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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고요함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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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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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고요함
2019-06-06 오전 11:47 조회 719추천 2   프린트스크랩

11. 고요함


“스승님, ‘기하학에 왕도는 없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그래서 기하학이 좋습니다. 저는 왕도가 싫어요. 왕도에는 정직보다는 모략과 음모가 너무 판을 치니까요.”
바발라투스가 말했다.
 바발라투스의 말을 듣고 미르완은 깜짝 놀랐다.
 ‘기하학에 왕도는 없다’는 말은 에우클레이데스가 프톨레마이오스 1세에게 기하학을 가르칠 때 기하학을 쉽게 배우는 요령 같은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저렇게 뒤집어서 해석을 하다니....
제노비아 태후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제국을 다스리는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바발라투스의 안타까움이 자기도 모르게 배어나온 말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고 진실은 진실일 터였다.
“그렇지 않사옵니다. 폐하, 정치는 단지 변수가 많을 따름입니다. 변수가 많아서 생각할 것이 많기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것입니다. 기하학에도 변수가 많고 어려운 문제가 수두룩하답니다.”
미르완은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에 수많은 변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문제를 더 선호할 것인가? 정치 문제일까? 기하학 문제일까?”


야세르의 결혼식이 치러졌다.
많은 하객들이 구름처럼 밀려왔다.
친척들, 상점 일꾼들, 친구들, 함자와 제노비아까지 참석했다.
결혼식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성대하게 거행됐다.
식이 끝나자 피로연이 벌어졌다.
식탁에는 구운 양고기, 여러 가지 빵 종류, 콩으로 만든 홈무스, 가지요리, 각종 치즈와 샐러드가 쌓여있었고 또 한 쪽에는 포도주를 중심으로 요거트와 과일주스 등 마실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쪽에는 각종 과일과 수박씨 볶음 등이 차려져있었다.
하객들은 산더미처럼 차려진 각종 음식을 먹고 마시며 환담을 나누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엔 여흥이 벌어졌다.
흥이 난 하객들이 나와서 춤을 추었다.
 베두크가 그 큰 덩치를 흔들며 중국에서 본 약장사의 무예를 흉내 낼 때에는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하였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미르완은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마음속으로 염원했다.


“태후마마, 학자들이 팔미라 문자의 제정을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신하가 와서 제노비아에게 보고하였다.
신하의 보고를 들은 제노비아의 가슴속에 희열이 넘쳐흘렀다.
제노비아는 몇 년 동안 팔미라 문자를 제정하기 위하여 애를 써왔다.
그리스 문자와 로마문자는 백성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또한 기존에 백성들이 쓰고 있는 아람문자는 너무 단순하여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사용되는 여러 복잡한 일상용어를 제대로 수용할 수가 없었다.
 발전된 새로운 문자가 필요하였다.
제노비아는 학자들을 모으고, 그들이 거주하고 조사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숙소도 마련해주었다.
학자들의 토론에 제노비아도 여러 번 직접 참여한 적도 있었다.
이제 그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었다.


제노비아는 학자들의 숙소를 찾았다.
학자들의 대표가 완성된 팔미라 문자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태후님, 문자는 총 22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게 되어있습니다. 정자체와 흘림체 두 종류를 만들었습니다.”
대표는 시범적으로 여러 문장을 써 보였다.
 만족할 만하였다.
 제노비아는 학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들에게 상을 내리기로 약속하였다.


갈리에누스가 죽고 새로운 황제로 클라우디우스가 등극했다는 소식이 팔미라에 전해졌다.
제노비아의 가슴이 섬뜩해졌다.
지금까지는 갈리에누스의 온건정책 때문에 로마와 그런대로 교류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로마의 새 황제가 온건정책을 뒤집고 강경책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제노비아는 팔미라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사건과 마주치게 되었다.
새로운 로마 황제의 환심을 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화폐 주조 창에 클라우디우스의 얼굴모양을 은화의 한쪽 면에 새기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평화의 사절단을 꾸렸다.


사절단은 에메사를 거쳐 안티오키아에서 로마행 배에 올라탔다.
사절단이 탄 배가 메시나 해협을 지날 때였다.
검은 깃발을 단 세척의 배가 사절단의 배를 포위했다.
이들은 시칠리아의 해적들이었다.


