교 선교사로서 사실 상 고종의 자문역을 하던 사람이다.
근대사에 따르면 나이도 아직 이십대였는데
그가 공사가 되면서 우리 국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조선조의 가렴주구에 힘겨워하던 우리 동포들은
이미 일본의 침탈에 당하고 있던 터라
멋진 신세계를 기대하고 떠났다가 크게 낙망하였지만
처음으로 자신들의 합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은 방영근으로 설정되었는데
고향에는 막내 대근이, 그리고 여동생 셋이 어머니 감골댁과 함께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의 소위 교포 3세들이 아마도 이런 하와이 이민에서 출발된 인구들일 것이다.
나라잃은 백성이 앞으로도 아마 힘겨운 노동과 주체성확보를 위해서 애쓸 것인데
고국에선 04년으로 설정된 이 시기에
김제평야와 군산항을 점령해서
일본에 부족한 쌀과 토지 등을 자국에 공급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근대사를 보니 조선은 이미 국가공동체가 아니었다.
관리가 되려는 목적들이 국리민복에 헌신하기 위함이 아니었고
다만 자신들 일가의 호의호식을 위한 것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백성들은 보리고개가 당연시되면서 온갖 잡세에 시달리는 형편이었으니
고부군수 조병갑을 단서로 발생하였던 농민전쟁의 원인이 전 국토에 보편화된 상태였다.
조선조 전 시기에 걸쳐서 이런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대부분의 시기가 임란 호란의 전후여파에 시달렸을 것이고
고려조의 경우도 정도전의 배불정책의 동인도 사실 상 이런 것이었음을 생각하면
좁은 이 나라에 언제 일반민중들이 편히 산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아리랑 첫 권을 보니 역사 책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소위 일진회 등도 등장하고
경부선 열차건설현장의 실태도 묘사되는 등
뜻있는 사람들이 항상 나라걱정을 하게 되어온 사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
예전의 표현 중 반봉건 반외세가 항상 함께 등장하였는데
한편으론 신분차별에 의한 부당함, 다른 한 편으로는 또한 민족공동체로서의 의리가 필요했으니, 당장에 살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항상 두 겹, 세 겹의 힘겨움이 있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한편으로는 하와이를 토대로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정세를 준거로 스토리가 전개될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또한 이념과 노선에 의해서 패가 갈리는 것을 알고 생각해보면
그러고도 지금과 같이 나라이름이라도 붙어있는 것이 천행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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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