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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산 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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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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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산 2
2019-11-17 오전 8:10 조회 255추천 5   프린트스크랩

근수는 움막을 걷어 챙기고는 강의 상류로 향했다.
 배가 고팠다.
며칠 째 장마가 져서 그런지 강에는 누런 탁류가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길가에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화사하게 피어있는 도라지꽃 위로 줄줄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자 시장기가 더욱 느껴졌다.
봄, 가을이면 저 도라지라도 캐서 먹으련만 지금은 양분이 꽃에 몰려있어서 먹어봤자 요기가 될 수 없었다.


강변을 걷던 근수의 눈에 동굴이 보였다.
동굴은 낭떠러지 밑의 제법 아늑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근수는 동굴 속에 여장을 풀기로 작정했다.
장마가 끝나기 까지는 사금채취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장마기간 동안은 양식이라도 준비하리라고 결심했다.
봄에 산나물을 채취하거나 모내기철에 품을 팔아서 장만했던 양식은 이미 다 없어져버렸다.


버섯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버섯을 따기 전에 기운부터 차려야했다.
길옆에 깔린 칡뿌리에 매달렸다.
괭이를 들어 천천히 땅을 파헤쳤다.
기운이 없어서 아주 느린 속도로 일이 진행되었다.
 한 참이 지난 후에야 어른 팔뚝만한 굵기의 칡뿌리를 얻을 수 있었다.
칡뿌리의 달콤 쌉쌀한 맛이 입안에 느껴지자 간신히 기운이 솟아올랐다.


기운을 차린 근수는 산에 올랐다.
버섯이 별로 눈에 띠지 않았다.
한나절동안 겨우 싸리버섯 몇 포기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것이나마 따 갖고 산비탈을 내려오다가 지친 발걸음이 땅을 헛디디는 바람에 그만 비탈에서 넘어져 굴러 내려갔다.
정신이 아득하였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몸이 풀밭에 널브러져있었다.
그 때 쟁반 같은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능이버섯이었다.
사방팔방이 능이버섯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버섯을 따서 마련한 양식으로 여름과 초가을을 넘겼다.
가을이 깊어가자 양식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사방 천지에 널린 도토리를 줍고, 도라지를 캐고, 때때로 추수하는 집에서 품을 팔며 겨울까지 지낼 양식을 비축할 수 있었다.


근수는 계속 상류 쪽으로 사금 채취장소를 옮겼다.
강원도에 들어와서도 한 번도 사금 맛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운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실력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강원도에도 애초에 금이 없는 것인가?”
 벼라 별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데까지 해보다가 안 되면 그냥 물가에서 죽을 수밖에.”


물길이 휘돌아 휘어지는 곳에 움막을 세웠다.
지세로 보아 사금이 꼭 나올 것 같았다.
강으로 들어가 모래를 한 삽 파서 쟁반에 담았다.
정성스럽게 모래를 일구었다.
모래가 점점 씻겨 없어지면서 쟁반바닥이 약간은 누래 져 보였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모래를 다 씻어내자 쟁반바닥에 먼지같이 누런 가루가 붙어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아, 드디어.”
근수는 쟁반을 들고 강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물이 두 눈에 고였다.
흐린 시야에 아내와 아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사금이 나오기는 나왔지만 너무나 적은 양이었다.
사금을 캐서 부자가 되기는커녕 근수 혼자만의 호구지책을 하기에도 어려운 정도의 적은 사금만 나왔다.
좀 더 상류로 올라가면 더 많은 사금이 나올까하여 상류로 올라가 보았지만 그 곳에서는 사금이 더 많이 나오기는 고사하고 아예 사금의 맥이 뚝 끊기고 말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어째서 사금의 맥이 끊기고 말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해가되지 않았다.
그냥 처음 발견한 장소에서 적은 양의 사금이나마 채취할 수밖에 없었다.


움막 주위에 돌담을 쌓고 바람을 막았다.
들풀을 뜯어다가 움막위에 덧씌우고 바람이 샐만한 곳을 꼼꼼히 메웠다.
바닥에도 충분히 풀을 깔아서 냉기가 올라오는 것을 방비하였다.
한 쪽에는 불도 피울 수 있도록 화덕도 만들었다.
 화덕에 불을 피워 온기가 움막에 퍼지자 움막 안은 제법 아늑하였다.
이제 충분히 이 움막에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일단은 이 움막에서 겨울을 나면서 사금을 모을 수 있는 한 많이 모을 작정이었다.
그 다음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모든 일이 다 생각대로 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겨울이 한 창이었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쳤다.
 그 눈보라 속에서도 하루 종일 모레를 일구어 사금을 채취하였다.
몹시도 피곤하였다.
저녁을 먹고 나자 그대로 화덕 옆에서 골아 떨어졌다.
 잠결에 주위가 환해진 것을 느꼈다.
“벌써 아침이 되었나? 내가 피곤해서 늦잠을 잔 모양이구나.”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그런데 아침이 온 것이 아니었다.
화덕 옆의 움막 벽이 불에 타고 있었다.
재빨리 일어나서 그릇을 들고 강으로 뛰었다.
그릇에 물을 채워가지고 움막에 왔을 때는 불은 이미 거세게 번진 상태였다.
세찬 겨울바람이 불의 기운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한 그릇의 물을 가지고는 도저히 끌 수 있는 불이 아니었다.
뜨거운 불의 기운을 느끼며 근수는 움막이 타 없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을 내내 모아두었던 도토리를 비롯한 먹을거리들과 삽을 비롯한 자잘한 세간들이 움막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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