야세르는 낙타를 몰고 집을 떠났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볼일이 있다고 하였다.
 대상들과 함께 팔미라를 출발하여 에메사로 향했다.
에메사에서 다시 길을 떠난 그는 이집트를 향하여 남쪽으로 방향을 튼 대상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혼자서 북상하여 안티오키아에서 배를 탔다.
배는 시칠리아로 향했다.


시칠리아 해적들의 본거지에 야세르가 나타났다.
 “거기 서라. 어떤 놈이냐?”
해적들이 수하를 하였다.
“저는 팔미라에서 왔습니다. 협상을 하려고 합니다.”
해적들이 야세르를 그들의 두목에게 데려갔다.
 “협상하러 왔다는데 무슨 일을 협상하려고 하느냐?”
“저희 사절단이 여기에 억류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그래, 무슨 조건을 내걸 것인가?”
해적 두목이 물었다.
“우선 여기 착수금을 가져왔고, 사절단을 풀어주시면 다시 이만큼의 금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야세르가 보자기를 풀어 금괴 하나를 꺼내었다.
누런 황금빛이 금괴에서 뿜어져 나왔다.
금괴를 본 해적들이 모두 입맛을 다시었다.
야세르가 이들에게 쐐기를 박았다.
 “혹시 저를 인질삼아 더 많은 재물을 요구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십시오. 저는 주변에 이집트로 장사준비를 하러 간다고 얘기해 놓았습니다. 제가 당신들에게 인질로 잡혔다고 주장하더라도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겁니다.”
야세르의 당당하고 확고한 인상에 해적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절단은 곧 바로 풀려나서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만났다.
협상은 잘 이루어져서 이전의 교류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당분간 팔미라의 안녕은 유지가 된 것이었다.


제노비아는 야세르네 집을 자주 찾았다.
아일란과 같이 음식을 만들고, 꽃나무를 손질하고, 이런 저런 주제로 수다를 떨었다.
 아일란과 같이 있는 동안에는 제노비아의 가슴속에 엉켜있는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
마치 옛날의 오데나투스와 함께 보내던 즐거운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아일란도 제노비아가 찾아오면 기분이 좋았다.
 제노비아가 꼭 어머니처럼 포근했다.


미르완은 투석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함자의 권유로 투석기를 보고나서는 급격히 투석기에 흥미를 느끼며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 연구가 결실을 보았다.
 새 투석기의 설계도를 완성하였고, 오늘 그 투석기의 성능을 보러가는 날이었다.
함자가 병사들을 이끌고 미르완을 데리러왔다.
 미르완과 함자와 병사들은 말을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
 사막의 비밀 장소에 완성된 투석기가 서 있었다.
미르완은 감개가 무량하였다.
기하학을 연구하는 시간을 쪼개어 투석기를 연구한 보람이 솟아나왔다.
새 투석기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의 로마에서 도입한 투석기 보다 거리도 많이 나가고 더욱 많은 돌덩이를 날려 보낼 수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시내로 돌아왔다.


시내의 광장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징병제 결사반대“가 시위대의 구호였다.
제노비아가 신하들에게 징병제에 관하여 넌지시 의견을 물어본 결과였다.
그 무렵 팔미라는 병사로의 자원자 수가 급감하여 제노비아가 그 문제에 관하여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생활이 부유해지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자 병사로의 지원은 인기가 급감한 것이었다.
 사막에 있는 훈련소 대부분이 인원 감소로 폐쇄 직전이었다.
 징병제가 아니고는 만약에 있을 장래의 위협에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시위대는 막무가내였다.
 지원자가 없으면 나라에 돈이 많으니 용병들을 도입하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시위대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자기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반란이라도 일으킬 기세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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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판돈이다 |  2019-06-06 오후 11:24: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꽤 오래 가눼이......수고하세여  
짜베 예,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광장의 글 잘 봤습니다. 큰 사고를 목격하셨으니.상당히 무서웠겠습니다.
저도 어릴적에 똥수간에 빠진적이 있는데 부자는 못됐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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